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위해 정렬한 국군 군악대와 군기단. 사진=박상준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위해 정렬한 국군 군악대와 군기단. 사진=박상준

우렁찬 경례와 함께 육중한 전차 궤도 소리가 빗방울을 뚫고 서울 시내에 울렸다. 오와 열을 맞춘 국군 장병들의 행진에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장병들도 손을 마주 흔들며 화답했다. 10년 만에 시민 곁에서 펼쳐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현장 풍경이다.

26일 오후 4시 숭례문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진 행진을 구경하고자 수많은 시민과 관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전차화기 ‘현궁’이 도로를 가로지르며 위용을 뽐냈다. 사진=박상준 

행진에는 K2 흑표 전차와 더불어 K1A1 전차,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비호복합 대공포, 상륙돌격장갑차(KAAV), 다연장로켓 ‘천무’, 대전차유도무기 ‘현궁’, 지대지미사일 ‘현무’,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한국형 무인정찰기 등 우리 국방력을 대표하는 무기체계가 다수 등장했다. 대규모 장비와 함께하는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무기체계 행렬이 지나간 뒤로는 국군 군기단과 군악대를 시작으로 대한민국군의 핵심인 장병들의 행렬이 뒤따랐다. 특히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병들과 해군 UDT/SEAL 등 특수부대원의 행진에는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욱 커졌다. 각군 사관생도들은 각 잡힌 경례를 통해 미래 강군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수 응원 피켓까지 준비해 참관한 시민 A씨는 “아들이 3사관학교 생도로 행렬에 속했다”며 “군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 위험하지 않을까 마음 졸였는데, 늠름한 모습을 보니 눈물난다”고 소감을 말했다. 비옷까지 챙겨입은 시민들은 빗줄기 속에서도 시가행진을 오롯이 눈에 담았다.

사관생도들이 열을 맞춰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상준
사관생도들이 열을 맞춰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상준

국군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전투병력 300명도 행진에 참여했다. 그동안 의장대와 군악대만을 보내던 주한미군이 전투병력을 파견하며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시가행진을 직접 참관했다. 현직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세종대왕상에서 육조마당까지 국민과 장병, 초청 인사 등과 함께 행진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오전에 열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를 날린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시가행진에 참여해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시가행진에 참여해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