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3년여 공부 끝에 작년에 처음으로 서남해안에 위치한 위도라는 섬에서 산림치유지도사로 일했습니다. 올해는 많이 북상해서 수도권인 김포 문수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작년 내가 원했던 섬살이 동안 주변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단절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올해는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연결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성의 회복일 수도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올해 지금까지 아주 의미 있는 연결이라면 맨땅과의 조우, 그러니까 맨발걷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천변이나 학교 운동장, 근처 야산에서도 맨발로 걷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압효과, 혈액순환에 도움, 면역력 증대 같은 맨발걷기의 효능에 공감을 하는 듯 합니다. 내가 보기에도 체중의 98프로를 감당하며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발바닥을 자극해서 얻어지는 건강상의 유익함에 땅과 곧장 접촉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도 위안을 주는 듯 합니다. 근무지에 맨발걷기를 도입하려고 보니 여건이 안 좋습니다. 둘레길에 작은 돌과 나무뿌리가 많아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또한 이 난점들을 해결하고 맨발걷기 전도사가 되어 열심을 내야 할 내 자신이 정작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건 내가 맨발로 땅을 걷는 것에 일종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어서입니다. 내가 걸어야 할 저 길을 개미나 개구리도 다녔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뱀이나 송충이, 지렁이들도 다녔을 길을 무방비로 함께 하는 게 꺼려진 게죠. 맨발걷기에 흠뻑 빠진 친구가 내 말을 듣고는 친히 와서 요령도 알려주고 준비도 도와주는 수고를 한 후에 치유의 숲 근처에 작고 안전한 맨발걷기 코스를 일차로 마련해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친구의 아름다운 마음에 이끌려 혼자 맨발걷기를 해보았습니다. 이후 조금씩 익숙해져 햇빛이 수그러들 때 쯤 혼자 맨발걷기를 한 후에 계곡에 발을 담그는 즐거움도 누려보고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 내가 다른 곤충이나 벌레, 동물들과 이제야 비로소 동등하게 함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한뼘 고양시키는 기분이 듭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더 연결되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구요. 더 많은 연결이 주어질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처음 맨발걷기에 나서려면.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찾아 발뒷꿈치,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천천히 지면을 밟으며 흙의 촉감을 느껴보자. 처음 십여 분에서 시간을 점차 늘리고, 이후 근처 흙산을 찾아 도전해본다. 산에서는 시선을 발의 1미터 앞에 두고 날카로운 돌이나 나무 뿌리 등을 피해 천천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