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 송전탑이 서 있다. 사진=이하영
산 위에 송전탑이 서 있다. 사진=이하영

화력발전 비중이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의 2분기 실적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을 비롯해 신재생‧송배전망 등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전력공사가 제공하는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한국전력공사 5개 발전자회사의 평균 SMP는 ▲4월 159.5원 ▲5월 150.9원 ▲4월 155.4원 등이다. SMP는 발전사가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는 가격이다. 발전사 매출 대부분이 전기판매 수익에서 나오기 때문에, SMP 가격이 높을수록 수익이 나는 셈이다.

3개 기관(한국중부‧서부‧남부발전)의 SMP는 2분기 평균 SMP와 같거나 높다. 반면 동기간 한국남동발전은 ▲4월 137.3원 ▲5월 124.7원 ▲6월 134.9원 등으로 모두 평균 이하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동서발전도 4월만(163.6원) 평균 SMP가격 보다 높을 뿐 5~6월은 차이가 거의 없다. 양사의 수익이 타사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양기관 특징은 높은 화력발전 비중에 있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은 화력발전 비중이 각각 85%와 67%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앞서 말한 3개 기관은 화력발전 비중이 ▲한국중부발전 57% ▲한국서부발전 53% ▲한국남부발전 53% 등으로 절반을 소폭 넘는데 그친다. 화력발전 가동량에 따라 수익이 보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타 발전사는 태양광‧풍력‧열병합 등 일찍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과 온도차가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으며 화석에너지원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가 발전 순서에서 밀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발전은 대부분 발전원가가 저렴한 순서인 원전→석탄(화력)→LNG→중유 등의 순서로 도입된다. 이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가 있어 각 발전사는 총 발전량의 일정 수준을 의무 공급해야 해 우선순위에 놓인다. RPS 비율은 올해 13%에서 단계적인 상향을 거쳐 2030년도까지 25%를 목표로 해 화력발전소의 감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사진=전력통계정보시스템
사진=전력통계정보시스템

난관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맞추려면 다른 발전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변동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큰폭으로 오락가락해 출력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것 또한 관건이다.

이를 위해 전력업계에서는 기저발전인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의 출력을 감소시키는(감발) 대신, 전원 조절이 비교적 용이한 LNG 발전원을 적극 활용한다. 자연히 화력발전을 감발하는 만큼 발전량이 적어지니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판매대금도 줄어들게 된다.

송배전망 확충 지연도 화력발전에는 마이너스 요소다. 최근 동해안 일대에서는 송배전망 확충 없이 민간 화력발전소인 삼척그린파워, GS동해전력, 강릉안인, 삼척블루파워 등을 비롯해 한울 1~6호기에 이어 신한울 1~2호기 등 원자력 발전소까지 들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송배전망은 그대로인데 발전소는 우후죽순 늘어나니 감발이 일상화 돼서다. 일부 민간발전사의 경우 수익은커녕 적자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도 내 전력입찰량 총량은 지난 1월 4248기가와트시(GWh)에서 지난달 3507GWh로 줄었다. 발전소 완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전력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감발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또한 LNG복합발전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기존 화력발전소를 활용해 수소혼소 발전 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소를 무작정 닫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계통불안정성을 높이는 신재생으로 가는 것만이 답은 아닐 것”이라며 “기존 발전소를 이용해 수소혼소 발전을 확대하는 등 무탄소 전원을 찾는 길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