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불리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각지고 세련된 빌딩들이 즐비한 서울 강남 압구정로데역 인근 골목 안에는 외관부터 프랑스 거리에서 볼 법한 향수 상점이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비오는 날 짙어지는 풀냄새처럼 깊고 은은한 자연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 청담 부띠끄’에 입장하자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곧이어 19세기 프랑스 약재상을 재현한 매장 인테리어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공간 곳곳을 채운 약재함에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보관돼 있다.

매장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불리가 5년 만에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이날 현장 직원은 가장 먼저 불리 향수에 들어가는 허브, 채소 본연의 향을 느껴보도록 무알코올 액상 원액 체험을 권했다. 마치 본격적인 제품 시향에 앞서 코를 가볍게 적시는 기분이 들었다.

매장에 진열된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 사진=이솜이 기자
매장에 진열된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 사진=이솜이 기자

기자의 코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로세이’에 반응했다. 그로세이는 토마토와 베리향이 어우러져 상큼한 향을 자아내는 게 특징이다. 또 다른 컬렉션 향수 ‘콩콩브르’는 소위 ‘반오이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 만한 오이향을 물씬 풍겼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니치 향수’ 답게 불리 컬렉션 제품마다 특별함이 도드라졌다.

실제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은 향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꽃 대신 식물과 채소를 재료로 택했다. 이번 컬렉션 향수 6종 모두 토마토, 오이, 바질, 당근, 고구마, 파슬리, 고수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구성됐다.

프랑스 파리 뷰티숍으로 출발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불리 청담 부띠끄는 향수 외에도 바디로션, 핸드크림, 디퓨저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특히 고체 립밤 구매 시에는 케이스와 포장 파우치 색상을 직접 선택하고, 케이스 표면에 각자 원하는 글자도 새겨넣을 수 있다. 나만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이라면 혹할 만한 서비스다.

불리 청담 부티크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불리 청담 부티크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천연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세면대에는 불리 특유의 향을 담아낸 비누와 바디로션이 올려져 있다.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최근 들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해 신규 고객들이 유입되면서 불리 청담 부티크를 찾는 젊은 고객층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리는 2016년부터 LF가 국내에서 독점 유통, 판매하고 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니치 향수 열풍이 불면서 불리도 꾸준한 성장세를 띄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불리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50%를 기록했다.

LF 관계자는 “불리는 지난 5월 5년만에 신제품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을 출시하고 불리 공동 창립자 빅투아 드 타야크가 방한하는 등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는 5년 만에 신제품 출시는 물론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서 니치 향수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