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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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대중교통을 비롯해 대부분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아직 예외인 곳이 있다. 바로 식품업계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중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식품업 종사자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엔데믹 전환에도 식품업계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을 정하고 있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규정이 포괄적인데다 해석상 모호한 부분도 있어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란과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1의 5는 '식품 등의 제조·가공·조리 또는 포장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은 위생모 및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1차 20만원, 2차 40만원, 3차 60만원 등 과태료도 부과된다.

식약처는 2020년 6월 식품업 종사자의 위생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 위생모와 함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2020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난달부로 일반 산업 현장 및 대중시설 전반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 식품업종은 예외로 남게 되면서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식당 직원들 마스크와 모자 다 착용해야 하나요?”, “다들 마스크 쓰고 일하나요?”, “홀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될까요?” 등을 묻는 게시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신고해 본사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댓글들에서도 “잠깐 쉬는 중간에 마스크를 벗고 싶을 때가 있어도 누가 신고하거나 손님들이 뭐라할까 걱정이 앞선다”는 등 비슷한 내용이 오갔다.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마스크 착용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식품업체 재량으로 사업장에 관련 지침을 마련, 안내하는 실정이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각 매장에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KF 인증, 비말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는 매장에 KF94 마스크를 직접 제공 중이다.

단체급식 사업을 전개하는 아워홈은 조리, 배식 담당 현장 직원들에게 사용 후 관리가 어려운 아크릴 마스크 대신 비말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병원 급식장에는 KF94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하는 등 사업장 유형별로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밖에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을 운영하는 SPC는 모든 점포 근무자들에게 면·보건 및 수술용·비말차단 마스크와 플라스틱 입가리개 중 선택해 착용하도록 공지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 운영사 bhc는 조리 근무 인력의 마스크 착용은 철저히 관리하되 홀 업무 담당 직원들에게만 마스크 착용 유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안내 중이다.

“식품업계만 마스크 착용 불공평” 볼멘소리도…식약처 “현장 안내 강화할 것”

출처=식약처

업계 일각에서는 엔데믹 국면을 맞았지만 마스크를 의무 착용해야 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를테면 카페는 음식을 직접 조리할 일이 거의 없지만 식품위생법이 일괄 적용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하고, 요즘 같은 더운 여름철에는 마스크 착용이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동네 의원이나 마트나 버스, 지하철 웬만한 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식품업종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 기준이 유지되는 대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식품업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형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 기준이라도 명료하게 정리되면 좋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위생 관리 차원에서 조리직 등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왔던 만큼 현행 규정을 유지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또 외식업소 등을 1차적으로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현장 관리 감독 및 식품위생법 개정 내용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종별로 규율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규정을 세밀하게 두기에는 애매한 지점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테면 음식점 조리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홀 서빙 업무도 겸하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 이전부터 학교 급식 등 관리가 필요한 현장에는 지침을 통해 마스크 착용을 안내해왔고 해당 내용을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라며 “식약처 차원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을 통해 마스크 착용 규정과 관련한 내용을 현장에 구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 스스로 인정하듯이 개정된 시행규칙 자체가 애매해 좀 더 명확한 지침이나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식품 등의 제조· 가공· 조리· 포장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이 규제 대상인데 직접 종사와 간접 종사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단순 포장하는 사람에까지 마스크와 모자 착용을 강요하는 게 맞는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위생모 및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는 규정만 놓고 보면 위생모와 마스크 착용 자체가 의무화된 것인지, 철저한 개인위생관리가 의무이고 마스크와 위생모 착용은 그런 위생관리의 예시로 다른 방식으로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 위생모와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등의 의문점도 여전히 남는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1일부로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시설과 공간 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권고’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