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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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사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액이 2조3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 한 곳에서만 잔액이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가팔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최근 주담대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케이뱅크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지난 4~7일에는 카카오뱅크를 들여다봤다. 토스뱅크는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아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인터넷은행이 경쟁적으로 주담대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대면 대출 심사가 소홀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심사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점검에 나선 이유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올해 주담대 공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인터넷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8월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23조3838억 원이다. 두 달 전인 6월(21조157억원)과 비교해 2조3671억원(11%)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8월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약 19조3173억원으로 집계됐다. 17조3223억원이었던 지난 6월 말보다 1조9950억원(11.5%)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6월 말 3조6934억원에서 8월 말 4조655억원으로 3721억원(10.1%)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511조4007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3조5990억원(0.7%) 늘어난 것에 비해 급격한 증가세다.

인터넷은행에 주담대 수요가 쏠린 것은 낮은 금리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연 4.16%, 4.17%다. 4.02%와 4.14%를 기록했던 지난 6월보다는 금리가 올랐지만 5대 은행(4.28∼4.70%)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주담대 금리를 내리고 특판을 진행하면서, 지난 4∼5월 중에는 평균 금리가 3%대로 내리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갈아탄 대환 수요도 몰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분기 기준 주담대 신규취급액의 60%가 대환 대출이다. 케이뱅크도 8월 전체 주담대 중 대환 대출 비중이 60%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현장점검에 돌입하며 인터넷은행도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8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063∼7.016%다. 연 4.05∼6.989%인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 4.20∼6.721%, 5대 은행은 연 3.79∼6.203%로 인터넷은행이 더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7월까지 주담대 금리를 3.82%로 유지했으나, 이후 금리를 계속 올렸다. 지난달 25일 50년 주담대 상품에 만 34세 연령 제한을 신설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의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아울러 가계 대출 증가세를 이끈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NH농협은행은 이번 달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7일에는 하나은행이 주담대의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8일부터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를 종료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 중단 계획에 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무주택자 등에 한정해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