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지난 7일 이사회 의장직과 우아DH아시아 의장에서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구성원들과의 함께 했던 그 열정의 시간들 너무 행복했다"면서 "그러나 열정은 너무 뜨겁고 너무 큰 힘을 쓰는 일인지라 좋은 쉼표가 있어야 좋은 마침표로 완성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된다고?"

네오위즈와 네이버 등에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김봉진 의장은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통해 배달의민족을 전격 출시했습니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모바일 혁명이 꿈틀거리던 시기, O2O의 바람을 타고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대중에게 '배달음식을 스마트폰으로 주문해야 하는 행위'를 납득시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등 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컸다는 설명입니다. 

치열한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김 의장은 지난 2018년 2월 '스타트업 한국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해  "경쟁사가 앱 내부에서 주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배달의민족은 아직 서비스가 준비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때가 있었다"면서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배달의민족도 앱 내부에서 주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급하게 출시했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고객들이 배달의민족 앱에서 주문을 하면 내부 직원들이 이를 확인하고 전화로 음식점에 전화해 주문을 완료했던 일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당시 배달앱 시장 1위는 배달통이었으나 배달의민족이 1위라고 끝까지 우겼다"면서 "결국 투자를 받은 후 1년이 더 지나자 배달의민족이 진짜 1위를 했다. 유리한 상황이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우겨서 목표를 달성해도 좋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을 관통한 배달의민족은 결국 한국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는 간판으로 우뚝 성장했습니다. 특유의 B급 감성을 내세우며 배민팬덤을 조직했고 '말도 안되는 지표'를 생성해내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2016년 9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출범한 가운데 김 의장은 초대 의장을 맡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출범 초기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것에는 결국 실패했고 무엇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그림자에 가려진 것을 두고 우려가 컸습니다. 당시 김 의장에게 "인기협에 지나치게 기대어 (2중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나"고 묻자 "무간도 한 편 찍어야지요"라 답하던 김 의장의 표정과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김 의장은 의욕적으로 코스포를 이끌었고 확장시켰으며, 그 결과 약간의 논란은 있으나 현재 코스포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든든한 울타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상적인 성과이자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김 의장은 그러나 쉬지 않았습니다. 2019년 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끌어내며 한국 스타트업도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마중물이라는 평가를 넘어 김봉진이라는 한국 스타트업의 인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전기로 볼 수 있지요.

김봉진 의장. 사진=연합뉴스
김봉진 의장. 사진=연합뉴스

다음 스텝은?
김 의장은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간판이자 업계 전체를 재정립한 코스포의 중심이었고,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증명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우아DH를 통한 아시아 시장 공략은 일본 시장 철수 등 아쉬운 구석이 많았고 우아한형제들 자체도 갈 길이 멉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여러가지 플랫폼 규제 논란에 얽매어 있는데다 매출 구조, 나아가 DH와의 관계정립 등에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장의 '다음 스텝'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채우지 못했으나 여전히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상징인 그가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 의장은 투자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코스포 등을 설립해 업계의 길을 열어주는 한편 후배들에게 금전적, 사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에게 어울리는 '다음 스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쉼표를 찍을지언정 마침표를 찍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 이제 그는 우아한형제들과 우아DH를 떠나며 가벼워진 어깨를 가볍게 풀고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이제는 업계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며 함께 걸어갈 동료들의 손을 더욱 굳건히 잡을 시간. 김봉진 시즌2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