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현장의 상황을 전한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의 보도. 출처= 더 가디언
잼버리 현장의 상황을 전한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의 보도. 출처= 더 가디언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에서 개최된 제 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 행사 파행 운영이 부산 엑스포 개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미국 등 주요 국가 미디어는 자국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잼버리를 파행 운영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고의 기회, 최악의 상황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대회로, 전 세계 각국 만 14세에서 17세 청소년 보이·걸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행사다. 특히 이번 제 25회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 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 개최됐기 때문에 전 세계 미디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면 전 세계인들이 더욱 한국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나라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2030 엑스포 개최국 최종 결선투표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잼버리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미흡한 위생관리는 전 세계 참가자들을 경악하게 했고, 급기야 미국과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캠프장에서 대원들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글로벌 미디어들은 현장의 소식을 전하며, 대회 준비의 미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국 BBC NEWS는 지난 4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잼버리 참가 인원이 더위에 지쳤다(World Scout Jamboree: Hundreds hit by heat exhaustion in S Korea)”라는 제목의 보도에서“행사 첫 날인 1일 밤에만 온열 질환으로 인한 약 400건의 치료 사례가 보고됐다”라고 전했다.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 5일(현지시간) “Mother of UK scout tells of ‘unbearable’ conditions at South Korea jamboree(영국 참가자의 어머니가 한국 잼버리의 상황에 경악하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잼버리에 16세 자녀를 참가시킨 한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일련의 보도에서는 한여름 햇빛이 작열하는 평지에서 더위를 피할 공간도 없는 현장 상황들이 자세하게 전달됐다. 

그러나 현장에 참가한 청소년들과 관리자들의 SNS에 의해 밝혀진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무엇보다 식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세면장과 화장실은 위생적이지 못했고, 쓰레기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간이로 마련된 판매점들이 참가자들에게 폭리를 취한다는 피해사례도 보고됐으며 현장에서 부패한 식용 달걀이 발견되기까지했다.  

잼버리에 공급된 곰팡이가 핀 구운달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잼버리에 공급된 곰팡이가 핀 구운달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에 온열 질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 지원이 부족해 많은 참가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의 스카우트 본부에서는 행사의 즉각 종료를 협회 측에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잼버리 중도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원활하게 남은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선 것은 한국의 기업들이었다. 삼성을 비롯해 LG·현대차·포스코·GS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장에 필요한 식료품과 냉방설비 및 인프라를 즉각 지원해 현장 상황을 빠르게 안정화시켰다. 시급한 현장 상황을 정리한 잼버리 협회는 현재 한반도로 북상 중인 태풍의 영향을 고려해 캠프장의 해체와 참가자들의 이동을 결정했다. 

2030 엑스포 유치, 가능할까? 

글로벌 규모의 국제 행사를 사실상 망쳐버린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2030 엑스포의 유치에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가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는 표결을 통해 2030년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결정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우리나라의 부산이 최종 후보지로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민관합동의 엑스포 개최 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리 총회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전력을 다해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글로벌 여론은 냉정하게 중동과 유럽 국가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사우디 쪽에 다소 치우쳐져 있다. 

태풍 북상에 따른 행사장 이동으로 철수되고 있는 잼버리 캠프장. 사진= 연합뉴스
태풍 북상에 따른 행사장 이동으로 철수되고 있는 잼버리 캠프장.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현재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파행을 두고 거대 정당들이 ‘책임 소재 떠넘기기’ 정쟁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미디어들이 일련의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선투표를 단 몇 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발생한 잼버리의 파행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영국의 더 가디언은 논평에서 “최종 개최국 선정이 얼마 남지 않은 2030세계엑스포는 분명한 국가적 우선순위 행사”라면서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글로벌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왔지만, 이번 일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