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킥보드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더스윙'이 프리미엄 전기 자전거 브랜드 볼테르와 함께 5일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PM) 스윙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모빌리티 전략을 가동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전기 자전거 판매에도 나선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전기 자전거 시장은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국내의 경우 낮은 품질로만 일관하는 제품들이 대거 들어오며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며 '이동하는 모든 것'을 노리는 우리가 전기 자전거 판매 시장에서도 제일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볼테르 전기 자전거는 PAS형이며 페달을 밟아야만 모터가 작동해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다. 성수동 팝업 스토어는 10월 4일까지 운영되며 이후로는 다른 지역에서 열릴 계획이다. 

왼쪽이 벨쿠르, 오른쪽이 르잔드르. 사진=최진홍 기자
왼쪽이 벨쿠르, 오른쪽이 르잔드르. 사진=최진홍 기자

페달 밟는 순간, 파리지앵이 된다
비오는 화요일 저녁.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팝업 스토어에 들어서자 두 대의 전기 자전거가 방문객을 반긴다. 

먼저 벨쿠르(BELLECOUR)다. 하얀색 바디에 갈색 가죽으로 매끈하게 마무리가 된 전기 자전거다. 김형산 대표는 "빈티지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전기 자전거"라며 "데일리용으로 출퇴근할 때 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러는 트롤블루 등 총 4가지로 구성되며 전반적으로 튼튼하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체인마저 금속의 느낌을 벗겨내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촘촘'하다는 느낌을 준다.

키가 155cm에서 175cm인 사람이 이용하기에 적당하며 배터리를 포함한 전체 무게는 21.5Kg이다.

벨쿠르. 사진=최진홍 기자
벨쿠르. 사진=최진홍 기자

가격은 329만원이다.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제대로 된 전기 자전거를 구매하고 싶다면 의외로 저렴한 가격이다. 김형산 대표는 "벨쿠르를 개별로 구매할 경우 여러 비용이 붙어 가격이 훌쩍 뛴다"면서 "더스윙을 통해 구매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고 말했다.

배터리는 안장을 뒤로 젖혀 내부에 삽입하는 구조다. 삼성의 배터리로 구성됐으며 안정성이나 성능에 있어서 인증기관의 공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김형산 대표가 벨쿠르에 배터리를 삽입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김형산 대표가 벨쿠르에 배터리를 삽입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또 다른 전기 자전거는 르잔드르(LEGENDRE)다. 도심을 누비는 액티비티한 라이딩 경험을 원할 때 고려하면 좋은 전기 자전거라는 설명이다. 김형산 대표는 "활동적인 사람들을 위한 전기 자전거"라며 "스포티한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격은 339만원이다. 벨쿠르와 비교해 차체가 살짝 높고, 속된 말로 '짱짱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기본적인 구성은 벨쿠르와 비슷하지만 전기 자전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김 대표의 설명처럼 액티비티한 야외활동에 잘 어울린다. 배터리 삽입 방식과 내용은 벨쿠르와 동일하다.

키가 170cm에서 200cm인 사람이 타기에 편하다. 벨쿠르가 여성용 전기 자전거에 가깝다면 르잔드르는 남성용 전기 자전거에 가깝다는 뜻이다. 물론 신장에 따라 편하게 활용하면 끝이다. 두 전기 자전거의 디자인 자체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컬러는 아몬드 그린 등 4가지다.

김형산 대표의 설명을 들은 후 팝업 스토어 야외로 나가 시승을 했다. 스윙의 공유 전기 자전거나 카카오모빌리티의 T바이크를 가끔 이용한 경험이 있어 이와 비교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힘차게 패달을 밟았다. 레벨에 맞춰 페달을 밟으며 전기 자전거의 진동을 느꼈다. 

어느새 비가 그쳐 주변 공기는 고요하게 가라앉았고, 부드러운 전기 동력이 기분좋은 떨림을 흩뿌렸다. 어? 여기가 어디지?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 노트르담 대성당을 스치며 세느강이 펼쳐낸 감정의 수평선을 달렸다. 그래. 내가 파리지앵이다. 

"한 번 타보면 다시는 다른 전기 자전거를 탈 수 없어요"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김형산 대표의 말이 없었다면 영원한 파리지앵이 되어 국제미아가 될 뻔 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완벽한 승차감(?)에 감탄하자 김 대표의 뿌듯한 표정이 더욱 생생해졌다.

르잔드르. 사진=최진홍 기자
르잔드르. 사진=최진홍 기자

발상의 전환?
더스윙은 왜 프리미엄 전기 자전거를 판매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김형산 대표는 "PM인 스윙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 보여준 더스윙의 공격적 사업 확장을 돌아보면 수긍이 간다. 실제로 스윙은 킥보드, 자전거, 스쿠터의 '2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 벗어나 타다 인수 등을 통해 4륜 기반의 모빌리티 영역까지 노린 바 있다. 인접 시장인 프리미엄밴, 카쉐어링 및 구독 영역으로의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일본 PM 시장 진출을 잠시 중단하는 등 소위 선택과 집중도 벌이는 중이다.

김 대표는 "연 매출 1조원이 목표"라며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모빌리티 슈퍼앱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전기 자전거 판매도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기 자전거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봤다"면서 "앞으로 공유 플랫폼 전용, 판매용, 구독용으로 분류해 체계적인 전략을 가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라인업은 당연히 다른 기종이며 공유 플랫폼 전용이 내구성에 주로 방점을 찍는다면 판매용은 벨쿠르와 같은 프리미엄, 구독용은 자체 개발할 생각이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김 대표는 "더스윙은 전국 기준, PM 사업자 중 가장 많은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빌리티 슈퍼앱 전략을 가동한 노하우까지 보유하고 있어 전기 자전거 판매에도 큰 우위를 가진다"며 "고객이 더스윙을 통해 전기 자전거를 구매한다면 배송부터 AS까지 전방위적으로 책임진다"고 말했다.

더스윙이 운영의 천재라는 점도 자신감의 배경 중 하나다. 실제로 스윙이 생각하는 모빌리티 슈퍼앱의 철학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운영 효율화'다. 우버가 라이드헤일링(ride hailing, 호출형 승차공유서비스)에서 얻은 '운전기사 플랫폼'을 우버이츠에 활용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인 것이 좋은 예이다. 

압도적인 이용자(유저) 수를 모아 중개에 집중하는 수요 주도식 플랫폼이 아닌, 직접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성과 규모를 동시에 달성하는 공급주도식(supply-driven growth) 성장모델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운용의 묘'는 전기 자전거 판매를 포함한 다양한 파생 서비스 전반의 운영 효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있기에 자칫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전기 자전거 판매도 과감하게 끌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볼테르를 디자인한 그레고아 창업자도 성수동 팝업 스토어를 방문해 더스윙의 이러한 저력에 만족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볼테르 디자이너 그레고아(좌)가 팝업 스토어를 방문해 김형산 더스윙 대표(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스윙
볼테르 디자이너 그레고아(좌)가 팝업 스토어를 방문해 김형산 더스윙 대표(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스윙

한편 더스윙은 최근 타다 인수전에 나섰으나 협상 대상자인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매각을 취소하며 화제의 중심이 된 바 있다. 다만 충격을 빠르게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타다 인수전을 거치며 또 다른 새로운 협업의 기회가 열렸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외부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