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코앞으로 다가온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해 정부 주도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ESG 시준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민간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축사에서 “ESG 공시에 대해 정부의 지원 시급하다”면서 정부와 국회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ESG 문제는 노무 문제부터 제품 생산 과정까지 기업 경영의 모든 과정에 연결돼 있는데 기업들만의 힘으로 해결하라고 하면 어렵다”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으로 해결할 역량 없다”면서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시장 타격 입고 대기업까지 영향 간다, 결코 어느 정파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국제적으로 ESG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ESG 공시 기준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준안에 따라 자체적인 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SG 공시 의무화는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으로 시작해 2030년 전 상장사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SG 국제 기준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높은 기업은 대출이 막히거나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의 경우 탄소 배출 감축이 쉽지 않아 막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는 국회 기재위 소속 양기대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산자중기위 소속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사단법인 청년과미래가 공동 주관했다.

토론회에서는 ESG 문제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발등에 불이 붙었다”고 표현했다. 김 의장은 “글로벌 ESG 공시 의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 배출 문제가 핵심 경제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즉시 행동 나설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ESG에 대한 담론은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WHY의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 방법 모색하는 HOW의 단계”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ESG 공시 의무화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 ESG에 대한 문제는 생존 관련 필수 문제”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ESG공시는 기업평가 통해 투자로 이어지는 ESG투자 생태계의 첫 단추라 관심 높은 주제”라고 말했다.

발표를 밭은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는 “ESG 문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탄소국경세’가 오는 10월부터 시범 도입되는 등 도전적 상황”이라며 “향후 10년은 다음 세대에 한국이 어떤 경제적 위치에 있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탄소중립기구들과 손잡고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ESG 문제가 더이상 정치, 정책 영역이 아니라 경제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스코프3까지 의무화 범위가 확대되면 ‘탄소 연좌제’가 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하고 한국의 모든 기업이 다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탄소 감축 목표를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각국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을 봤을 때 한국은 8.3%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20%, 유럽은 70~80%”라며 “현재 신재생 발전 총량으로는 몇몇 탄소 배출 대기업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상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토론 현장. 사진=류소현 기자
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토론 현장. 사진=류소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산업 섹터와 연결된 문제인 만큼 대통령이나 최소한 총리실 산하에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민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법제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화 삼일PwC ESG플랫폼 파트너는 “ESG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ESG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화 파트너는 “ESG 규제가 현실을 앞서 나가는 형국”이라며 “EU는 국경세 얘기를 하고 공급망 실사법은 이미 발의가 됐는데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는 산적했지만 스코프3 공시는커녕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기준에 맞춰 국내에서 금융 당국이 ESG 공시를 언제부터 어디에 할 건지는 이미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제 기업들의 관심은 ESG 공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기업들의 대응 방향과 관련한 지원책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