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식 펀블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조찬식 펀블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토큰증권 발행부터 청산까지 이뤄낸 국내 첫 기업”

조찬식 펀블 대표는 펀블의 특징을 “랜드마크 건물을 거래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말마따나 펀블은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건물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했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과 해운대 엘시티다. 올해 4월에는 시그니엘을 매각해 연 10.6%의 수익률을 올렸다. 토큰증권의 발행부터 유통, 청산 및 소각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 국내 첫 기업이다. 

펀블은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건물을 ‘디지털 부동산 조각투자(DAS·Digital Asset Securities)’라는 수익증권 형태로 발행하고 유통한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지분에 따라 임대수익, 건물 처분수익을 누릴 수 있고, 증권 거래를 통해 매매차익을 올릴 수 있다.

부동산을 토큰증권으로 투자했을 때 얻는 이점을 물었다. 조찬식 대표는 “부동산 투자 금융 쪽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좋은 자산과 투자 기회가 있음에도 일반인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에 갈증을 느꼈다”며 “일반인들이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장형 리츠나 공모형 부동산 펀드는 실질적으로 시장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토큰증권을 통한 부동산 조각투자는 일반인에게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리츠나 부동산 펀드의 단점을 보완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대두되면서 이를 통해 좋은 자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짧게는 3~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가면서 투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반면, 조각투자는 증권을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단점인 환금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라는 설명이다. 리츠는 50~60퍼센트 가량 대출을 받아서 진행한다. 저금리 시기에는 낮은 비용에 차입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만 최근과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자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펀블은 차입 없이 전부 지분(Equity)로 자금을 조달한다. 

펀블의 최소 투자 단위는 5000원이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최소 투자 단위를 상향하지 않고 유지할 생각이다. 그는 “사업 모토가 소액이라도 누구라도 조금씩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라며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투자 금액을 높이기보다 접근성을 높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펀블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십대 후반에서부터 최근에는 시니어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고객의 65% 정도가 MZ세대에 해당한다. 매각이 완료된 1호 상품에는 3500명 이상이 투자했다. 최근 토큰증권 법제화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찬식 펀블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조찬식 펀블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투자자 보호 중요…올해 6~7개 건물 상장 예정”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만큼 ‘부동산 토큰증권’은 투자자에게 친숙하지만은 않은 개념이다. 조찬식 대표는 안정성이 확보된 사업임을 강조했다. 

펀블은 회사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기초자산과 투자금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투자하는 건물은 신탁회사에, 고객 예수금은 SK증권의 고객 명의 계좌에 맡겨진다. 조 대표는 “회사 장점 중 하나가 금융 관련 법령에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제도권 진입 시기는 2025년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법안 확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고 시행령 마련, 공포까지의 유예기간 등에 약 1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때까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 토큰증권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펀블은 지난 2021년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인가를 받았다. 샌드박스 유효기간이 최장 5년 6개월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제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업 영역을 구체화하고 확정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발행과 유통 겸업이다. 조찬식 대표는 “현재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법제화에 따라 둘 중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령이 나오고 각 사업의 조건이 구체화되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을 밝혔다.

하반기에는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상장 공모 상품을 6~7개 더 선보일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금리 급등 시기인 점을 고려해 시장 환경을 살피며 상품 선별 과정을 거쳤다.

해외 부동산까지 확대할 계획도 있다. 조 대표는 “일반인 대상 공모 상품을 다루는 만큼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금융 선진 시장에 먼저 진출할 계획”이라며 “미국, 영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고 빠르면 내년 정도에 미국으로 1차적인 접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외의 다양한 기초자산을 다루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조 대표는 “펀블은 현재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무형자산이나 투자계약 성격이 있는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자산이라면 자산운용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토큰증권 제도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프라이빗 체인 위주로 진행되는 점에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블록체인이라는 혁신 기술을 활용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해외는 퍼블릭 체인 위주인 반면 국내는 프라이빗 체인에 무게가 실리면서 글로벌 확장성 면에서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찬식 대표는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그는 “펀블의 취지는 소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플랫폼에서 이런 이념을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시장을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찬식 대표 약력
현 펀블 대표이사
아너스자산운영 글로벌 부동산 투자본부장
케이제이앤파트너스 투자총괄이사
인마크그룹 시드니 주상복합 개발 총괄이사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금융상품개발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금융상품개발부
하나대투증권 부동산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