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영호 투자와연금센터 이사. 사진=진운용 기자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영호 투자와연금센터 이사. 사진=진운용 기자

약 5억원.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균 자산액이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실 빅데이터분석팀이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차 베이비부머의 총자산액은 4억9048만원, 2차 베이비부머세대는 4억7601만원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에서 6.25 전쟁 이후 신생아 출생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시기에 태어난 세대다. 1940~1954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와 1955~196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 세대로 나뉜다. 각각 817만명, 878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수(2020년, 5183만명)에서 32.7%를 차지한다.  

2011년부터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207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중 46.4%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시대, 우리나라 순자산의 약 46%(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년)를 소유하고 있는 실버세대는 어떻게 자산관리를 하면 좋을까. 

박영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와연금센터 이사는 ‘인적자원, 복리효과 그리고 자산배분’을 강조한다. 그는 2006년도에 대우증권에 입사해 주식 애널리스트로 있다가 2018년부터 투자와연금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보고서(22년 12월)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매월 277만원이다. 보수적으로 잡으면 연간 4000만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 자산 5억을 들고 60세에 은퇴한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매년 4000만원씩 사용한다면, 12.5년 뒤에 통장 잔고가 바닥난다. 그러나 연 4% 수익률로 5억원을 운용하면서 매년 4000만원씩 지출한다면, 70세 때 2억원이 남고, 76세 때 노후자금을 다 소진한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이 83.5년이란 것이다. 76세가 돼서도 6~7년을 더 살아야 한다.  

만약 60세 때 은퇴하고 노후자금 5억원을 사용하지 않은 채 연 4% 수익률로 10년 간 운용하게 되면 5억원은 7.4억원이 된다. 그리고 70세 때부터 4%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4000만원씩 사용하면 자산이 바닥나는 시기는 101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선 70세 때까지 은퇴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호 이사는 “고령화 시대에 ‘인적자원(노동자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의 경우, 개인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감안해 노후 자산을 설계한다”며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다.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해 오래도록 노동소득을 벌어서 노후자금 사용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루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해도 병원비, 간병비 등 고령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목돈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첫째로 건강관리를 평소에 꾸준히 하여 발병 확률을 낮춰야 하며, 둘째로 보험 가입을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 4%! 

수익률 4%는 노후자금을 관리하기에 가장 안전하면서도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익률이다. 박영호 이사는 “연 4% 수익률이 낮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 4% 수익률은 복리효과가 극대화되는 ‘변곡점’ 지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복리효과는 이자가 이자를 낳는 원리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추가되는 이자가 더 커지면서 전체 자산 원리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원리다. 아인슈타인은 복리효과에 대해 “세계의 8번째 불가사의”라고 말했다. 5억을 수익률 4%로 10년 동안 굴리면 7.4억원이 되고, 20년 동안 굴리면 11억원 그리고 30년 동안 굴리면 16.2억원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연 4%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 

박영호 이사는 꾸준한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을 추천했다. 대표적으로 채권, 배당주, 리츠가 있다. 이 3가지 자산군에서 우량한 종목으로 포리폴리오를 구성하면 이자와 배당만으로 연 3~5%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박 이사는 특히 리츠를 강조했다. 리츠(REITs)란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로 부동산투자신탁이란 뜻이다. 리츠는 부동산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배당 수익이 가능하다.  

채권, 배당주, 리츠는 높은 배당 수준 말고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까지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박 이사는 “적절한 시기에 재투자를 통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소득을 통해 노후자금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2020년 코로나 사태처럼 일시적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때 받은 배당을 다시 그 자산에 재투자하면 투자 수익률이 극대화될 수 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자면, 채권, 배당주, 리츠 이외에 자산의 10~20% 정도는 장기 성장성이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박 이사는 AI 등 4차산업 혁명에서 유망한 주식을 예로 들었다. 

이때 유의할 점은 투자자산의 국가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통화는 기축 통화가 아니고, 미국 등 경제 대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스몰컨트리(small country, 작은 나라) 리스크가 있다”며 “자산의 50%는 달러 자산에, 20~30%는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에, 그리고 나머지 20~30%를 우리나라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채권, 배당주, 리츠는 꾸준한 현금흐름이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자산가치 변동성이 있다”며 “변동성을 낮추는 측면에서 다양한 자산과 다양한 국가에 자산을 분배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TIF, 복잡한 투자 “안녕” 

그런데 채권, 배당주, 리츠, 주식, 달러자산, 신흥국 등등이 너무 복잡하다. 60세를 넘긴 은퇴자가 이 모든 것을 유념하며 직접 자산을 관리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박영호 이사는 그 대안으로 TIF를 제시했다.  

TIF란 ‘Target Income Fund’의 줄임말로, 국내외 배당주를 비롯해 선진국•신흥국 채권, 리츠 등에 분산 투자해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내며, 은퇴자금이 소진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례로 미래에셋평생소득TIF는 자사 190여 종의 모펀드 중 18개를 선별해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꾸린다. 국내외 채권, 고배당주, 부동산 등이 이 펀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TDF도 고려해볼 수 있다. TIF가 인컴(Incom)을 타겟으로 삼았다면, TDF는 시기(Date)를 타겟으로 삼은 상품이다. TDF는 투자자가 고려한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TDF에는 2030, 2040, 2050 같은 숫자가 붙는데 이는 목표 은퇴 시점을 뜻한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은 높이고 주식 비중은 낮추는 식으로 운용된다.  

TDF가 은퇴 대비 상품이기는 하지만, 이미 은퇴한 사람도 이용 가능하다. “TDF 상품 뒤에 2025처럼 가까운 시기가 적혀 있는 상품을 사면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은퇴 후 자산 관리에 맞게 채권, 리츠 등 인컴형 투자상품 등 비교적 안전한 상품의 비중이 높게 된다”고 박 이사는 설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25증권자투자신탁' 상품의 경우, 7월 8일 기준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이 글로벌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TIF나 TDF와 같은 상품이 있지만, 이 상품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박영호 이사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 상황에 맞게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이 맞다. 은퇴 자금의 100%를 TIF나 TDF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부만 TIF 및 TDF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본인이 직접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이에 덧붙여 “아직 보편화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있다. 미래에 AI가 더 발전되면 각 개인별 맞춤형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고민은 부적절 

한편 박영호 이사는 현재와 같은 고(高)인플레이션을 대비해 자산설계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첨언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고, 이에 미국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작년 7월 9.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자 최근 발표된 6월 CPI는 작년보다 3% 상승에 그쳤다. 우리나라 역시도 7월 CPI 상승률이 2%대(2.3%)까지 내려왔다.  

“연 4~5% 물가상승률이 대비하기 위한 합당한 수치는 아니다. 고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물가연동채를 포함하든가, 아예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펀드에 가입하든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나라에선 물가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에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박 이사는 말했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산, 다운사이징 

베이비부머 세대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1차 베이비부머 자산 4억9048만원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2.3%(3억5499만원)이고, 2차 베이비부머 자산 4억7601만원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9.0%(3억2866만원)이다.  

이에 대해 박영호 이사는 “우선 1차적으로 퇴직연금, 국민연금 등을 통해 노후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밖에 없다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팔고 보다 저렴한 주택으로 이사한 다음, 그 차액으로 연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증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주택을 다운사이징 함과 동시에 남은 부동산 자산은 주택연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호 이사는 “워낙 다양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게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여 근로소득을 오랫동안 확보하면서 노후자산을 철저히 자산배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