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CEO로 김영섭 전 LG CNS 대표 취임이 유력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김 후보가 어수선한 KT의 방향타를 확실히 잡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정식 CEO로 취임한 후 조직 내적으로는 여러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KT CEO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김영섭 전 LG CNS 사장(KT CEO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김영섭호 '순항 예정'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후보의 KT CEO 선임은 큰 틀에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 KT CEO 선임을 두고 여러 진통이 있었으나 김 후보에 대한 내외부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세계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에 이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김 후보의 KT CEO 취임에 찬성한 가운데 KT노동조합도 김 후보의 CEO 취임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여권을 중심으로 김 후보의 KT CEO 취임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새노조와 더불어 야권에서는 그의 KT CEO 취임에 다소 미온적인 반응이다. 김 후보가 비록 비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인 이종섭 씨와 경북대학교 사대부고 동문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CEO에 취임하면 KT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기류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시 김 후보가 KT CEO로 적격이다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여기에는 김 후보와 함께 경쟁했던 '최후의 3인' 중 1명이던 차상균 서울대 교수도 경북대 사대부고 출신이라 김 후보의 사대부고 인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한편 김 후보는 재무통이자 DX(디지털 전환) 전문가로 여겨진다.

김 후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회장실 감사팀장, 총무부장, 미국법인 관리부장를 거쳤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한 후에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바 있다.

DX 전문가적 면모는 2013년 LG CNS로 옮겨 하이테크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장을 거쳐 사장에 취임한 후 만개한다. LG CNS를 단순한 SI업체가 아닌 디지털 전환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현재 LG CNS가 자랑하고 있는 DX 전략의 상당부분은 김 후보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KT 이사회 윤종수 의장은 김 후보를 KT CEO 후보로 최종 선임하며 “김영섭 후보는 그간의 기업경영 경험 및 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또한 새로운 KT의 경영 비전 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KT
사진=KT

디테일한 업무파악...재무 기반의 구조조정 가능성
김 후보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한 공식 취임전까지 업무 파악에 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F를 구성해 큰 그림부터 작은 그림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KT 내부 조직별 작은 그림을 중심으로 디테일한 업무파악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재무적 관점에서 조직별 상황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안다"면서 "ICT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미 업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어 작은 그림부터 큰 그림을 파악하는 작업 자체는 순조롭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김 후보가 정식 CEO로 선임될 경우 빠른 업무파악을 통해 의외로 속도감 있는 조직장악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관점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대 KT CEO들도 취임과 동시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판을 흔들었지만,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의 방식은 조직 논리가 아닌 말 그대로 재무적 관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의 의욕이 큰데다 본인이 ICT에 익숙하고, 무엇보다 재무통이자 조직구성에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에서 CFO를 지낸 재무적 감각,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에서 보여줬던 조직운영 능력을 KT에서도 십분발휘할 것"이라 예상했다.

조직 일각에서는 김 후보의 CEO 취임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 논리가 아닌 재무적 관점을 통해 필요이상의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러한 걱정은 김 후보가 LG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KT CEO가 된다는 점, 또 정부 여당과 어느정도 인연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비토 정서로도 흐를 조짐도 있다. 심지어 이러한 논리는 CEO 부재 장기화 사태를 버티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KT'를 기다렸으나 결국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과도 궤를 함께 한다.

다만 소수의 이러한 주장은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KT의 오래된 고집일 뿐이라는 반박도 만만치않다. 아직까지는 CEO 교체 정국의 어수선함 속에서 나온 비주류적 의견으로 보인다.

KT AI 로봇 라인업. 사진=연합뉴스
KT AI 로봇 라인업.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전환 승부수 잊지 말아야"
김 후보가 정식 KT CEO로 선임된 후 조직 정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그 방향성은 역시 디지털 전환 고도화로 잡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 및 안정화도 집중하면서도 탈통신 그림을 효과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KT는 콘텐츠, 클라우드, AI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고무적인 흐름을 이어받아 새로운 결실을 맺어야 하는 책무가 김 후보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김 후보는 이러한 책무에 있어 CEO 선임 과정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재무통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 전문가로 활동하며 이미 그 성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LG CNS 시절 능력 중심의 조직 운영을 바탕으로 추상적이지 않은, 일종의 계량화된 목표수립과 성과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여기에 2013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한국사상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인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융합형 인재로도 꼽힌다. 

그 연장선에서 김 후보가 KT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더욱 고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