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2021년 4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라임CI펀드(크레딧 인슈어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결정을 내린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라임 이슈가 재차 불거졌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대부분 약 40~80%(미상환액 100을 손해액으로 간주)를 피해자들에게 사후정산(먼저 배상한 이후 손실 확정후 재정산) 방식으로 배상하라는 분조위 결정을 이미 대부분 수용하고 일부 선제 보상도 했다.

금감원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일부 투자자들이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낸 결과, 1심 법원은 "펀드의 수익성과 위험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지하거나, 중요 사항을 알리지 않아 착오를 일으켜 펀드 투자 계약이 체결됐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을 취소하고 펀드계약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놓고 '사모펀드를 예적금처럼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으로 간주한 취지'라는 등의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은행 및 증권사들은 선제 보상에 따른 사모펀드 관련 손실을 회계상으로 반영하고 충당금까지 쌓으면서 사태 수습을 사실상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라임 4개 모펀드 돌려막기 구조. 자료 = 금감원.
라임 4개 모펀드 돌려막기 구조. 자료 = 금감원.

그러나 금감원이 "라임 사태와 관련,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이 이뤄지기 직전 투자금을 돌려받았다"며 ‘특혜성 환매’ 의혹을 최근 제기하면서 검찰 역시 증권사를 비롯 판매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며 수사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먼저,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 혐의 뿐 아니라 그간 의혹으로 남아 있던 라임 펀드 투자금이 필리핀 리조트 인수 등으로 빠져나가며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간 라임펀드 관련 루머 내지는 의혹으로 오르내린 '미확인' 키워드를 꼽자면, ▲‘라임테티스11호펀드’와 ‘라임폴라리스1호펀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차녀 및 사위(고려아연 최민석 상무) ▲필리핀 막탄섬 소재 이슬라리조트 내에 있는 이슬라카지노로 빠져나간 라임펀드의 자금 ▲필리핀 이슬라리조트에 라임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등장하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필리핀으로 도피) 및 민노총 간부출신 장모씨▲이에 앞서 2015년 장모씨로부터 이슬라리조트 관련 자금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모씨(정치권 모 도당(道黨) 후원회장), 이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조모씨(수원 남문 지역 불법 스포츠토토 대부로 알려짐) 등이다.

위 키워드들을 이어보면, 라임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276억원에 필리핀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라임펀드 자금 300억원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김영홍 회장은 원종준 라임운용 부사장을 2018년 1월경 만났고 이후 김영홍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약 3500억원의 자금을 투자 받아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을 설립했다.

김영홍 회장은 김인태 전 동남그룹 회장(동남일보 회장, 마산 성안백화점 실질사주, 경남종합금융 대주주)의 장남으로 알려졌다. 이슬라리조트 인수 자금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과 관계가 깊은 장모씨 등으로 건내졌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사실 관계가 정확히 확인될 필요가 있다.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은 170여개 펀드, 약 1조7000억원의 환매를 중단했고, 그 결과 46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라임펀드 투자금 일부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막탄 이슬라 카지노. 사진 = 트리플앱
라임펀드 투자금 일부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막탄 이슬라 카지노. 사진 = 트리플앱

필리핀 리조트로 라임펀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관련해 금감원은 "A사(비상장)의 회장 甲씨 등은 동 자금을 임원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후 276억원을 필리핀 소재 리조트 인수에 사용하는 등 총 299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A사가 어디이고 이 회사의 회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외 금감원은 라임펀드로부터 투자 받은 5개 기업의 횡령 혐의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라임펀드 자금 1억달러가 투입돼 모 기업과 공동 개발키로 한 캄보디아 리조트 사업 관련 횡령(홍콩 소재 회사로 1천만달러 송금)된 점도 포함됐다.

특혜성 환매 관련해서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거론됐고, 김 의원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자금유용, 횡령, 특혜성 환매 등 여러 사안의 귀결점은 뭘까?

결국 라임펀드 1조7000억원이 어디로 갔느냐다. 1조7000억원의 거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방법도 놀라웠지만 1조원(라임 사태후 삼일회계법인이 펀드를 실사해 발표한 안분배분 가능자산 5407억원 제외) 가까운 돈이 어떻게 증발해 버렸는지 정확히 발표되지 않고 있는 점은 더욱 의아하다.

라임사태 이후 삼일회계법인이 펀드 투자 자산을 실사해 2020년 2월 14일 발표한 투자자 안분 배분 예정 금액은 5407억원(TRS 제공 증권사가 대출 회수금 제외)이었다.

이외 1조원 이상 달하는 자금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당시 라임 AI스타 1.5Y 1호·라임 AI 스타 1.5Y 2호·라임 AI 스타 1.5Y 3호 등 일부 자펀드(라임펀드는 4개의 모펀드와 170개 이상 자펀드 구조로 만들어짐)들은 모펀드의 기준가격이 조정되면서 전액 손실이 예상됐다.

단, 손실이 났다고 해서 무조건 덮어둘 문제는 아니다. 일부는 해외 부동산으로, 일부는 CB·BW 등 고위험 메자닌으로 투자되면서 이번 금감원 발표처럼 횡령, 자금유용 등 석연치 않은 혐의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발표는 그간의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라임펀드 자금 1억달러가 투입돼 모 기업과 공동 개발키로 한 캄보디아 리조트. 사진 = Realestate in Cambodia
라임펀드 자금 1억달러가 투입돼 모 기업과 공동 개발키로 한 캄보디아 리조트. 사진 = Realestate in Cambodia

라임 사태가 터진 후 모자펀드 구조로 170여개 펀드를 찍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라임은 펀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모자(母子) 펀드 구조를 도입했다.

유동성이 부족해 폐쇄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대형 펀드 4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1호’, ‘크레딧인슈어드 1호)를 모펀드로 하고, 그 모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자펀드를 170개 이상 찍어내듯 만들어 6개월 만기로 팔았다.

하나의 모펀드에 자펀드가 수십개 딸려 있는 구조로, 자펀드를 뚝딱 만들어 모펀드를 금방 키울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이른바 '총수익스왑(TRS)'을 증권사들과 체결함으로써 운용사는 보유 자금 대비 더 많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규제가 강화됐지만, 라임펀드 사태가 불거질 무렵인 2020년 6월 이전만 해도 자본시장법상 헤지펀드는 TRS를 통해 레버리지를 400%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

아울러 '라임테티스11호펀드'와 '라임폴라리스1호펀드' 등 수익률·환매 요건 등에서 유난히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 이른바 '특수펀드'에 대한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테티스11호펀드 관련 자녀 및 사위가 특혜를 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미 강하게 부인한바 있다. 폴라리스1호와 관련해선 아직 가입자가 누구인지조차 발표된바 없지만, 이 펀드는 라임 사태 이후 대부분의 펀드가 전액 손실이 난 이후에도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특혜성이 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검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취재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및 계좌 조사 분석을 했고 금융거래정보원(FIU)을 통해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간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계좌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금감원이 사실상 수사의 전 단계로 영장 없이 금융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검찰에 보내 수사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금감원 검사가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간 야권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원장이 책임질 것"이라고 발언할 정도로 사실 규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자금 및 계좌 분석까지 다 마쳤다면 특혜펀드 가입자 및 자금 흐름, 해외 리조트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의 송금 내역 및 자금조달 흐름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 파악을 모두 마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필리핀으로 도피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들을 검거하기만 하면 라임사태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는데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다.

검찰 역시 금감원과 함께 라임 펀드를 둘러싼 각종 특혜와 정치권과의 연관성 등 모든 의혹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 해외 도피중인 피의자 검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3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관련 의혹을 전방위로 들여다보기 위해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주요 주주. 자료 = 예탁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주요 주주. 자료 = 예탁원.

이중 디스커버리펀드는 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씨의 동생 장하원 씨가 대표로 있던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판매한 사모펀드다.

지난해 1심 법원(서울남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 대표에게 환매 중단으로 거액의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기망의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판결을 내린바 있다. 아직 형사 재판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1조5745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가 51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펀드 사건 역시 정치권 인사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간 제대로된 수사가 진행되긴 어려웠다. 그 배경은 2020년 금융범죄 전담 합수단이 폐지된 영향이 컸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조사 결과와 검찰이 자체 조사하던 장기미제 펀드 관련 수사를 포괄해 펀드 관련 의혹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대 자산운용사 펀드 이외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독일 헤리티지 펀드 등 다른 펀드들에 대한 의혹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