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철강 설비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은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전주기에 걸쳐 수소인프라 구축 사업도 영위한다. 사진=포스코플랜텍
포스코그룹 철강 설비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은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전주기에 걸쳐 수소인프라 구축 사업도 영위한다. 사진=포스코플랜텍

잠잠하던 수소경제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린수소 컨소시엄이 공개되고 수소 생산, 액화수소 공장 준공, 암모니아 운송, 수소혼소 발전 실증 등 다양한 수소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그린수소는 친환경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어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에너지원으로 분류한다.

올해는 국내에서 수소입찰시장도 개설됐다. 수소를 생산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약속이다. 수소생태계에 필요한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밸류체인 상황이 손에 잡힐 듯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밸류체인 초석이 되는 수소 인프라 구축도 세계 각국에서 한창이다. 글로벌 수소 인프라 구축이 완성되는 시기는 2030년경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업계가 2030년을 본격적인 수소경제 가시화시기로 내다보는 이유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사진=한국신용평가

글로벌 수소 인프라…2030년 작동 시작

해외 수소경제는 2030년쯤 시작될 예정이다. 이때가 세계 주요 국가의 수소 생산과 운송 등 인프라 구축 완료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인프라 구축을 선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신에너지인만큼 기존 화석에너지만큼 활용할 수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다. 

주요국 수소정책도 2030년쯤 생산에 맞춰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친환경 수소생산을 위한 주요국 정책 비교’ 리포트에서는 수소생산을 위한 주요국 정책 비교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2030년까지 그린수소 자국 생산 및 해외공급망 확보 추진에 213억6000만유로(약 30조4250억원) 투입 ▲미국은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활용한 시장 활성화 및 생산단가 절감 추진에 2032년까지 총 320억달러(약 42조2400억원, 인프라법 95억+IRA 225억달러) ▲일본은 생산단가 절감 및 해외공급망 확충 병행 추진에 2030년까지 6996억엔(약 6조3170억원)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 청정수소 생산 집중 투자를 통한 동북·동남아국가 수출에 13억달러(약 1조7160억원) 등을 투입한다. 4개국 투자금만 합해도 8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다.

에너지 전문기관들도 2030년쯤부터 수소시장이 본격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수소생산시장 규모가 2020년 1296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201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연평균 9.2% 성장하는 수준이다. 우드맥킨지는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이 2020년 약 1000MW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해, 2030년에는 27GW까지 시장 확대를 예측했다.

시장에서는 2030년 수소경제 시작 관건을 생산비용이라고 분석한다. IEA보고서에 따르면 탄소포집으로 생산하는 그레이수소 생산비용은 kg당 1~2.2달러,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 수소만 따로 분리하는 블루수소 방식은 동일 용량이 1.5~3달러, 그린수소가 3~7.2달러 수준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도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수소 가격을 kg당 현재 그레이수소 생산비용인 1~2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예측시기 역시 2030년으로 수소생태계 예상 시기와 일치한다. 2030년이 수소가 최소한의 경제성을 확보한 연료로 인정되는 시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KB경영연구소
사진=KB경영연구소

국내 수소생태계 준비…안심은 ‘아직’

국내에서도 수소생태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최초로 수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2021년 11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수소 공급목표 상향을 추진했다. 2030년 총 수소공급량을 당초 194만톤에서 39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적극적인 수소시장 확대 추진은 긍정적이나 공급량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되기도 했다.

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청정수소(그린수소) 목표다. 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수소 중 그린수소 비중 목표를 현재 0%에서 2030년 75%, 2050년 100%로 끌어올릴 방침을 세웠다. 이는 2019년 당시 그린수소를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수전해 비율(산업용 제외)을 0%에서 2030~2050년 2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달성목표 70% 이상을 해외 수입량으로 충당하는 부분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현 정부에서도 수소생태계 발전은 절실하다. 정부가 무탄소 전원으로 원전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고준위 방폐장 부족과 지역주민 반대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수출제품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인증)을 받기 위해서라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력에너지원으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화력발전을 대신할 기저발전원(24시간 연속 운전 가능한 저렴한 전력) 후보로 언급되는 것이 수소와 원자력 발전 등이다. 향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도 수소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수소 저장과 관계 깊은 수전해와 암모니아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전해는 잉여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그린수소로 변환해 저장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지 않는 시간에 안정적으로 꺼내 쓸 수 있다.

수소(H₂)는 질소(N₂)와 반응시키면 암모니아(NH₃)라는 안정적인 물질로 변환된다. 암모니아는 끓는점이 섭씨 영하 33.4도로 폭발과 화재 위험성이 낮고 액화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린수소 수입용으로 암모니아 모델을 활발하게 개발하는 이유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원활한 중동이나 미국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암모니아로 바꾸면 선박으로 쉽게 수입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수소생태계에 발맞추기 위해 각종 투자와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생산, 저장, 유통, 활용 등 전 분야에 SK지주를 비롯해 SK E&S 등 총 6개의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관련 사업에만 18조5000억원 상당을 투자를 결정지었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 11조1000억원 ▲포스코그룹 10조원 투자 ▲한화그룹 1조3000억원 ▲효성그룹 1조2000억원 ▲롯데그룹 4조4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 1조원 등이 2030년까지 투자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발맞춰 2030년까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투자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두산그룹과 GS그룹, 코오롱그룹, 삼성그룹, LS그룹도 수소생태계에 참여 중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자사 사업을 중심으로 수소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너지와 화학 관련 그룹들은 인프라 구축에 적극 진출 중이다. 국내는 평지가 없고 일조량과 풍속량이 불규칙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해외 선진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기계‧자동차 관련 그룹들은 인프라 설비와 수소연료전지, 수소전기차, 수소혼소발전을 위한 가스터빈 개발 등 활용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이후에는 롯데, 코오롱, LS 등이 로드맵을 발표하고 새롭게 가세했다. 삼성물산도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해외(중동, 동남아, 호주) 그린수소 개발과 도입 프로젝트를 가시화했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사태로 에너지 독립 안보 중시와 주요 국가들 중장기 탄소중립 기조가 유지되며 그린수소‧암모니아 경제가 동반 성장 중”이라면서도 “수소경제의 생산과 운송 인프라는 에너지 자원의 대규모 EPC(설계‧조달‧시공) 투자 사업 성격으로 장기적인 관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업계에서는 2050년쯤 화석연료에너지를 모두 퇴출하며 수소 대중화 단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