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민 9만2559명(4일 오후, 행정안전부 기준)이 사는 곳인데 거리엔 인적이 뜸했다. 동네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으나 공실(空室)에 시달리는 상가들이 보였다.

서울 시내 대표 부촌인 반포의 한낮 풍경이다. 인근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당장 반포자이(3410채)와 래미안 퍼스티지(2444채)의 상가에 들어가서 확인해도 1층에 있는 중개사무소나 장사가 좀 될 뿐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며 “단지에 세대 수가 많고 동네에 사람이 많다고 강남에서 아파트 상가 내 점포가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올 서초구 반포등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분양가를 안내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4일 오전 서올 서초구 반포등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분양가를 안내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최근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시장이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그러면서 공실 기간이 3~4년으로 길어지자 단지 내 상가 임대료도 떨어졌다.

이날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가 자사의 상업용 부동산 분석 솔루션인 RCS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 1분기(1~3월) 3.3㎡(1평)당 단지 내 상가 임대료는 전 분기(11만6500원)보다 2.4% 하락한 11만3700원을 기록했다. 구별로 하락세가 가장 길게 이어진 지역은 서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2분기 14만3000원에서 ▲3분기 13만7700원 ▲4분기 13만7100원 ▲올해 1분기 13만6900원으로 3분기째 내려갔다.

전 분기 대비 3.3㎡당 상가 임대료의 낙폭이 가장 큰 지역은 노원이다. 12만8700원에서 11만52000원으로 10.5% 떨어졌다. 이어 용산(-8.6%)과 성북(-8.0%) 등 강북권의 하락 폭이 큰 가운데 강동(-7.3%), 강남·금천(-3.9%), 양천(-3.6%), 송파(-3.0%), 마포(-1.3%), 강서(-0.4%) 등의 순으로 하락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강북(-24.2%)과 금천(-16.5%), 동대문(-12.4%), 중랑(-10.0%) 등 서울의 평균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하락 폭이 컸다. 송파(-8.5%)와 강남(-7.4%) 등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도 전년 동기에 비해 임대료가 내려갔다.

공실에도 상가 고분양가 계속…임대료 부담↑

다만 일부 단지는 고분양가로 임대료 부담이 늘면서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다. 한 예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내 상가 1층은 최근 3.3㎡당 1억~1억1000만원대에 분양됐다. 강남 개포 자이스퀘어는 같은 기준으로 3.3㎡당 1억1000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지하 1층을 기준으로 하면 원베일리(약 4000만원대)보다 비싼 4700만원가량이다. 이렇게 가격이 비싸면 잘 팔리지 않아 투자자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올린다.

이처럼 상가에 대한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 입점 가능한 업종도 제한된다. 편의점을 제외하면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임차업종을 찾기 힘들어서다.

그럼에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과잉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조합 때문이다. 게다가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2013년 579만7000명에서 2021년 551만3000명으로 줄었다.

악화된 경기도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도 국내의 상권 침체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