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 및 양자 공식 방문을 맞아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기획한 광고 영상이 3일부터 자카르타 시내에 상영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 및 양자 공식 방문을 맞아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기획한 광고 영상이 3일부터 자카르타 시내에 상영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5일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별도의 경제사절단이 없는 이번 순방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인들이 개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계는 각 기업인들이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시장 개척 및 확장의 기회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인들의 개별적 순방 동행

윤 대통령은 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순방길에 올랐다. 순방 일정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5일부터 바로 시작된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연이어 참석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정상들과 양자 회담도 갖는다.  

주요 기업인, 경제단체 및 협회장 등으로 공식 경제사절단이 구성됐던 한-일, 한-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일정에는 별도의 사절단이 구성되지 않았다. 대신 기업인들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순방 일정에 동행했다. 

이번 순방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동행했으며 각 기업인들은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업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韓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의 땅’ 

한·아세안 및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약 2억7753만명에 이르는 세계 4위 인구대국으로, 인구에 비례하는 큰 수요를 자랑한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인 전기차 및 배터리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니켈·코발트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인도네시아에 현지 사업장을 운영 중이거나, 사업장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치카랑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카르타 찌비뚱의 R&D 법인과 TV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에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동남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은 많은 인구와 그에 비례한 큰 수요,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각 국가 정부의 정책 등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경제와 외교 측면의 불안정성으로 위상이 떨어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자 다른 ‘목적’ 

최고 경영자가 이번 순방에 동행한 각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도모할 수 있는 시장 확장의 기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현대자동차에게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산 부품의 비중이 40% 이상인 전기차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11%에서 1%로 인하했다. 그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의 4월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3월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만 총 1039대의 아이오닉5를 판매해 57.8%의 시장 점유율로 전체 판매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3.7%로 브랜드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린 것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와 관련해 꾸준히 증가하는 수요와 기업 친화적 정책들을 고려하면. 현대자동차에게 인도네시아는 단순한 수요 확장을 넘어 동남아 시장의 확장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의 동행은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LG의 경우 그룹의 핵심인 LG전자를 앞세운 동남아 거점 및 시장 확장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생산·판매법인에 더해 최근에는 현지 R&D 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동남아시아 생산기지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연이어 방문해 현지 법인의 생산성, 품질 고도화, 공급망 개선 등의 전략을 점검하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차와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으로 인도네시아는 LG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장이 됐다. LG의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방문 역시 이러한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이다. 창업주인 故신격호 회장이 강한 의지로 실행시킨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들은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절대 철수할 일 없다”던 중국 롯데마트는 결국 큰 손해를 입고 중국에서 철수해야 했다. 중국에서의 굴욕을 기억하는 롯데는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했고, 동남아시아에서 대안을 발견했다. 

롯데의 유통사업부문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중국의 롯데백화점 법인을 완전 청산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로 글로벌 유통사업의 거점을 옮겼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조감도. 출처= 롯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조감도. 출처= 롯데

신동빈 회장이 약 7년간 공을 들인 베트남 하노이의 초대형 롯데타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오는 22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신동빈 회장의 순방 동행은 롯데의 탈중국과 동남아 시장의 추가 확장 가능성을 직접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LS의 경우 LS전선아시아 베트남 법인, LS일렉트릭 인도네시아 법인 등 동남아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동남아지역의 전력 인프라 운영으로 입증된 기술 경쟁력을 통해 LS는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과 동남아 시장의 접점을 찾고 있다. 구자은 회장의 방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경제위기, 미국과의 대립 구도로 인한 경제적 고립 그리고 공산당 주도의 국영 기업 중심 기업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중국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수요와 풍부한 천연 자원이 강점인 동남아 시장은 우리 기업들에게 경직된 글로벌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들이 가득한 곳이기에, 이번 순방 동행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인들은 동남아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