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26일(현지시간) 메타 퀘스트 플러스(Meta Quest+)를 발표했다. 한달에 7.99달러를 내면 지난해 10월 출시된 보급형 기기인 퀘스트2와 퀘스트 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모델이다. 

오는 가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퀘스트3도 조만간 라인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메타 퀘스트 플러스의 등장을 두고 최근 빅테크 업계를 뜨겁게 달군 애플의 비전 프로(Vision Pro) 대항마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두 회사의 기기는 비록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있으나 궁극적으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퀘스트 프로. 사진=메타
퀘스트 프로. 사진=메타

메타 "오로지 메타버스"
메타는 페이스북을 통해 폐쇄형 SNS의 개념을 정립하는 한편 연결, 나아카 커뮤니티에 방점을 찍은 로드맵을 보여준 바 있다. 오프라인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연결의 개념을 온라인으로 풀어내어 5000명 한도의 친구로 끌어낸 상황에서, 여세를 몰아 커뮤니티를 구축해 생태계 활성화를 노리는 소위 왓츠앱 로드맵으로 시즌2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이던 2018년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용사건에 휘말린 후 설상가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도 떨어지며 크게 허덕인 바 있다. 이러한 위기감에 몇몇 미래 비전들이 겹쳐지며 메타는 커뮤니티의 비전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SNS의 강자로 활동하던 페이스북이 광장의 연결에서 폐쇄형 플랫폼인 커뮤니티로의 변신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향점은 메타버스라는 아이템을 만나 새로운 변곡점을 돈다. SNS를 통한 연결과 커뮤니티의 노하우를 혼합현실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판으로 '복사'하겠다는 전략이 나왔기 때문이다. SNS는 물론 SNS로 이룰 수 있는 커뮤니티 전체를 메타버스로 투영시킨다는 뜻이다. 연결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모든 세상을 메타버스에 담겠다는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과 같은 365의 앱과 윈도우 기능은 물론 MS 인튠(Microsoft Intune)과 애저 액티브 디렉토리(Azure Active Directory)과 같은 관리와 보안, 다양한 팀이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의 새로운 기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섞이기 시작했다.

연결과 커뮤니티를 메타버스로 투사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기업의 생산성에 포커싱을 하는 전략이다. 당연히 그 연결고리는 퀘스트 시리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메타버스 협력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메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메타버스 협력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메타

애플의 전략, 공간 컴퓨팅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메타버스라는 비전을 흔들림없이 추구하는 가운데 애플이 판을 흔들었다. 6월 초 WWDC 2023을 통해 비전 프로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애플 비전 프로는 스키 고글 형태며 새로운 운영체제인 비전OS를 바탕으로 가동된다. 아이클라우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애플 생태계와 연결되며 별도의 콘트롤로가 없어도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글 형태의 애플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온라인의 다양한 콘텐츠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으며, 이를 오프라인의 생산성 증가에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4K 디스플레이와 공간 음향을 지원하며 멀티 태스킹도 가능하다. 아이 사이트 기능을 통해 비전 프로 활용을 방해받지 않는 기능도 있다. 마이크로OLED로 디스플레이 부분을 메웠고 자체 제작한 M2칩을 탑재했다. 여기에 12밀리초 안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R1칩도 들어갔으며 글래스 자체가 하나의 폼팩터로 연결되는 것도 특징이다.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일각에서는 비전 프로가 등장하자 메타버스 시장에서 실리콘밸리의 앙숙으로 유명한 두 기업이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비록 철창매치를 준비하고는 있으나, 업계의 진정한 앙숙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팀 쿡 애플 CEO다. 

두 사람은 AI의 방향성을 두고 설전을 벌인 수준을 넘어 서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등 말 그대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애플의 앱 투명성 원칙이 메타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자 고소고발을 시사하는 한편 언론사에 전면광고를 실어 서로를 물어뜯었을 정도다.

애플 WWDC 2023. 사진=연합뉴스
애플 WWDC 2023. 사진=연합뉴스

공간 컴퓨팅과 메타버스는 다르다
퀘스트 출시에 이어 퀘스트 플러스라는 구독모델을 내놓은 메타와 비전 프로를 공개한 애플은 과연 메타버스 시장에서 격돌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장부터가 다르다. 당장 애플은 메타버스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 쿡 애플 CEO는 2022년 9월 네덜란드 RTL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조차 없다"면서 "솔직히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신 증강현실에 올인하며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메타버스와 비슷해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인 공간 컴퓨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지향했던 3차원 컴퓨팅 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운 컴퓨팅 환경을 통해 몰입감이 넘치는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개념이며 내가 속해있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무시하고 온라인 공간을 펼쳐내거나 혹은 중첩시킬 수 있는 기술 패러다임이다.

나아가 공간 컴퓨팅은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통해 개인화 서비스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몰입감 넘치는 강력한 디스플레이와 애플의 강력한 생태계와 연결되는 기능, 특히 콘트롤러가 없어도 시선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애플이 비전 프로를 통해 공간 컴퓨팅에 '올인'하며 폐쇄형, 즉 개인화 서비스에 주목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다르다. 말 그대로 공개형 서비스를 추구한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퀘스트 시리즈를 발표하며 "컴퓨팅 역사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폐쇄형 생태계가 서로 경쟁을 벌인 바 있다"면서 "폐쇄형 생태계는 통제와 통합에 강점이 있으나 생태계의 정체를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메타가 그리는 메타버스, 특히 메타 퀘스트 프로를 통해 확인된 자사의 전략적 방향은 개방형 생태계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하드웨어에서는 퀄컴, 업무용 활용도 확장에 있어 MS와의 협업에 나서는 것을 넘어 앱 생태계 전반에서 메타가 모바일 시대의 구글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지위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과 정반대의 길이다.

전장으로 봐도 애플은 인터페이스의 혁명에 가까운 공간 컴퓨팅이라면, 메타는 말 그대로 메타버스 그 자체에 연결과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심지어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덧대며 공개형 연결과 커뮤니티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두 기업은 서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다른 길을 가는 셈이다.

증강현실이 구현된 영화 아이언맨의 장면. 사진=갈무리
증강현실이 구현된 영화 아이언맨의 장면. 사진=갈무리

훗날, 만날 수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 애플은 그 보다 상위 개념이자 인터페이스 혁명에 가까운 공간 컴퓨팅을 지향한다. 그리고 메타는 다수의 연결과 커뮤니티라는 공개형 생태계를, 애플은 개인화 서비스라는 폐쇄형 생태계를 택했다. 가는 길이 다르다.

다만 두 기업 모두 그 시작이 가상현실이든 증강현실이든, 기술적 완성도는 혼합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는 길을 달라도 두 기업의 초반 전투가 겹쳐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심지어 먼 훗날 패권전쟁이 벌어진다면 기술의 진화에 따른 경계의 무너짐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그 개념이 그 개념'일 수 있다.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할 수 밖에 없다. 앙숙의 역사는 계속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