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부 이상훈 부장
산업2부 이상훈 부장

대한약사회가 반려동물용 의약품의 약국 공급 문제를 놓고 제약 기업과 지리한 공방전을 전개하고 있다. 약사회는 최근 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을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폐동맥 또는 심장 우심방에 주로 기생한다. 심장사상충은 예방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사상충 예방약 약국 공급 거부 문제는 과거 약사회의 문제제기에도 대법원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당시에도 약사회는 해당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약사를 고발했다. 그리고 공정위는 제약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제약사가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특정 동물약국에 한정되지 않는 모든 동물약국에 유통을 거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집단을 배제한 게 아닌 만큼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같은 판결은 동물용 의약품을 유통하는 베링거를 비롯 제약사들이 동물병원에만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공급해온 근거가 됐다.

제약사들이 동물병원에 한해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공급하는 또다른 이유는 ‘약물의 오남용 우려 등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전문가인 수의사 진료를 받드시 받도록해 오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법원 판단과 제약사 공급행위에 약사회는 또 반발했다. 이번에는 ‘담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약사가 특정단체와 담합을 통해 심장사상충 예방약 약국 공급을 막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약사회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약국 공급이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반려동물 보호자) 선택권’을 내세웠다.

약사회는 회원인 일선 약국 약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해야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집단의 이익’을 내세우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소비자 선택권과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이슈를 둘러싼 이중잣대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선을 ‘24시 편의점 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이슈’로 돌려보자. 시민단체가 상비약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대와 공휴일 등 의료공백이 발생했을때 상비약 구매 편의성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약사회가 동물약 공급 문제에서 내세우고 있는 ‘소비자 선택권’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약사회는 상비약 품목 확대에서는 외면했지만 동물약 논란에서 만큼은 소비자 선택권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안전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비약 폼목 확대는 안전성을 앞세워 반대하면서, 정작 동물약 논란에서 만큼은 안전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사회에는 ‘펫팸족(펫+패밀리)’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약사회가 안전성을 내세워 상비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만큼, 우리의 가족과 같은 존재인 반려동물의 안전한 약물 복용 권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통 한가지를 비판하면서 동일선상에 놓인 다른 하나는 옹호할때 ‘이중잣대’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해도 되지만, 너는 안 된다’는 식의 내로남불 역시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중잣대 논리는 약사회와 제약사간 벌어지고 있는 동물약 공급 문제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