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

산유국들의 감산 지속에 정유업계와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동반 상승으로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반대로 산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실적 하방 압력이 강해질 전망이다.

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8.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2.19%(1.09달러) 상승한 수치다. WTI는 배럴당 83.63달러, 브렌트유 86.83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각각 2.45%(2.00달러)와 1.87%(1.59달러) 상승한 수치다. WTI는 6 거래일 연속 올랐다. 

정유업계, 고유가 지속에 실적 기대감↑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유가 지속을 예측한다. 일부 주요산유국모임(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일 100만배럴 자발적 감산이 10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조사한 한 주간 원유 재고(~7월25일 기준)는 4억2294만4000배럴로 전주 대비 1058만4000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감소폭은 시장 예상치(200만배럴 감소)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산유국 회유에도 당분간 고유가는 불가피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미국은 OPEC+의 잇따른 감산에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며 원유 수출 대열에 합류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 해소가 어려워 실제 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설비투자 미비로 증산 물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감산 물량을 상쇄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정제마진도 올해 최고치를 달성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차감한 비용을 이른다. 생산비용에 속하는 석유가격이 낮아질수록 기업에 이익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커지는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 정유사가 유가 급등전 미리 싸게 사놓은 원유를 가공, 제품으로 판매하면 마진은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5달러 이상부터 이익이 난다. 상반기 배럴당 2.4달러(4월4주)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도 8월4주 기준 14.2달러까지 상승했다.

중국 정제품 수출량 잔여쿼터 축소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호재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1~7월 총 정제품 수출량을 감안하면 잔여쿼터는 약 400만톤으로 쿼터 소진이 임박했다”며 “추가 쿼터를 할당해도 9~12월 평균 수출량은 250만톤 내외로 1~8월 평균 350만톤 대비 대폭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출이 줄면 국내 정유사로 정제품 물량이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 정유사 실적 바로미터로 불리는 정제마진이 더 상승할 수 있는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석유화학업계에도 이익이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도 상승분 반영이 가능해서다. 물론 단기는 비축분을 쓸 수 있어 이익이지만 중장기는 원재료 수급비용이 상승해 불리하다. 제품 가격 상승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하반기 실적호조 전망에도 정유업계는 기뻐하기보다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까지 실적이 워낙 저조했기 때문에 3분기는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난해처럼 횡재세 누명을 쓸 수 있어, 전반적으로 산업계와 실적이 엇갈리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유가 상승에 대응해 서민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등 애썼는데 (실적도 안 나왔는데) 시장에서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나타냈다. 정유4사는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0% 이상 감소했으며, GS칼텍스는 적자전환했다.

산업계, 슬슬 올라오는 걱정

산업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이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서다. 직접적으로 석유 사용량이 큰 항공‧해운업계를 비롯해, 수출을 하는 자동차업계와 전자업계도 물류비로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도 위기다. 발전자회사 등 전력업계가 발전연료로 주로 도입하는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국제유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민간발전사는 요금 변경이나 물량 조절로 손실 최소화가 가능하나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에너지 공기업은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가 다시금 오르면 연료비 비율이 높은 업계부터 경영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항공사는 고정비 중 30%, 해운사는 10~25%가 유류비다. 항공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수천만원을 손해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전자업계도 오르는 연료비에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연료비 연동제를 택하는 철강이나 원가 중 전기요금이 15%를 차지하는 배터리 음극재 핵심부품인 동박도 연료비 부담이 커진다. 앞서 언급한 석유화학업계도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간 계속되면 원료비 상승과 제품 수요부족으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