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예전에 미국의 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니, 고객들이 팬덤이 되어 논란에 빠진 회사를 도와 주기도 하던데. 왜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충성 고객을 비롯한 저희 팬덤은 회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은 팬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대로 기업의 특정 팬덤은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지원군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회사 자체에 좋은 인식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회사에 대하여 이슈나 위기 시 웬만해서는 극단적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팬덤의 반응 형태는 ‘(일시적 또는 단기간의) 침묵’이나 ‘의견 표명의 유예’정도로 보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위해 팬덤이 실제로 규합되고, 특정한 지원 움직임까지 실행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기에는 전혀 다른 변수들이 작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기업을 바라보는 고객 및 이해관계자 팬덤의 수준은 동내에서 서로 얼굴을 알고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눈인사를 건네는 정도의 관계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평시 친근하고, 긍정적이며, 상호 우호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상호 작용하는 관계 정도를 의미합니다. 물론 그 이상으로 친한 동네사람들도 일부는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상황이 변화해서 친근한 동네 사람 같던 기업이 모종의 부정적 이슈나 위기에 연루되었다고 생각 해 보시지요. 계속해서 평시와 같은 관계 수준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사람 그렇게 안 보았는데?’ ‘나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네’ ‘아, 그 사람이 문제의 그 사람인가?’ ‘세상에, 보기와는 딴판이네?’ 같은 변화된 인식과 관계가 새로 등장하게 되겠지요.

문제는 그런 변화된 상황에서도 기업은 평시보다 훨씬 강한 기대를 동네사람들에게 투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항상 인사를 건내 왔는데’ ‘바로 어제까지도 안부를 묻고 친절하게 이야기 나누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우리를 향한 자세를 바꿀 수 있을까’ 같은 기대를 유지하니 오히려 상황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게 됩니다.

기업이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팬덤을 바라볼 때 단순히 ‘동네에서 얼굴을 알고 가볍게 눈인사 하는 사이’ 정도로 간주한다면, 의외로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어떤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지 쉽게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기업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기회도 생기게 됩니다. 팬덤을 바라보며 꿈꾸던 자사의 기대를 떨칠 수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팬덤 접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 얼굴만 알고 가볍게 인사하던 사이와 같은 팬덤 관계를 전략적 이슈 및 위기관리를 통하여 ‘정말 깊이 알고 보니 괜찮은 기업’ ‘이번 상황을 관리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보니 믿음이 가는 기업’ ‘평소에 생각하던 이미지 보다 훨씬 좋은 기업’ 정도로 재포지셔닝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 자사의 팬덤에 대해 기대만 하기보다는, 이슈나 위기관리를 통하여 팸덤들의 기존 기대를 보다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