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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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자산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회사 중 하나다. 단적으로 일부 통장을 통해 연금수령 실적이 있는 경우 관련 예적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무 등 서비스 인프라를 여럿 보유하고 있고 안정을 기반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들은 일반 점포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일반 점포에서도 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VIP창구를 통해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겪는 나라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겪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금융회사의 가장 큰 승부처는 고령층 자산 관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까지 합친 세대별 자산을 따져보면, 60세 이상이 가진 순자산이 전체의 46%에 달한다.

현재 60대 이상 인구의 자산보유액 규모는 7508조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2030년까지 예상되는 이들의 자산규모 증가율도 3.63%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60대 이상 인구의 금융자산 점유율은 29.4%로 가장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금융권의 핵심 고객군으로 부상하며 시니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령층은 잔여 재산을 상속이나 증여하는 등 부의 이전과 관련된 자산 관리 수요가 높아 금융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국내 은행권도 고령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안정적 자산 관리를 원한다면 ‘은행’이 답

고용노동부의 조사(2022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부터 소득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서는 19세 이하 구간을 시작으로 20~29세, 30~39세 등 구간별로 증가한 근로소득이 40~49세 시기에 정점을 찍은 후 50대를 기점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됐다.

다만 그 이전 시기까지 꾸준한 근로 활동을 해온 것이 일반적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이 형성된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재산 인출기에 해당하는 60대 이후 세대부터는 수입 이상으로 본인의 자산을 어디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중요도가 자연스레 상승한다.

은행은 이 같은 자산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회사 중 하나다. 단적으로 일부 통장을 통해 연금 수령 실적이 있는 경우 관련 예‧적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자산 관리에 특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은행권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9925억원으로 금융권 전체(1조1019억원)의 90.1%다. 당초 금융권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대규모 자금 이동)’를 우려했으나 은행이 안정성을 내세워 예상 외로 선전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미리 선택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는 제도다.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이 대상이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을 시범 도입했고 지난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시중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이 3333억원으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은행권은 물론 금융권 전체로도 최대다. ▲KB국민은행(3118억원) ▲하나은행(1476억원) ▲NH농협은행(1203억원) ▲우리은행(636억원)이 뒤를 이었다.

금융권 전체 총 223건에 달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중 적립금 상위 5개 상품은 모두 5대 은행의 원금보장형 상품이었다. 퇴직연금 고객 특성상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포트폴리오 상품보다는 원리금을 보장하는 은행의 저위험 상품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 자산 관리, 신탁…알아두면 쓸모 있는 은행권 특화 상품

이미지 = 이코노믹리뷰
이미지 = 이코노믹리뷰

은행은 세무 등 서비스 인프라를 여럿 보유하고 있고 안정을 기반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은행은 일반 점포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일반 점포에서도 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VIP 창구를 통해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도 은행들이 제공하는 시니어 세대 특화 상품 중 하나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과 동일한 효과를 갖지만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또 위탁자가 수익자(위탁자 사후 수익자)를 자유롭게 지정‧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언장과 차이가 있다. 신탁회사는 위탁자가 살아있을 때는 물론 사망한 후에도 신탁재산을 관리 및 운용할 수 있다.

위탁자 사망 시 다른 법정상속인의 동의가 없어도 위탁자의 뜻대로 수익자(위탁자 사후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지급‧이전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신탁의 경우 포함되는 범주가 매우 넓은 상품군이다. 단순히 유언뿐만 아니라 본인이 치매에 걸리기 이전에 신탁을 통해 자녀 등에 원하는 방향으로 1년에 정해진 양만큼 지급이 되도록 하는 식의 이용도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자녀에게 장애가 있거나 하는 경우 본인 사망 후 자녀가 상속받은 자산을 모두 잃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의 활용도 가능하다. 치매 때와 마찬가지 일정 기간에 본인이 미리 정해둔 금액 등이 생활비처럼 계속 지급되게 하는 방식의 이용도 가능하다.

맞춤형 서비스로 시니어 고객 ‘모시기’ 나선 은행

국내 주요 은행은 고령층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시니어 맞춤형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하고, 고령층 특화 영업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시니어를 위한 이동식 점포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금융 교육도 실시한다.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들이 대표적으로 내놓은 혜택은 수수료 면제다. 수수료 면제가 적용되는 서비스 범위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ATM 또는 영업점 방문을 통한 이체를 포함한다.

우리은행은 만 60세 이상 고객이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와 오프라인 영업점 창구, 텔레뱅킹 또는 앱을 이용해 계좌 이체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준다. 신한은행도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이체 수수료를 면제한다. 하나은행의 ATM을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고객은 출금과 이체 수수료가 무료다. NH농협은행도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ATM 이용 수수료를 면제한다.

시니어 맞춤 ATM과 특화 점포도 느는 추세다. 시니어용 ATM은 고령층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큰 글씨 ▲쉬운 용어 ▲느린 안내 음성을 제공한다. 현재 5대 시중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3곳이 시니어 ATM을 영업점에 도입했다.

일부 은행은 고령층 고객을 위해 특화 점포나 전용 창구를 만들어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2021년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열었다. 우리은행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과 영등포, 화곡동 3곳에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우체국과 창구 제휴를 맺어 고령층 고객이 우체국 금융 창구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고령층 고객이 자주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은행 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의 ‘KB 시니어 라운지’, 신한은행의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 점포’가 대표적이다. ▲소액 현금 입출금 ▲입출금통장 신규 및 재발행 ▲연금 수령 등 고령층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 교육도 은행별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50대부터 70대까지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뱅킹 활용 능력 향상과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어르신들에게 모바일뱅킹과 ATM 사용법을 직접 체험하고 보이스 피싱·파밍·스미싱 등의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에서 디지털 금융 앱 교육, 금융사기 예방 교육, 시니어 대상 금융상품 안내 등의 재테크 교육 등을 수시로 진행한다.

“시니어 고객, 당장의 이익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금융권이 단순히 고객층을 확장하거나 고령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 ‘실버 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건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30 축의 전환>의 저자인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0년 안에 부와 힘의 중심이 밀레니얼 세대에서 실버 세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자산의 50%를 가진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액티브 유저로 만들면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다. 향후 은퇴·노후 설계나 자산관리, 상속·증여, 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실버 특화 금융상품 출시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특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고령층은 해당 금융사와 거래를 더 자주 하는 경향을 보인다. KB골든라이프(국민은행), S-미래설계(신한은행), 행복노하우(하나은행), 시니어플러스(우리은행) 등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소비자의 74.1%는 해당 금융사와의 거래가 증가했거나 향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비 경험자의 경우 이 같은 응답 비율이 40.3%에 그쳤다.

다만 지금까지 시니어 특화 금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는 20%에 그쳤다.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향후에는 금융시장에서 시니어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도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미 현재 젊은 층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니어 세대 소비자들의 경우 거래 금융기관을 결정할 때 신뢰도, 안정성과 함께 쉽고 편한 은행을 많이 선택한다”며 “시니어 세대의 편의성 향상을 위한 조치가 당장은 별다른 수익성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향후 시니어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레 거래 기반도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