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내 각종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장치가 오히려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투자의 폭을 좁혀 불평등한 시장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소리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의 ‘차액결제거래(CFD) 규제 보완방안’의 후속조치가 공개된 이후 더욱 커졌다. 

높아진 CFD 진입 장벽, 위축되는 시장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에 돈을 빌려(증거금의 최대 2.5배) 투자한 뒤 매수·매도 차액만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시세조종 도구로 CFD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국내 증권사 13곳이 이를 잠정 중단했다.

당시 CFD 거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금융위는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고가 3억원 이상인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CFD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종전 기준이었던 5000만원에서 6배나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증권사에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2년마다 재확인하고, 신용공여 한도에 CFD 취급 규모를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CFD 취급 제도는 11월 말까지 50%를 반영하지만, 12월 이후부터는 100%를 반영한다.

규제 손질과 동시에 일부 증권사들도 이달 1일부터 CFD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까다로워진 조건에 진입이 막힌 투자자들이 늘면서 시장 분위기는 싸늘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증거금 차감 CFD 명목잔고(코스피·코스닥·해외)는 6405억8307만원으로 집계됐다. CFD 재개가 시작된 9월 1일(6511억8383만원) 대비 106억 76만원 감소한 것이다. 실제 CFD가 재개된 9월 1일부터 13일까지 증거금 차감 CFD 명목잔고는 9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가 가능한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에 보유 자산 기준이 높아졌고,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도 2년마다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4개월간 신규 거래가 중단된 영향이 있지만 잔액 증가 속도는 과거 대비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점점 좁혀지는 개미들의 입지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이같은 당국의 규제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목별 CFD 잔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은 자칫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CFD는 외국인 투자자의 특권으로 불렸던 ‘공매도’ 포지션을 개인들에게도 일부 허용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담보비율과 상환 기한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CFD는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다. 이를 악용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분명 순기능이 있는 상품”이라며 “거래 가능 대상자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진입 자체를 막아버린다면 CFD에 대한 인식 자체도 안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도 “개인투자자에게 쉽게 허용되지 않는 공매도를 그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기능했던 서비스인데, 당국의 규제로 인해 이미 좁은 투자 폭이 더 축소될 수 있다”며 “자본시장 규제가 강화된다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절대 호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좋게 평가되는 상품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관에게만 제공된다. 판매해야 하는 물량, 향후 수익률 등을 파악했을 때 판매사 입장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의 강화는 이미 불공평한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FD에 대한 진입 규제 강화가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CFD 등 장외파생상품 연계 불법 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과제’에서 “CFD를 폐지하면 TRS, 신종 마진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장외파생상품으로 쏠림이 커져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한국은 2010년부터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진입 규제를 강화해온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가상자산, FX마진, 해외 레버리지 상품과 같은 고위험 상품 거래를 늘리는 등 투기적 상품으로의 쏠림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지난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등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지난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등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로 향하는 규제 압박

이제 당국은 규제 강화의 칼날을 CFD에서 사모펀드로 겨누는 모양새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특혜 환매 의혹으로 재조명되면서, 당국에서는 사모운용사를 대상으로 법규위반 시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달 “라이센스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행위,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위반은 원스트라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한편,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문제다. 보완해야 하는 부분만을 고치면 되는데도 그간 당국은 행위를 아예 막아버리는 조치를 많이 취해온 것 같다”며 “강화된 규제로 중소형 운용사들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고, 사모펀드를 주 업으로 수익을 내던 회사들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