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 세바스찬 흐바웩 PGZ사 회장, 마리우슈 부아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K9 시험사격에 이은 K2 2차 이행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 세바스찬 흐바웩 PGZ사 회장, 마리우슈 부아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K9 시험사격에 이은 K2 2차 이행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밀려오는 K-방산 수출 물결에 열심히 노를 젓는 그룹이 있다. 한화그룹이다. 방산은 에너지 사업과 더불어 한화그룹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했다. 적극적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로 핵심 무기의 자체 개발 능력을 키워 글로벌 무기 수요 급증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역사는 대한민국 방산의 역사다. 시대를 대표했던 대한민국 유수의 방위산업체들의 노하우가 모여 지금의 한화 방산을 만들었다. 산업용 화약 및 다이너마이트 등을 생산하는 한국화약으로 출발해 지난 1974년 방위사업체로 지정된 이후 수많은 방산 설비 공장을 건립해 폭발물과 정밀화약체계, 유도무기 등을 제조해 왔다.

2014년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며 항공기 엔진, 자주포 등 지상 장비 플랫폼과 항공전자, 레이더 등 방산전자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6년에는 두산DST를 인수하며 기동·대공무기체계, 미사일 발사체계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한화디펜스’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 계열사들을 통합하고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출범시키며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방산 대기업으로 거듭났다.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에 중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한화오션의 2조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그 중 9000억원을 방산 설비 마련과 기술 개발에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수출 확대와 거점 마련을 위해 폴란드·호주 생산공장 건립 등 글로벌 생산거점 마련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각종 국제 방산 전시회·세미나에 얼굴을 비치며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과 글로벌 방산기업 TOP10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 방산의 뿌리이자 기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방위산업의 핵심이자 기둥이다. 그룹 방산 수출의 상당부분을 견인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방산 수출액이 내수 매출액 규모를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K-방산 열풍에 힘입어 지속 성장하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의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방산부문 매출액은 6000억원, 영업이익은 23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대비 각각 80%, 58%가 증가한 수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상승세의 중심에는 폴란드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군비 확장 중인 폴란드와 맺은 K9 자주포,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등의 수출 계약 규모는 이미 8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향후 K9, 천무 2차 실행계약 체결도 기대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우리나라와 17조원에 달하는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에 K9 자주포 완제품 212문을 수출한 바 있다. 폴란드는 올 하반기 우리나라와 30조원에 달하는 계약을 추가로 맺여 k9을 도입할 예정이다. 9월 5일부터 8일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유럽의 대표적인 방산전시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3’에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폴란드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만나고 K9자주포를 살펴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수출하는 자주포 K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수출하는 자주포 K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MSPO 기간 동안 폴란드 국영방산기업인 PGZ와 폴란드형 천무인 ‘호마르-K’ 제조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수출을 위한 2차 실행계약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 기술이전 승인을 받고,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사는 폴란드산 122mm 로켓탄을 천무 발사대에서 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를 거점삼아 유럽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설립한 유럽 법인을 가동해 유럽 유수의 바이어들과 접촉 중이다. 지난 9월12일부터 15일까지는 영국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 참여해 최신형 K-9 자주곡사포인 ‘K-9A2를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호주·폴란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첨단 방산 솔루션을 제시해 영국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역시 기회의 땅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7월 미래형 궤도장갑차인 ‘레드백’을 앞세워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이는 세계 최고 지상방산업체인 독일의 ‘라인메탈’을 꺾고 달성한 쾌거기에 그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분야의 무인화도 집중하고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인 ‘아리온스멧’은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 후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 초부터 3주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 해병대 훈련장에서 아리온스멧에 대한 본시험이 있을 예정이다.

병력과 함께 작전을 수행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국경 강화 방안으로 아리온스멧 등 군용 무인차량 솔루션을 제시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병력과 함께 작전을 수행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국경 강화 방안으로 아리온스멧 등 군용 무인차량 솔루션을 제시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의 협력으로 탑재한 전투솔루션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기체계의 큰 매력 요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국내외 전시회에서도 초소형 SAR위성, 저궤도 위성 모형을 전시하며 준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과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를 갖췄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갖추고 있는 제품과 연동하면 첨단 전장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글로벌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은 올해 4분기에 더 좋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올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천무의 폴란드 납품이 4분기로 예상되고, 지상방산 수출 증가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레드백의 정확한 양산 시점이 확정된다면 실적은 더욱 뛸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 방산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복덩이’다.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탈바꿈시킨 후 탄탄대로가 열렸다. 10년 만에 조선업계에 호황이 찾아온 데다 방산 수출 호황까지 맞물려 겹경사를 맞았다. 육·해·공의 방산을 전부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경쟁력도 성장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충남급 호위함 5, 6번함 수주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발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내수 함정 사업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그룹 차원에서도 한화오션과 한화오션의 방산분야를 밀어주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서 알 수 있다. 앞서 5월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대 유상증자로 인수한 뒤 3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선 것.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385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방산 계열사 몸집 키우기에 힘을 보탠다.

한화오션의 주력 분야는 잠수함이다. 현재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의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 참여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건조 능력은 독보적이다. 국내 잠수함 시장의 97.8%를 점유하고 있으며, 설계기술과 핵심 부품을 타 제조업체에 제공하기까지 한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의 최유력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해군이 현재 보유 중인 킬로급을 대체할 신형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다. 총액 22억5000만유로(약 3조2800억원)을 들여 4척의 신형 잠수함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입찰 참여 의사를 드러낸 기업 중 폴란드가 제시한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온전히 만족하는 기업은 한화오션밖에 없어 한화오션의 입찰 성공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잠항시간이 길고 탄도미사일을 수직발사 할 수 있는 3000t급 ‘장보고Ⅲ’을 모델로 내세웠다. 오르카 프로젝트의 사업 주체인 PGZ의 체자리 체어잔 이사는 “한화오션과 포괄적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의 모델로 제시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사진=국방부
한화오션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의 모델로 제시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사진=국방부

다만 조선·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여지껏 3000t급 잠수함의 해외 수출 이력이 없다는 것이 향후 수주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한다. 한화오션이 오르카 프로젝트에 총력을 다 하는 이유다. 3000t급 잠수함은 추가 사항 등에 따라 가격이 최대 2조원에 이르는 고가 해양전력이다. 한화오션은 향후 잠수함 분야가 해양 방산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오르카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캐나다 신형 잠수합 도입 사업(60조원 상당),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2조원 상당)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따내며 글로벌 체급을 키운다는 목표다.

발로 뛰는 김동관 부회장…선봉장 역할 톡톡히 

방산 강화에 대한 한화의 의지는 김동관 부회장의 의지에서 기인한다. 김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1년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사시키며 현재의 한화오션을 만들었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경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한화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덕에 2010년대 조선업 장기불황을 피한 데다 올해 인수에 성공함과 동시에 호황이 찾아오며 최대의 이득을 봤다.

지난 6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참석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체계적 투자로 한화오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하나씩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현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 사업구조도 정착시켰다. 전략부문 사내이사직을 맡은 후 올해 4월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등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통합시키며 통합사 체제를 완성했다.

김 부회장은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 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개척하고 지속 가능한 내일의 가치를 만드는 초일류 혁신 기업이 되겠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은 직접 발로 뛰며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 MSPO 전시장을 찾아 안제이 두다 폴란드대통령을 직접 만나며 장보고Ⅲ의 잠항 능력과 화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화와 폴란드 간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K-9 수출 확대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MSPO 전시장에서 만난 김동과 부회장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한화오션
MSPO 전시장에서 만난 김동과 부회장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한화오션

이외에도 김 부회장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베트남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데 이어 파리 에어쇼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해외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10월 17일 예정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 우주항공사업 수주도 직접 챙길 것인지 행보가 주목된다.

“현지 감성을 잡아라”

국내 방산시장과 해외 방산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국가별, 진영별 무기체계도 각기 다를뿐더러 안보위협을 느끼는 정도도 상이하다. 무기 규제 기준과 윤리관 등 ‘감성’까지 다른 경우도 있다. 고객별로 천차만별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한화그룹의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인접국인데다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으로 무기를 지원해 자국 무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때 준수한 기술력에 무기 조달이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완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곳이 한화그룹이었다. 이런 조건이 맞아떨어졌기에 K9자주포 212문을 비롯한 무기 대거 수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다시 여유가 생긴 폴란드를 필두로 호주·인도·사우디 등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 현지생산 및 자국산 부품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기술이전과 자국 기업 참여까지 바라기 시작하면서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 아래 해외 생산거점의 빠른 확보와 현지 법인 설립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졌다.

지난 9월 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방위산업 육성과 발전방안을 위한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방산 수출산업화 정책도입의 필요성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정부 유관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사진=박상준
지난 9월 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방위산업 육성과 발전방안을 위한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방산 수출산업화 정책도입의 필요성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정부 유관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사진=박상준

현지 ‘감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요 수출 무대인 유럽 국가의 대부분은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했다. 집속탄은 넓은 지역에 파편을 흩뿌리는 무기로 대인 살상에 효과적이지만 불발탄 다수 발생 및 민간인 피해 심화 여론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여전히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지난 2020년까지 집속탄을 생산하다가 네덜란드 계약이 불발될뻔했다. 결국 2021년 “국제사회의 기대 수준 등을 충족하기 위해 집속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집속탄 등 특수탄 사업 법인 KDI를 분리하고 매각한 후에야 원활한 유럽 진출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선 이밖에도 ESG경영 확대와 각 진영별 무기체계 맞춤 생산라인 구축 등 수출 대상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준비가 뒷받침 될 때 한화그룹의 저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미국  방산 당국이 서로의 무기 체계를 상호 공동 탑재와 사용이 가능하도록 표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 한국이 수출용으로 만드는 무기 체계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전역에서 쉽게 호환할 수 있는 체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