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기업들 수주 뛰어든  네옴시티 프로젝트

사막 한복판에 세워질 미래도시 ‘네옴시티’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우리 정부와 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비가 640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프로젝트다. 주거단지 ‘더 라인’, 휴양 섬 ‘신달라’, 항구 첨단산업 단지 ‘옥사곤’, 관광 휴양지 ‘트로제나’로 구성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이 제로(0)인 지구상 최초의 ‘청정도시’를 계획 중이며, 1년 전부터 공사가 시작돼 현재 근로자 6만명이 상주하고 있다.

동대문 DDP에서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디스커버 네옴'. 척박한 사막 풍경이 재생되는 디스플레이 사이로 '더 라인' 모형이 보인다. 사진=박상준
동대문 DDP에서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디스커버 네옴'. 척박한 사막 풍경이 재생되는 디스플레이 사이로 '더 라인' 모형이 보인다. 사진=박상준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토부 역시 네옴의 글로벌 로드쇼인 ‘디스커버 네옴’의 국내 개최를 추진하며 국내 기업의 네옴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25일 열린 개막식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네옴시티 관련 추가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그간 사우디에서 우리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 사업과 빌딩 건축 사업, 정유 공장 건설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만큼 이번에도 네옴시티에 필요한 여러 기술 요소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옴시티 계획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더 라인’이다. 사막과 해안가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주거단지로,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 구조물을 170㎞로 이어붙이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1차 목표는 800m 모듈 3개로 구성된 2.4㎞ 구간을 2027년까지 완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초고난도 미래 건축물인 만큼, 기술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업체들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 노동력을 더 확충하고 협력 업체도 더욱 활발히 모집할 계획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더 라인에서 고속철도가 지나다니는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설계에 자동차 도로가 포함되지 않아 지하 고속철도 건설의 중요성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발주처와 기밀 유지 협약이 걸려있어 상세한 건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현지에서 원활하게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며, 해안 산업단지인 옥사곤 등의 추가 수주를 위해 준비 중이다”라며 성과가 있음을 밝혔다.

이밖에도 한미글로벌, 현대엘리베이터, 글람 등 많은 업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글로벌은 총괄 프로그램관리(PMO)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개막식에 직접 방문해 알 나스르 네옴 CEO와 만났다. 글람은 지난해 카타르 도하 대형 종합병원 외벽에 투명 미디어글라스를 설치한 이력을 바탕으로 네옴 측과 더 라인 내외부의 미디어글라스 설치 관련 미팅을 가졌다.

‘비현실성’ 비판받기도

수주에 성공하면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리라 예상되는 네옴 시티지만, 일각에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건축·환경 전문가들은 생태계 파괴 문제와 기술적 한계 문제를 이유로 네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먼저 설계안과 같이 초고층 빌딩 벽 사이 수풀이 우거진 이상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있다. 500m 높이 벽이 양 옆에 세워진 이상 도시의 하층부는 일조량이 확보될 수 없다는 것.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는 “대기오염 대신 녹지와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지상낙원은 홍보영상에만 존재한다”라며 네옴의 비현실성을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개한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네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개한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네옴

생태계 단절 문제도 있다. 170km의 거리를 하나의 건물로 잇는 더 라인은 해당 지역을 지나는 새들과 동물들에게 거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고속도로로 인해 생태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고속도로 중간에 생태통로를 조성해 동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 교수는 지난해 11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 라인을 완전한 일직선 건물이 아닌 중간을 뚫은 점선 형태로 조성했다면 생태통로 조성은 물론 건물 사이에 부는 바람으로 풍력발전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 교수는 인공 눈으로 1년 내내 스키와 각종 스포츠활동이 가능한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에 대해서도 “사막에서 1년 내내 스키장을 유지하는데 사용될 에너지 손실이 너무 클 것”이라며 트로제나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표했다.

사우디, “충분히 실현 가능해”…우리 정부도 지켜보는 중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우디 정부는 여전히 네옴시티에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지난달 28일 네옴시티를 둘러싼 이런 논란에 직접 답했다. 그는 디스커버리와의 인터뷰에서 “네옴 라인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판론자들의 말을 결과로 부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달 25일 한국을 찾은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CEO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미 네옴에 지역사회가 생기고 학교가 문을 열었으며 모든 구역에서 건설이 시작됐다"며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나드미 CEO는 현재 네옴에 거주하는 근로자 6만명이 내년엔 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 역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현재 사우디 현지에서 모든 사업과 계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연락관을 현지에 상주시키고 네옴 리더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설치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사우디 진출을 위한 가교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꾸준히 현장을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국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당장에 활발히 이뤄지는 입찰과 수주”라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입찰 건에 대해서도 많은 업체들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네옴이 공개한 휴양섬 신달라의 공사 현장. 사진=네옴
올해 2월 네옴이 공개한 휴양섬 신달라의 공사 현장. 사진=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