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작업자의 모습. 사진=포스코
용광로 작업자의 모습. 사진=포스코

중국 경기 상황에 우리 철강업계 희비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자국에서 소비되지 않고 외부로 풀려 국내 철강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적극 펼침과 동시에 탄소 규제를 강화하며 대대적 철강 감산에 들어가자 국내 철강업계가 다시금 반사이익과 반등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철강의 50%를 생산하는 철강 대국이자, 최대의 철강 소비국이다. 대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과 철강업 특성상 중국 경기 상황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잠깐의 반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강하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의 고질적인 중국 과의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부가가치 산업 지속 투자 나선 철강업계

중국산 저가 철강과 가격 경쟁으론 승산이 없는 만큼,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신사업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풍력과 수소, 해상플랜트 같은 에너지 철강 분야다. 건설분야로 대표되는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을 피하는 한편, 기술력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한국 철강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예로 세아그룹의 세아제강지주는 에너지 산업용 강관 제품 생산에 집중한 결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시키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산업용 강관 수요가 줄고 타격이 있었으나, 이를 대비한 에너지 분야 강관 산업 확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수소전시회 ‘H2MEET’에 그룹 계열사 7곳이 총출동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수소연료 운반에 특화된 무계목 강관 등을 선보이며 업계 관계자들에 어필했다.

포스코가 H2MEET에서 공개한 ‘하이렉스(HyREX)’ 기술을 활용한 철강 생산 단지 조감도. 사진=박상준
포스코가 H2MEET에서 공개한 ‘하이렉스(HyREX)’ 기술을 활용한 철강 생산 단지 조감도. 사진=박상준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SK에코플랜트와 개발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에 자체 개발한 '내피로 후판' 제품을 적용한다.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완성해 최초 모델을 에스케이에코플랜트가 참여하는 동남해안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다. 2027년 1분기 상용 시작이 목표다.

동국제강은 기존 아연도금강판 제품보다 내식성이 최대 7배 뛰어난 고내식성 마그네슘 합금도강판(GIX)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IX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용 친환경 철강 제품이다. 동국홀딩스 관계자는 “계열사 분리 후 내부 정비 관계로 다른 업체보다 신사업 투자가 다소 늦은 만큼 꾸준한 R&D로 미래 먹거리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으로 중국 그늘 벗어나야

신사업 개척과 더불어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제도(CBAM) 도입에 맞춰 친환경 철강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의 배경엔 석탄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저렴한 생산체계가 있다”며 “세계 철강업계가 친환경 흐름에 올라탄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2568만톤 규모의 철강재를 수출한 가운데EU가 13.5%(345만9000톤)를 차지했다. 대 EU수출 비중은 2020년 9.3%에서 2021년 10.5%로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EU의 친환경 요구를 충족시키며 수출 비중을 늘려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9월 19일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자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확보’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9월 19일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자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확보’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동남아 시장도 신시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생산거점을 늘리고 적극적인 수주전에 나서는 중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까지 35억달러(약 4조69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제2고로와 냉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인도네시아에서 LNG생산 해양플랜트용 강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도 동남아 시장 확대를 통해 컬러강판 사업 매출을 2조원까지 늘리고 현재 85만톤 생산체제를 10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유승록 스틸앤스틸연구소 부소장은 칼럼에서 “동남아·인도시장 개척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중요한 기회”라며 “저성장의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철강업계와 관련업계가 새로운 신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