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존재감이 빅테크 업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모빌리티 플랫폼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NEXT MOBILITY: NEMO 2023(이하 네모 2023)’을 통해 자사 플랫폼에 AI를 적극 활용, 유기적인 인텔리전스 전략을 추진한다는 각오를 밝혀 눈길을 끈다.

HD맵의 아르고스 시리즈부터 UAM(도심항공), 일반 모빌리티 서비스 전체에 AI를 덧대어 그 역량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모빌리티에 특화된 전용 AI 엔진을 개발한다는 포부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2회로 접어든 네모 2023에서 새로운 전략이 대거 나오기는 했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지난해 1회 네모 2022행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비밀병기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전략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UAM 목업. 사진=최진홍 기자
UAM 목업. 사진=최진홍 기자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네모 2023을 열어 ‘우리의 세상을 이해하는 AI’라는 기술 목표를 공유하는 한편, 경로배정(Routing)∙운송관리시스템(TMS) 등의 모빌리티 엔진부터 자율주행∙로봇∙디지털트윈 등 모빌리티 AI 기술들을 플랫폼과 결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2024년 상반기까지 ‘모빌리티에 특화된 생성형 AI 엔진’을 구축하고 신규 엔진을 활용해 현재 운영 중인 AI 기반의 각 서비스들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모빌리티 및 물류∙배송 AI 플러그인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CTO는 개회사를 통해 "올해 초 인수한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로 차량 호출 서비스를 개선했으며 국내에 입국하는 해외 여행객들을 위한 인바운드 서비스 개발도 완료된 상태"라며 "미래를 이끌 새로운 기술 비전도 제시하며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자국 디지털 플랫폼이 산업을 주도하는 등 이른바 ‘플랫폼 주권’을 확보한 곳이다. 그 연장선에서 AI 트렌드와 플랫폼에 대한 자유도를 결합해 모빌리티 영역에서 의미있는 전략을 끌어낸다는 각오도 나왔다.

모빌리티 전용 생성형 AI 엔진 전략이다. 그는 "생성형AI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가운데 다른 기술들의 결합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AI 엔진들과 플러그인을 다양한 파트너들에게 제공해 모빌리티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 말했다.

한편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CEO는 기조연설에 참여해 자사의 AI 전략을 소개하며 연내 공개 예정인 차세대 언어모델의 중간 학습 버전을 공개했다. 이를 통한 생성형AI 기반 서비스의 공격적인 전재를 선언하기도 했다. 카카오 전체의 AI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도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올리버 레츠버그 구글 AI 및 데이터 제품 담당 부사장도 무대에 올라 AI 전환 시대의 진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가 AI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가 AI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평범한 플랫폼?
현장의 AI랩에는 모바일 맵핑 시스템(MMS) 아르고스(ARGOS) 시리즈가 등장했다. 아르고스 시리즈는 실내외를 모두 커버하는 32채널 라이다, 안테나, 머신비전 카메라 등을 장착했으며 고정밀지도 HD맵을 구현해 디지털 트윈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모듈을 차량에 부착하는 방식인 아르고스 아이 4.2와 저고도를 비행하는 드론에 설치되는 아르고스 에어, 모바일 로봇에 MMS 모듈을 결합한 아르고스 MR 등이 나왔다.

UAM 전략도 공개됐다. 영국의 기체 제조사인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하는 VX4가 1/10 크기로 구현된 목업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시각화한 모빌리티 아틀라스도 리뉴얼된 상태도 공개됐다.

다만 카카오모비리티가 네모 2023을 통해 공개한 라인업들은 대부분 그 존재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일부 기능적 측면에서 발전했으나 큰 차이가 없다.

모빌리티 아틀라스. 사진=최진홍 기자
모빌리티 아틀라스. 사진=최진홍 기자

AI 모빌리티 기술 + 플랫폼
네모 2023에서 공개된 카카오모빌리티의 하드웨어 플랫폼 라인업은 별 차이가 없으나, AI 전략이 더 선명해졌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모빌리티 생태계를 보유한 상태에서  AI 기초체력을 꾸준히 키워 덧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 공개된 UAM 등은 표면적으로 AI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UAM 전략에서 AI를 강화해 수요와 공급의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을 유기적으로 펼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 전반의 인텔리전스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라인업들이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여도, AI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되어 플랫폼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네모 2022에서도, 그 이전부터 AI 전략을 키워왔으나 올해 네모 2023을 통해서는 더욱 진지한 AI 활용법에 접근하는 분위기다.

자체 개발 예정인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이 대표적이다.

현재 빅테크 업계에서는 초거대 AI 모델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이른바 버티컬 AI 전략에도 속도가 붙은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생활밀착형으로 뻗어나간 O2O 플랫폼 서비스들을 다수 확보한 상태며, 상대적으로 기민하게 AI 로드맵을 덧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실 이동의 모든 것'을 책임지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최전선에 동시에 투입된 상태다. 하드웨어 현실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디지털의 AI 전략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으며, 당연히 버티컬 AI 전략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에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이 추가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반 서비스들은 순식간에 '오토매틱 온디맨드'까지 가능한 살아있는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하드웨어 플랫폼 라인업은 평범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올해 네모 2023이 중요한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