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매수가 쏠리는 반면 코스닥 성장주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으며 개인투자자들에게 쉽지 않은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원으로 4월(26조4000억원) 대비 31.67% 줄어든 이후 6월에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원 안팎에 머물렀다.

6월 들어 챗(Chat)GPT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초고속 메모리 HBM(High Bandwidth Memory) 수요 확대 기대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주들이 상승하고 2차전지가 반등을 시도하며 코스피는 2600선을 웃돌았다.

그러나 점차 상승 재료가 소진하고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증가하며 지난 21일 기점으로 2600선이 무너진 뒤 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2회 추가 인상을 시사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6월 24~30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5.82포인트(0.23%) 하락한 2564.28에 마감했다. 투자자별로는 기관이 4022억원, 개인이 83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이 5173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 온 외국인들의 순매도 흐름이 지속하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도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시현 욕구, Fed 금리 인상 사이클 재개 우려 등이 순매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를 이어가면서도 반도체, 조선 등 실적 개선 기대감이 강한 업종에 대해서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2분기 실적 전망은 이미 주가 반영…3분기 이후로도 밝아야

최근 증시의 특징을 꼽자면, ▲코스피 대형주 가운데 주도주 위주로 매수가 쏠리는 점 ▲2차전지 뿐 아니라, 바이오, 엔터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 ▲2분기 실적 뿐 아니라 3분기 이후로도 실적 개선세가 유지될 지에 대한 관심 ▲유상증자 등 기업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물량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코스피 대형주 가운데에서는 반도체, 방산, 자동차, 조선, 철강, 해운 등이 하반기 눈에 띌만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중 반도체만 빼면 방산, 철강, 조선 등은 예전 '중후장대(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주 등의 제조업을 지칭)에 속한 업종들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A1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A1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근 외국인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매도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외국인 수급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 13~23일까지 외국인이 연일 매수 행진을 이어가다 지난주 초(6월 26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현대로템에 대해서는 6월 16일 이후 29일까지 연일 매수세를 보이다 30일 405억원 순매도했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3일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을 동행하고 베트남을 국빈방문하며 K방산주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이후 차익매물이 출회되며 주가 변동폭이 커진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종목의 차익매물 일부를 개인들이 받아내고 있다.

증권사 전망치로 보자면 방산주들의 전망은 밝다.

키움증권은 6월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리포트를 내고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약 8조원 규모의 K9 및 천무 수출 사업과 관련해 "올해 4분기부터 K9 및 천무의 추가 인도가 시작될 예정으로 2025년까지 실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각각 34.7%, 85.4% 증가할 것으로 키움증권은 내다봤다.

키움증권에 앞서 최근 한달 SK증권,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 보고서를 연이어 내놨다. 

방산 뿐 아니라, 철강·조선·해운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함께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포항 영일만4산단에 올해 4분기 생산시설을 착공, 니켈 연산 5만 톤, 전구체 연산 11만 톤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사진 = 포스코그룹.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함께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포항 영일만4산단에 올해 4분기 생산시설을 착공, 니켈 연산 5만 톤, 전구체 연산 11만 톤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사진 = 포스코그룹.

먼저 철강주는 주요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재건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 상반기 증시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저평가 매력도 감안해 봐야 할 업종으로 꼽힌다.

대표 종목인 POSCO홀딩스(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차원에서 니켈 등 2차전지용 소재 사업을 확대중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세계 1위 전구체 기업인 중국의 CNGR과 2차전지용 니켈·전구체를 생산한다는 내용의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직전 단계의 중간 소재인 전구체는 니켈과 코발트 등의 원료를 배합해 만들어진다. 2차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합작사업을 통해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구체의 경우 국내 생산 비중이 13%에 불과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CNGR과의 합작사업으로 포항에 니켈-전구체-양극재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을 완성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포스코홀딩스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그간 증시에서 한참 주목을 받다가 최근들어 상승세가 주춤해진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셀 또는 양극제 제조사들과 주가적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있다.

코스닥150 현물·선물 연일 매도…'반·방·차·조·해', 탄력 확대?

최근 외국인들은 코스닥150선물을 연일 매도하고 있다. 코스닥150선물은 코스닥시장의 기술주 섹터에 중점을 두면서 코스닥 종합지수의 흐름을 잘 따라가도록 시장대표성, 섹터대표성, 유동성 등의 기준으로 선정된 15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2분기 들어 변동성의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프로그램 매도가 시장의 진폭을 확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통상 코스닥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닥 150 신규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투자 자금이 들어오며 주가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근래 몇달간 이어진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의 주가 급등을 역이용한 공매도가 늘며 오히려 주가 하락을 확대하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는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대한 공매도만 허용되고 있다.

2차전지 뿐 아니라 엔터주 등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 역시 주가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는 6월 22일 30만70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70% 이상 상승하며 시총 기준 한국전력, 하나금융지주, SK, 대한항공, S-Oil를 뛰어 넘었지만, 23일 이후에는 연일 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연일 출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엠(SM), JYP엔터 등 엔터 대표주들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신 그간 오른 종목들이 일제히 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향후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에 한해 매수가 쏠리고 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은 2분기 실적 뿐 아니라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모습이다.

반도체, 방산, 자동차, 조선 등을 중심으로 최근 조정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이 있다. 주로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대표적으로 주목되는 종목이 기아다. 기아는 2분기 실적 호조세에 이어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 종목은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중에도 6월 26일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6월 30일 기아에 대해 "연간 이익체력 10조 원에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당시 수준으로 극히 저평가 상태"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5만 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2분기 연결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79만 3000대로 추정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아에 대해 "레저용차량(RV)는 미국 판매 비중이 지속 확대되며 견조한 외형 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지난달 기준 RV 비중 40%, 미국 도매 비중이 28%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북미 인센티브 소폭 상승에도 믹스(Mix), 물량 효과가 지속되며 호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내구재(기계장치 등)와 연관성이 높은 두산그룹 관련주(두산퓨어셀·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한화오션을 비롯한 조선 업종의 낙관적 실적을 전망하는 증권가의 보고서들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BDI지수 일봉 차트. 자료 = 인베스팅닷컴.
BDI지수 일봉 차트. 자료 = 인베스팅닷컴.

HMM과 팬오션 등 해운주도 3분기 이후 실적 추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발틱운임지수(BDI),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등이 반등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0일 BDI지수는 1650선을 찍은 후 연일 하락하다 6월 2일 910선을 찍은 이후 29일 기준1090선에서 등락했다.

중국 경기 부양책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해운업종의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6월 2일 메리츠증권은 HMM에 대해 "시황 하락에도 이익 방어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달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발표를 비롯해 2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을 살펴가며 업종과 종목을 선택하되, 눈높이는 조금 낮추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증권가의 조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슈 등 거시경제적 환경에서의 변수가 남아 있는데다가, 이미 오른 업종과 종목이 조정을 거치면서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현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경우 실적 수치보다는 업황이 개선됐는지가 통상적으로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지시간 6월 28일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3분기(3~5월)에 37억5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인 36억5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호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반도체 업황 회복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소진과 공급 감소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셔터스톡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소진과 공급 감소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셔터스톡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더하지 못하고 오히려 삼성전자로 매수세가 몰린 이유에 대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그룹내 SK이노베이션이 1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SK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차증권,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과 재무 관련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같은 우려도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들어가는 HBM 점유율 50% 이상(트렌드포스 추정)으로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보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적 반등을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

유상증자 등 수급 폭탄에 '촉각'

증권가 일각에서는 SK 뿐 아니라 대기업 전반에 걸쳐 투자금 마련 차원에서의 증시 수급에 영향을 줄 만한 경영적 결정을 발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6월 들어 코스피 상장 기업 가운데 유상증자를 발표한 규모는 총 2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정도 많고, 지난 5월 대비로는 10배 넘게 늘었다.

6월 1일부터 28일까지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 ▲CJ CGV ▲KC코트렐 ▲에스디바이오센서 ▲삼부토건 ▲이지스밸류리츠 ▲인디에프 ▲유니켐 등이다.

CJ CGV는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1조2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겠다고 6월 20일 발표하며 당일 주가가 급락했다. CJ CGV는 일반 공모한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67%)을 채무상환에 쓸 예정이다.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각각 1000억원(17%)·900억원(16%)이다.

6월 28일 SK스퀘어 주가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SK쉴더스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크게 출렁였다. 이번 유상증자가 차입금 전환을 위한 절차일 뿐 악재성 공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장 초반 급락하던 주가는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최근 대기업들마저 대규모 유상증자를 잇달아 발표하며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심화됐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성장 사업에 투자할 경우 금융권에 내야하는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 물량 부담 등으로 수급상으로 보면 악재다.

이뿐 아니라 현 주가 수준보다 할인 발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이같은 물량 부담을 감내하고 조달한 자금을 신사업 투자가 아닌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면 투자 심리는 상당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유상증자는 아니지만, 주식 수급면에서 증권가는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일부 지분 처분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이 양극재, 2차전지 소재 등에 대한 설비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가능성은 그간 꾸준히 거론돼 왔다. 다만, 회사는 구체적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 가운데 2조원어치를 해외투자자 등에게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월 21일 한국거래소는 LG화학에 이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날 조회공시 답변에서 LG화학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도 "당사는 3개 신성장 동력 투자를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