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3년 철권 리더십에 금이 갔다. 이 때문에 하락세를 타던 국제원가도 상승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은 처우에 반발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했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필두로 진행된 이번 쿠데타로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러시아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됐다.

외신·해외 “공급불안으로 상승 압박 예상”

지난 25일 CNN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데이터업체 케이플러의 미국 석유애널리스트 미트 스미스는 “쿠데타 시도는 불확실성을 가져와  더 높은 (오일) 가격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최근 우리가 본 격변과 불확실성은 주말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공급 차질 가능성과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감안할 때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글로벌도 바그너그룹 쿠데타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에 배팅했다. 이번 반란으로 인해 러시아 내 군사 분쟁 및 불확실성이 고조될 경우 공급차질 우려로 재고 비축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가 늘면 공급이 일정해도 가격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러-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낮은 가격에 풀렸던 러시아 원유의 공급 위축도 가격 상승압박을 강화하는 이유다. 지난해말 유럽연합(EU)은 원유 수출 자금이 러-우 전쟁 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수입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러시아산 원유가 중국과 인도 등에 EU 제한 조치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경우 국제유가 평균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세계 원유 생산랑 8% 책임지는 러시아

러시아가 하루 판매하는 원유 물량도 적지 않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000만배럴 수준으로 세계 수요의 10%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 중 80%에 해당하는 800만배럴 규모를 수출한다고 알려졌다. 러시아가 세계 일일 원유 수요 8%가량을 공급하는 만큼 이 물량이 줄어들면 국제원유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러시아는 수출국도 다각화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인도 등이 러시안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었으나, 올해는 일부 중동 산유국들까지 가세해 판매 범위가 커졌다. 그만큼 국제유가에 영향력도 커진 셈이다. 중동 산유국은 자국 원유를 51% 넣고, 러시아산 원유를 49% 넣는 방법으로 이윤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자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구입해 이윤을 더 붙여 판매할 수 있다.

좀처럼 식지 않는 미국 경기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6월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2번 더 인상할 가능성도 남겨뒀다. 이는 미국 경기가 건재하다는 방증과 같다. 금리 인상은 대부분 경기 활성화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누르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표명한 중국도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을 싣는다.  

다만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긴 안목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석유 수출 물량이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만큼 공급물량이 불안해지면 국제유가가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그너그룹 쿠데타가 해프닝으로 끝난 만큼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원유 수급에 영향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