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글로벌 AI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오픈AI와 협력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구글, 메타, 애플까지 AI 전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최근 하이퍼크로바X를 발표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AI 격전지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시장의 고도화도 예상보다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초거대AI를 위시한 버티컬 AI부터 다양한 서비스와 경량화로 무장한 로컬 AI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출격하는 가운데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AI 시장의 '팽창과 영역화'가 함께 진행되는 상태에서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이윤 창출이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서비스 고도화 작업과 별도로 클라우드 인프라와의 시너지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두각을 보이고 있는 AI 서비스들을 자사의 디지털 인프라에 포함시키려는 클라우드 업체들의 새로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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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MS, 구글의 전략은?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AI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자체가 인터넷 플랫폼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텔리전트 패러다임으로 변하는데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WWDC 2023에서 공간 컴퓨팅만 발표했던 '콧대높은' 애플도 뒤이어 AI 전략을 발표할만큼 현재 빅테크 업계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 연장선에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서는 AI 특화 디지털 인프라로 몰리는 고객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클라우드 업체들은 초거대AI 모델을 구축해 이와 관련된 서비스 인프라를 파생시키는 일반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AI에 대한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만 주로 B2B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AI를 성장엔진으로 삼는 파트너들에게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혹은 AI를 필요로 하는 파트너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전자가 일반적인 클라우드 업체의 수익 창출 연장선이라면 후자는 급변하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특화 로드맵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 AW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클라우드 인프라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AI 특화 로드맵도 대거 출시했기 때문이다.

파트너들에게 AI 훈련장을 제공하는 개념인 세이지메이커(SageMaker)가 대표적이다. 

지난 리인벤트 2022를 통해 조직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권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롤 매니저(Amazon SageMaker Role Manager), 모델 정보 수집 단순화가 가능한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모델 카드(Amazon SageMaker Model Cards) 등 신규 기능 8개가 추가되어 더 강력해진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파트너들에게 AI를 고도화시킬 수 있는 기반 인프라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이들을 AWS 가두리 양식장에 가둔다는 전략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LLM을 지원하는 베드록(Bedrock)도 준비하고 있다. 세이지메이커가 AI 훈련장으로 제공한다면 베드록은 AWS가 관리하는 머신러닝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파트너들이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고 훈련시키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데이터는 AWS가 아닌 파트너들이 관리하며, 이들은 베드록을 통해 자신만의 생성형 AI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챗GPT 등 범용적인 생성형 AI 활용에 있어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사내에서 전격 금지시킨 적이 있다. 이에 착안한 듯한 베드록은 AI가 필요하지만 데이터 유출 등 여러가지 이유로 범용적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껄끄러운 이들에게 '우리만의 AI'를 제공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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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2위 업체인 MS는 AWS와 비슷하지만 다른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MS 애저에 오픈AI의 챗GPT 기능을 대거 탑재해 강력한 인프라를 창출하는 것은 AWS의 큰 흐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포털인 빙에 챗GPT를 지원해 검색포털 AI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애저를 통해서는 기업 생산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AWS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AI를 성장엔진으로 삼는 파트너들에게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혹은 AI를 필요로 하는 파트너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방식 중 AWS의 베드록은 후자에 더 집중했지만 MS는 전자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피스365 등 기업 생산성에 특화된 영역에 AI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향성으로 가고 있기에 약간의 전략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AWS와 약간의 방향성은 달라도 전개 속도는 가장 빠르다. 오픈AI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AI 시장 전체를 주도하고 있기에 그 어떤 클라우드 업체 대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GPT를 포털 플랫폼 빙에 탑재하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에 이어 애저 오픈AI 서비스(Azure OpenAI Service)과 챗GPT를 더하는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클라우드 인프라인 애저에 AI 기능을 빠르게 투입해 기업 생산성을 키우는 로드맵이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빠르게 결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회계 및 컨설팅 기업 KPMG는 감사, 세무, 재무 등 주요 비즈니스 영역에 MS 클라우드 및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적용해 120억달러 상당의 성장 기회를 창출했다고 밝혔으며 PWC도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활용한 AI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저드슨 알소프 MS 수석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CCO)는 “MS는 파트너들에게 가장 진보한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각각의 비즈니스 니즈를 충족시키고 산업의 미래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3위 구글도 본격적인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 행사를 통해 LLM과 생성형 AI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서비스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파트너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AWS의 전략과 비슷하다.

기업이 자사 데이터로 맞춤형 앱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LLM을 제공하는 버텍스AI 기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구글클라우드 파트너들은 메타의 라마2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클로드2, 엔비디아의 DGX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생성형 AI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 파트너들의 코드리스 전략을 돕는 듀엣AI도 공식 출시됐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연합이 눈길을 끈다. 우선 버텍스AI에서 엔비디아 H100 GPU를 사용할 수 있으며, 여세를 몰아 구글클라우드 기초체력 강화에 엔비디아 인프라가 속속 도입될 길도 열렸다. 엔비디아 H100 GPU로 구성된 전용 구글 클라우드 A3 가상 머신(VM)이 발표됐으며, 구글클라우드가 엔비디아 DGX GH200에 액세스 권한을 획득한다는 점도 발표됐다. 이제 구글클라우드는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 DGX GH200 AI 슈퍼 컴퓨터를 통해 생성형 AI 워크로드에 대한 성능을 탐색할 수 있는 기업이 된 셈이다.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의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가 생겨 양 플랫폼의 연결고리도 강해졌다.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구글클라우드의 기업용 서비스 로드맵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한편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하이퍼크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가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뉴로클라우드 전략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인 뉴로클라우드를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설치하고 그 위에 GPU 클러스터를 결합, 하이퍼클로바X 모델과 학습, 운영도구들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 전용 서비스다. 

네이버는 AI 전략을 가동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한국에 특화되면서도 일종의 경량화AI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오랫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더불어 국민들에게 익숙한 서비스를 총동원해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 핵심 전략은 네이버클라우드가 맡고 있으며 B2C는 물론 B2B 영역에서도 판을 키우는 중이다.

클로바스튜디오와 뉴로클라우드. 사진=네이버
클로바스튜디오와 뉴로클라우드. 사진=네이버

레고형이 대세?
AI 시대가 도래하며 클라우드 업체들의 판 깔아주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AWS와 구글클라우드가 클라우드라는 기초에 착안해 파트너들의 AI 그릇을 만들고 있다면, MS는 AI를 디지털 전환 인프라인 클라우드에 빠르게 탑재해 파트너들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각각의 기업들이 하나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게 실시간으로 코드를 제안하고 생성시키는 아마존 코드 스위퍼러처럼 AI 전략을 클라우드 파트너들에게 제공해 기업의 생산성을 키우기도 한다. 다만 큰 틀에서 각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분위기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세부적인 방식이다. 특히 파트너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쪽에 주력하는 AWS와 구글클라우드의 경우 소위 레고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고객의 자유도와 선호도를 최고의 가치로 전제하고 소위 '마구잡이로 뻗어가듯' 서비스를 확장하는 개념과 닮았다.

AWS 베드록이 대표적이다. 미 맨해튼 재비츠 센터(Javits Center)에서 열린 AWS 서밋 뉴욕(AWS Summit New York)을 통해 베드록의 큰 그림이 발표된 상태에서, 최근 방한한 루크 앤더슨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AI 및 ML 매니징 디렉터는 베드록을 소개하며 "AI21 랩스의 다국어 LLM인 쥬라기-2(Jurassic-2), 임베딩 모델인 코히어, 디자인 및 로고 생성이 가능한 스태빌리티.AI, 코딩을 위한 LLM인 앤트로P/C, 텍스트 요약 및 임베딩이 가능한 타이탄"으로 구성된다"며 "기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서히 발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다양한 모델을 베드록 내부에서 제시해 파트너들이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록 태풍의 핵인 오픈AI는 빠졌지만 베드록 내부에서 쓸 수 있는 도구들은 대부분 매력적인 서비스다. 이들을 마치 레고처럼 조립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구글클라우드도 비슷하다. 버텍스AI에 메타의 라마2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클로드2, 엔비디아의 DGX 등을 포진시켜 역시 파트너들의 입맛에 맞는 도구들을 나열했기 때문이다.

루크 앤더슨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AI 및 ML 매니징 디렉터. 사진=최진홍 기자
루크 앤더슨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AI 및 ML 매니징 디렉터. 사진=최진홍 기자

AI 클라우드의 커스터마이징 전략
클라우드 업체들은 AI 전략을 가동하며 필연적으로 B2B에 주목하고 있다. 파트너들이 AI 시대에도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에 머물러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상당수의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른바 레고 전략으로 파트너들을 더욱 유혹하는 중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레고 전략은 AI 시장 트렌드와도 궤를 함께한다.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로컬 및 경량화 AI 서비스 전략이 등장하며 AI 개인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AI 커스터마이징이 부상하는 배경이며,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클라우드 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커스터마이징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업체들은 AI 시대를 맞아 시장의 전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누가 판을 잘 깔아주느냐에 방점이 찍힌 상태에서 각 업체들은 다양한 AI 도구를 제공하는 레고 전략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