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강자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중국발 경기침체와 범용제품 비중 축소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를 걸었던 전기차 배터리 음극소재인 동박이나 수소 등 신사업은 아직 큰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증권가에서는 석유화학 몸집 줄이기로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8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으로 매출액 5조24억원,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5조3178억원)은 5.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175억원 늘었다.

기초소재가 실적 하락 이끌어

사업부별로 보면 첨단소재 선방이 눈에 띈다. 첨단소재사업은 매출액 1조988억원, 영업이익 7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96억원 증가했으며, 전년동기 대비로도 40억원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첨단소재사업의 제품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수익 지역 확대 및 비용 절감으로 견조한 실적을 나타냈다고 판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사업 성과를 3가지로 분석했다. ▲고수익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 ▲제품 스프레드(마진) 개선 ▲운송비 안정화 등이다. 회사는 향후 첨단소재사업을 고객 특화 고부가 컴파운드 제품(고기능성 플라스틱)의 등급을 개발할 방침이다. 안정적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견조한 수익성 유지에도 힘쓴다는 포부다.

셰일가스 관련 사업법인인 LC USA는 매출액 1498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57억원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전분기 가동 차질 영향 소멸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적 부진의 주요원인은 기초소재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기초소재사업에서 매출액 2조7557억원, 영업손실 82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113억원의 영업손실이 늘어나며, 적자전환했다. 흥국증권은 제품 판가가 지속해 부진한 가운데, 원재료인 납사(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1120억원 반영을 손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수요부진으로 인한 재고관련 손실도 500억원 반영된 것으로 파악했다.

회사는 기초소재사업 실적 향상을 위해 안간힘이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LPG) 투입비중 확대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및 범용 제품의 비중 축소를 계획 중이다. LPG는 납사와 함께 석유화학 기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원료로 사용된다.

최근 몇년새 LPG 가격 하락에 석유화학기업에서 납사 대신 사용을 늘리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LPG 확대로 2분기에만 약 150억원의 비용절약 효과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롯데케미칼은 태양광 소재, 이차전지 분리막용 폴리머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수익성 제고를 계획했다.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 실적도 하락했다. 2분기 롯데케미칼타이탄은 매출액 5437억원, 영업손실 1116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 폭이 380억원이나 커졌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동남아지역 증설 물량에 따른 공급 부담 및 수요부진 지속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감소했다.

사진=롯데케미칼
사진=롯데케미칼

그래도 믿을 건 기초소재뿐

기초소재가 실적 하락을 이끌었으나, 증권가에서는 실적 회생의 여지 역시 이 부문에서 찾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전기차 배터리 등)이나 한화솔루션(태양광 등) 보다 뒤늦게 신사업에 뛰어들어 관련 매출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선택이 신사업 시작 시기를 늦췄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전통 석유화학의 늘어나는 수요에 집중해 셰일가스나 설비 증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분이 패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조단위 자금을 투입한 신사업으로 고전 중이다. 재무부담과 실적하락이라는 양날의 검과 싸워야 해서다.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을 들여 동박사업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손에 쥐었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 하락, 순차입금 4조원가량 증가 등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연결편입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분기 영업이익은 15억원에 불과하다. 전분기(61억원)와 대비해 75.4%, 전년동기(252억원)와 비교하면 94%나 감소한 수치다. IBK투자증권은 전방 증설 지연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국내 전력비 상승을 영업이익 감소 이유로 손꼽았다.

전지소재인 동박사업을 비롯해 또다른 신사업인 수소, 리사이클 사업도 아직은 투자단계다. 당분간 마이너스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과거 다운사이클 대비 더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나 진행 중인 핵심 투자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며 “그외 신규 투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투자 시기를 조율하고 있으나 전지소재, 수소, 리사이클 사업에 대한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상황은 악화일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정유업체들이 가솔린 수요 피크를 대비해 화학설비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며 “오히려 2025년 이후 증설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사업 중장기 성장성은 기대되나, 여전히 집중 투자 시기로 석유화학 사업 대비 비중이 낮아 당장 성장성이 부각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사업 자체가 상승 전환 시기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도 실적은)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한 다운사이클 저점인 2019년의 업황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며 “업황 회복이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설비 폐쇄, 증설 취소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나타나거나 중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수요 개선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