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20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일리기포드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진운용 기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20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일리기포드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진운용 기자

신영자산운용이 영국의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와 손잡고 미래 성장성이 풍부한 기업을 싼 값에 사는 최고 전략을 완성한다. 

21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고의 전략은 성장성이 충분하면서 현재가치가 싼 주식을 사는 것”이라며 “우리(신영자산운용)는 혁신 성장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능력을 베일리기포드로부터 배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신영자산운용의 주된 투자 스타일은 흔히 말하는 가치주 투자다. 저PBR이나 고배당 종목을 매수하는 등 현재 기업의 자산가치와 배당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이값이 1배 이하면 시장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순자산가치보다도 낮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허남권 대표는 “우리는 자산가치나 배당가치처럼 손에 잡히는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면서 “여전히 우리의 전략은 유효하지만, 포트폴리오 다원화 차원과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배우기 위해 베일리기포드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국민연금이 신영자산운용한테 위탁한 자금을 전액 회수한 사실에 대해 보도하며, 신영자산운용 위기설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국민연금의 성과 평가 기간은 우리보다 짧다. 우리는 장기성과를 추구하며, 장기성과는 벤치마크(BM) 보다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올해 BM 대비 초과 성과를 내지 못하자 국민연금은 지난 1일 남아있던 자금 3000여억원을 모두 거둬들였다. 실제 올해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올 들어 9월 20일까지 운용 수익률이 12.27%로 BM(코스피 90%+CD91 10%)대비 1.02%포인트(p) 밑돌았다. 같은 기간 ‘신영마라톤’ 펀드의 수익률도 9.33%로 BM보다 약 3.96%포인트 저조했다. 

그러나 투자 기간을 늘리면 신영자산운용의 수익률이 BM을 앞선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지난 3년 수익률은 26.43%로 BM보다 무려 19.91%포인트 웃돈다. 신영마라톤 펀드도 마찬가지다. 3년의 수익률이 BM보다 9.93%포인트 더 높다(16.44%). 

허 대표는 “우리는 기존 가치주 전략을 유지하며 베일리기포드로부터 혁신 성장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베일리기포드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개별 기업들의 리포트들을 받아볼 뿐만 아니라 운용역을 베일리기포드에 파견할 예정이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좌)와 데이비드 헨덜슨 베일리기포드 아시아 태평양 비즈니스 총괄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진운용 기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좌)와 데이비드 헨덜슨 베일리기포드 아시아 태평양 비즈니스 총괄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진운용 기자

베일리기포드는 1908년 영국에 설립됐으며 현재 386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다. 

베일리기포드는 미래의 시장변화를 예측하고, 그 변화를 선도해나갈 소수의 혁신기업들을 선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베일리기포드는 학계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한다. 

임서홍 베일리기포드 한국 비즈니스 공동대표는 “우리는 애널리스트 보고서 대신 학계의 얘기를 듣는 것이 다른 운용사하고의 차별점”이라면서 “테슬라도 학계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2013년에 조기 투자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이날 신영자산운용은 베일리기포드와 손잡고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베일리기포드가 운용하는 4.5조원 수준인 LTGG(Long Term Global Growth Fund Class B)에 재간접 투자한다. 

LTGG는 글로벌 혁신 성장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 아마존, 엔비디아, ASML, 모더나 등 단 37개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베일리기포드는 소수의 혁신 기업에 집중투자 하기 위해 ▲5년 안에 매출이 두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가 ▲10년간, 그리고 그 이후에 얼만큼 성장할 수 있는가 ▲경쟁우위가 무엇인가 ▲기업문화에 차별점이 있는가, 또한 변화에 적응 가능한가 ▲소비자들이 왜 이 기업을 좋아하는가, 장기성장에 중요한 사회적 고려사항은 무엇인가 ▲실적이 적정한가 ▲수익이 증가할까, 감소할까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어떻게 다섯 배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낼 수 있을까 ▲왜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 하는가 등 10가 질문 프로세스를 거친다. 

임서홍 공동대표는 “LTGG의 전략 펀드는 2004년부터 지난 6월까지 누적 수익률 740%로, 벤치마크인 MSCI All Country World Index의 326%보다 2배가 넘는 초과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이번 신영자산운용을 통해 일반 고객에게까지 우리 상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