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해상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용 철강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한 건설용 철강재 판매 부진을 에너지 분야의 수입으로 충당하는 모습도 보인다. 세계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손’ 중국 건설경기 부진이 심상치 않자, 우리 업체들은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용 철강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사의 울산2공장이 최근 세계 최대 에너지 분야 전문 인증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로부터 '신재생 에너지 해상풍력 공장 인증'을 받았다. 이는 현존 국내 강관제조사 중 유일한 성과다. 현대제철은 이번 인증 취득으로 국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 적합성 인증의 기본 조건을 만족하게 돼 향후 관련 프로젝트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해상풍력 발전기 하부 구조물용 고강도 후육 강관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강관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하부구조물용 강관 공급을 공급했으며, 해상풍력 전용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에 690Mpa급 대형 강관 공급을 완료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DNV 인증 취득 및 국내외 프로젝트 수행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해상풍력 공장인증 취득을 완료했다.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해상풍력 공장인증 취득을 완료했다. 사진=현대제철

세아홀딩스 산하 세아제강지주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시키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에너지 산업용 강관 제품 생산에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산업용 강관 수요가 줄고 타격이 있었으나, 이를 대비한 에너지 분야 강관 산업 확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반기 북미 오일·가스 산업 수요가 꾸준히 있었던데다 강관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지만 판매량 및 판매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발전 등 친환경에너지산업용 강관 판매량도 점점 늘고 있다.

세아제제강지주는 에너지 시설투자 기조가 세계적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성장 산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매출 비중 확대 및 유럽 해상풍력 기초구조물 사업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영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동국홀딩스 역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홀딩스가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명시한 바에 따르면 동국홀딩스의 2022년 환경투자액은 203억원으로, 2021년 82억원 대비 147% 증가한 액수로 책정됐다.

동국제강은 고내식성 마그네슘 합금도강판(GIX)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IX는 동국제강이 신재생에너지 시설용으로 개발한 친환경 철강 제품이다. 기존 아연도금강판 제품보다 내식성이 최대 7배 뛰어나다.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SK에코플랜트와 개발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에 자체 개발한 '내피로 후판' 제품을 적용한다.

그동안은 풍력구조물이 대형화되고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함에 따라 피로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판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포스코의 내피로 후판을 사용하면 강재 사용을 5% 이상 절감하면서도 피로수명을 10% 이상 늘릴 수 있어 얇고 가벼운 자재 새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포스코는 SK에코플랜트와 손잡고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완성해 최초 모델을 에스케이에코플랜트가 참여하는 동남해안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다. 2027년 1분기 상용 운전 시작이 목표다.

포스코가 SK에코플랜트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공동 개발한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실증에 나서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SK에코플랜트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공동 개발한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실증에 나서고 있다. 사진=포스코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오는 10월부턴 유럽연합에서 2025년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철강을 포함한 6개 산업군을 유럽에 수출할 시 탄소 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 친환경·재생에너지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기에 탄소 저감 대책 마련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성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