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 = 김호성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 = 김호성 기자

시공사 부실로 인한 공사 미진행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현장 실사 요청에도 엉뚱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사모운용사가 적발됐다.

또 펀드 자금을 가족법인에 몰래 보내거나 해외주식 상장폐지로 인한 수백억 상당의 손실을 감춘 운용사들도 함께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경종을 울리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사모운용사 전수검사 과정에서의 대표적인 위법·부당 행위 4건을 1일 공개했다.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자자 기망, 도관체(통로 역할)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공 등 이들의 위법·부당 행위 형태는 다양했다.

금감원은 중대한 위법행위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운용사와 임직원을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A운용사는 투자 대상 사업장의 공사가 시공사 부실로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공사가 정상 진행되고 있다고 자산운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했다.

해당 대체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착각해 다른 대체 펀드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A운용사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 실사에서도 부실 사업장과 무관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B운용사는 대주주인 가족 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소위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펀드 자금을 송금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고객 재산을 사유화하고 대주주에게 편익을 제공했다.

운용 중인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특별자산 펀드 간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거짓 기재된 문서를 이용해서 한 재단으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한 뒤 이 자금 일부를 기존 특별자산 펀드가 편입한 부실 사모사채 상환에 쓰다가 환매 중단 사태를 빚었다.

부적격 운용사들이 투자 손실을 은폐한 사례도 있었다.

C운용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7억원인 최저 자기자본에 미달해 등록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투자운용인력 최소 인원 유지 요건에도 미치지 못했고 준법감시인도 선임하지 않았다.

해외주식 상장폐지로 6개 펀드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나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자산운용보고서를 투자자에게 교부했다. 더불어 감독당국의 현장검사 시 폐문 상태로 고의로 연락에 불응했다.

D운용사는 펀드 또는 고유 재산에서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을 취급하면서 20%인 법정 최고 이자율을 위반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에 20%를 초과한 고리의 대출을 중개하고 중개 수수료를 수취했다. 대출중개업의 업무 범위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 법인-개인 간 대출을 중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고객 자금의 충실한 운용을 통해 국민 자산 증식,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게 자산운용업의 본질임에도 금융회사 지위(라이선스)를 사유화해 불법·부당 행위를 일삼는 것은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2020년 말 기준 252개사이던 사모운용사는 지난 6월 기준 376곳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수탁고는 438조4천억원에서 577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부적격 운용사들에 대한 퇴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사모운용사 156개사가 신규진출했으나 퇴출(자진폐지, 등록취소 등)된 운용사는 4개사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9곳이 최저 자기자본 유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투자 수탁고가 남아 있어 펀드 이관 등 투자자 보호 절차로 퇴출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이에 금감원은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 행위나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