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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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다. 평균 수명의 증가 및 저출생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시니어 세대가 소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카드업계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고자 이들의 소비 생활에 맞춘 혜택을 탑재한 카드를 내놓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0~2050년’에서 50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통 50세 이상을 ‘시니어’로 분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 시장에서 시니어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시니어 세대는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가고 있다. 지난 5월 KB국민카드가 발표한 통계에서 50살 이상 연령층의 카드 매출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니어 세대의 온라인 카드 이용액 증가율이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앱을 합친 온라인 매출은 50~64세에서 36%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57%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디지털 환경을 수용해 온·오프라인 주요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액티브·스마트 시니어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각되며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니어의 ‘경제력’에 주목

이처럼 시니어 세대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가 높아짐에 따라 함께 떠오르는 용어가 있다. 바로 ‘액티브 시니어(Active-Senior)’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소비와 여행을 즐기는 시니어를 뜻하는 말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 중 하나는 높은 구매력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 연구위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월평균 카드 소비 지출액을 보자면 액티브 시니어 같은 경우는 한 177만 원 정도로 파악이 되는데, 일반 시니어는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15만 원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는 카드사에 특히 매력적인 고객이다. 크게 수수료와 이자를 통해 이익을 내는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액티브 시니어 잡기’는 카드사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카드사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항공사, 면세점 이용 시 적립 혜택을 주는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시니어플러스’, 백화점 이용 금액에서 청구 할인 혜택을 주는 KB국민카드의 ‘KB국민 위시 카드’ 등이 그 예다.

비싼 연회비를 내더라도 ‘프리미엄 혜택’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시니어를 공략하는 카드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시드머니의 규모가 큰 시니어 투자자를 확보하고자 연회비를 높이고 혜택을 늘렸다. ‘미래에셋 현대카드’ 는 시리즈 3종 중 2종을 프리미엄 카드로 구성, 고객에게 투자 관련 혜택을 비롯해 호텔∙골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혜택’에 주목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시니어 세대의 소비 경향에 맞춰 ‘생활 밀착형’ 혜택에 집중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가 현명한 소비를 통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노후 생활비 절감”이다.

최근 공공 요금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필수 지출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카드사들은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카드의 ‘LOCA 365(로카 365)’, 하나카드의 ‘원더 리빙 카드’는 공과금 및 아파트 관리비 등을 할인해 준다.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도 시니어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는 요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2021년 497만원으로, 전체 인구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인 186만원의 2배를 넘어선다. 강태욱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제14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40~44세 인구집단이 50~54세로 연령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의료비 지출이 연 평균 13%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여러 카드사에서는 ‘건강 특화 카드’를 통해 시니어의 수요에 맞추고 있다.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은 일반병원을 비롯해 한방병원, 한의원 등은 물론 약국에서 이용한 금액에서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의 ‘삼성 iD VITA 카드’는 영양제 구입 등 헬스 케어 분야에서 이용한 금액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디지털 금융, 더 친절하게”

모바일 앱 환경을 시니어 맞춤형으로 구성하는 것도 고객 유치 전략이 된다. 신한카드는 자사 앱에 글자와 아이콘 크기를 키우고 자주 쓰는 서비스 위주로 구성을 단순화한 ‘이지모드’를 도입한 후 65세 이상 앱 이용자 수가 30%(3만2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앱도 지난 3월부터 주요 기능 위주로 사용하기 쉽게 디자인한 ‘라이트(LITE) 모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카드 앱에서 서비스 중인 ‘라이트(LITE) 모드’. 출처=현대카드
 현대카드 앱에서 서비스 중인 ‘라이트(LITE) 모드’. 출처=현대카드

디지털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의 디지털 금융 적응도 돕고 있다. 신한카드는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상품 및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알려 주는 수준별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