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적 명분이 있을 뿐 아니라 ‘제2의 마셜플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재건 원조사업)으로 평가받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대규모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처럼의 특수 기회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최서단에 위치한 리비우시(市), 터키 건설사 오누르(Onur)와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삼성물산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최서단에 위치한 리비우시(市), 터키 건설사 오누르(Onur)와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쌍용건설은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지원 거점국인 폴란드에 위치한 러·우 전쟁 난민 수용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일 “수익성이 아닌 인도적 차원과 그룹사(글로벌세아)의 높은 관심 때문에 다른 건설사가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전인 지난달 미국 비영리단체의 자선 행사 참석을 계기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확장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쌍용건설은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 재건에 참여했지만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경우 현지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잇점을 살려 추가적인 공사 수주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본격 뛰어들 태세다.  회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사업 분야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코오롱글로벌이 현지 상하수도 시설 복구 공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은 그동안 해외에서 상하수도 사업을 많이 해왔고 국내에선 10대 건설사들과 비교해도 최다 수준으로 상하수도 시공을 맡아왔다”며 “상하수도뿐 아니라 수처리까지 포함해 환경 분야에서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건설사 기준 ‘톱2’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 분야의 해외 실적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사장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 간담회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상하수도 복구사업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한 것도 관련 사업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국내 최대 건설사인 삼성물산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리비우시(市)와 스마트시티 개발에 대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이어 리비우시 측과 구체적인 계약 체결 시 비밀유지 조항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리비우시 측과 상당 정도의 물밑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재건 사업을 시작한 쌍용건설을 제외하면 삼성물산의 경우 아직 MOU 단계거나 사업 계획만 갖고 있는 국내 타 건설사(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삼부토건) 에 비해 현지 진출에 상당히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교통 자동화 시스템의 적용 ▲물류와 통신, 스마트홈 시스템의 상호 연결 등에 대해 현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속속 우크라이나 재건에 뛰어들거나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지만  업계 20~130위권 건설사 중에는 소극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곳도 많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언급됐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아예 사업장 자체가 없다”며 “이 사업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보니 지켜보고만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일각의 기대만큼 건설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 역시 나온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재건 사업 테마주라며 최근 일부 건설사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지만 재건 사업이 애초에 주가가 뛸 만큼의 이슈가 아니다”라며 “우리 측이 (우크라이나에) 금융 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고 그 조건들이 굉장히 복잡한 만큼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마진을 많이 남기기도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