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역 7번 출구에서 7분 정도 걸으면 우리은행의 팝업스토어 '원 더 바이브'가 나온다. 사진=강예슬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역 7번 출구에서 7분 정도 걸으면 우리은행의 팝업스토어 '원 더 바이브'가 나온다. 사진=강예슬 기자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우리은행 합정동 지점이 보인다. 여기서 7분 정도를 걸어야 목적지가 나온다.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이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겠지만, 굴하지 않고 걷다 보면 우리은행 팝업스토어 ‘원 더 바이브(WON THE VIBE) 합정’의 입간판이 보인다.

원 더 바이브는 우리은행이 2030세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난달 27일 문을 연 세 번째 팝업스토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무신사와 손잡고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첫 팝업스토어 '원 레코드(WON RE:CORD)'를 열었다. 3개월 동안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누적 1만5000명 이상이 방문하며 인기를 얻자 기간을 연장해 총 6개월을 운영했다.

지난 4월 오픈한 2호점 ‘원스테이션(WON STAY-TION)’은 ‘에버랜드’에서 먼저 손을 내밀며 시작됐다. ‘기차 여행’을 콘셉트로 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인 T-익스프레스 옆에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레코드판(LP) 청취는 물론 포토 부스, 굿즈샵, 휴게공간 등도 이용하도록 했다. 원스테이션 또한 개점 기간 9만 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현재 운영 중인 원 더 바이브는 마포구의 요청으로 기획한 지역 상생 팝업스토어다. 합정역 7번 출구 근처 상권인 ‘합마르뜨(합정+몽마르뜨)’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준비했다. 팝업스토어 장소도 마포구에서 제안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리면 흰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공간에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다 보면 오는 길에 흘린 땀은 금방 식는다.

원 더 바이브는 크게 ▲합마르뜨 가이드 ▲LP&아트북 큐레이션 ▲합마르뜨 아뜰리에 세 구역으로 나뉜다.

 

원 더 바이브 한 쪽 벽의 '합마르뜨 가이드'에서는 합마르뜨의 음식점, 카페, 독립서점, 갤러리, 소품샵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원 더 바이브 한 쪽 벽의 '합마르뜨 가이드'에서는 합마르뜨의 음식점, 카페, 독립서점, 갤러리, 소품샵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합마르뜨 가이드'다. 합마르뜨 상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벽 한 면을 지도와 간단한 가게 설명으로 꾸몄다. 음식점, 카페, 독립서점, 갤러리, 소품샵 등 지역상인회 가입 상점 40곳을 소개했다.

 

LP&아트북 큐레이션존에는 BLUE VIBE와 CIRCLE VIBE를 느낄 수 있는 LP 200여 장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LP&아트북 큐레이션존에는 BLUE VIBE와 CIRCLE VIBE를 느낄 수 있는 LP 200여 장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LP&아트북 큐레이션존'에서는 200장의 LP와 합정 로컬 아티스트의 아트북을 즐길 수 있다. LP를 듣고 싶다면 먼저 합마르뜨 가이드 옆 선반에서 듣고 싶은 LP를 골라야 한다. '픽 유어 플레이리스트(PICK YOUR PLAYLIST)'라고 적힌 문구 아래 아이유, 브루노 마스, 퀸, 마룬파이브, 비틀스, 영화 <라라랜드> OST까지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앨범이 가득하다. 팝, 일렉트로닉, 록, 케이팝, 재즈, 힙합 등 장르도 다양하다.

 

2014년 한정 발매된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LP는 판매가 4만900원이었지만, 중고사이트에서는 최소 200만원에 거래된다. 사진=강예슬 기자
2014년 한정 발매된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LP는 판매가 4만900원이었지만, 중고사이트에서는 최소 200만원에 거래된다. 사진=강예슬 기자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을 골랐다. 한때 중고 거래로 약 300만 원에 판매됐을 만큼 인기 있는 LP다. 테이블에 앉아 LP판을 턴테이블에 놓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헤드셋을 통해 노래가 흘러나온다. 휴대폰으로 음원을 들을 때와 달리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감성을 더한다. 테이블 당 두 명까지 헤드셋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테이블 위 QR 코드를 스캔하면 여행 성향에 맞는 저축 유형 테스트를 할 수 있다. 합정 로컬 아티스트가 제작한 책인 아트북을 감상해도 된다. 아트북도 LP처럼 우리은행의 큐레이션(선별) 기준인 BLUE VIBE와 CIRCLE VIBE를 고려해 엄선했다. 큐레이션된 LP와 아트북 표지에서 우리은행을 상징하는 파란색(블루)과 원형(서클)을 느낄 수 있다.

 

크리에이터 포토존인 ‘합마르뜨 아뜰리에’에서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거나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크리에이터 포토존인 ‘합마르뜨 아뜰리에’에서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거나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요즘 ‘핫플(핫 플레이스, 인기 장소)’이라면 인증샷(인증 사진)이 빠질 수 없다. '합마르뜨 아뜰리에'는 로컬 브랜드의 소품으로 꾸민 포토존(사진 찍는 공간)이다. PC로 사진을 찍거나 방명록을 남기고,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인화할 수도 있다. 큐레이션존 옆에 설치된 전신거울을 이용해 감각적인 사진을 얻어 보자.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고객이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해 예금상품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고객이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해 예금상품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방문 고객은 디지털데스크를 통해 은행 업무도 볼 수 있다. 디지털데스크는 우리은행이 개발한 비대면 디지털 영업점이다. 디지털데스크에 앉아 ▲투자상품 상담 및 가입 ▲예금상품 상담 및 가입 ▲각종 변경 및 등록 업무 중 원하는 업무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된다. 30초 정도 기다리면 화상상담 직원이 화면에 나타난다. 신분증, 인감, 손바닥 정맥 스캐너가 있어 일반 영업점과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거래 내역 확인, 인터넷뱅킹, 예·적금 및 대출·투자상품 상담뿐 아니라 통장, OTP, 보안카드 등 실물 증서 발급도 가능하다.

현장 참여 이벤트에선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 합마르뜨 상권에서 당일 1만 원 이상 쓴 영수증을 보여주면 그립톡, 커피 드립백 등 로컬 상점 굿즈 7종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우리WON뱅킹에 가입하면 친환경 텀블러를, 인스타그램에 필수 해시태그를 넣어 게시글을 올리면 소품 정리 틴케이스를 증정한다. 합마르뜨 아뜰리에에서 방명록을 쓰면 캐릭터 굿즈도 준다.

평일 오후 시간대여서인지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 에버랜드에 자리한 1, 2호점보다는 노출이 덜 되는 곳이다 보니 하루 3~4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전에 비해 확실히 적은 수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우리은행 정철 채널전략부 차장은 “합정역 뒷골목이라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방문 고객이 많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번 팝업스토어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소상공인과 상생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영수증 이벤트는 하루 방문자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한다고 한다. 주변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

합마르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세영(31) 씨는 “팝업스토어에 참여한 후 확실히 신규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지역의 작은 가게는 개별적으로 마케팅하기엔 한계가 있는데, 팝업스토어를 통해 지역 가게 여러 곳을 소개해 주니 소상공인 입장에서 도움도 많이 되고 고맙다”며 팝업스토어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우리은행 팝업스토어 원 더 바이브 합정은 이달 30일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