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및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사진=기아자동차
신차 및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사진=기아자동차

고급차 열풍에 주춤하던 경차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고유가 및 고금리 속 경제성이 높은 경차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장기화의 징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국내 경차 등록 대수는 1만278대로 전달과 비교해 3.7% 증가했다. 8월 전체 차량 판매가 전달보다 11.6%나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차를 제외한 다른 차종 판매는 모두 감소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차량별로 보면 3793대 판매된 레이가 6위에 올랐고, 7위는 캐스퍼(3692대), 10위는 모닝(2762대)이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차 3종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경차는 배기량 1000cc 이하의 소형차를 의미한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차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8월 국산차 거래에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차는 총 4종이다. 1위 모닝(4103대)과 3위 스파크(3605대)를 포함해 5위 기아 레이(2358대), 9위 기아 뉴 레이(1960대)가 순위권에 들었다. 모닝은 올 상반기 중고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경차는 경기 불황에 ‘잘 나가는’ 대표 상품 중 하나다. 경차 판매량이 급등했던 시기는 경기 불황기와도 맞물린다. 1998년 IMF시기 경차는 15만6521대 판매되며 국내 시장 점유율 27.6%를 차지했다. 거리를 다니는 10대 중 3대가 경차였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하락세를 타던 경차 판매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다시 부활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만6174대가 판매된 뒤 2012년에는 21만6752대로 정점을 찍었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13년 판매량이 감소하다 2020년에는 9만8742대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나타난 경차 판매 반등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차는 저렴한 차량 가격 못지않게 경제적인 유지비를 자랑한다. 모닝은 15.7km/ℓ, 레이는 13km/ℓ 연비를 갖췄다. 대표적 세단 모델인 그랜저 연비가 10km/ℓ 내외라는 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경차는 취득세 감면, 통행료 및 보험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유지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소비자의 과시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제품 중 하나”라며 “경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불경기에 보여지는 것을 포기한 소비자들이 기능성과 효율성을 선택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동차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된다”며 “유지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차량 프리미엄보다 매력적인 경차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