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하는 ‘경제외교’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과 관련해 지난 일본·미국 방문을 잇는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일과 21일(현지시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 참석 일정을 소화한 후 22일 베트남으로 향했다.     

왜 프랑스인가? 

세계 7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는 독일·이탈리아와 더불어 EU(유럽연합)을 이끄는 축 역할을 하는 국가다. 우리나라와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적 교류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상호간의 돈독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30부산엑스포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파리 BIE 총회 참석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프랑스 국빈 방문 자체도 우리나라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프랑스는 최근 한국의 무역 수지 흑자 국가로 떠올랐다. 한-불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0억 유로(약 1조4213억원) 적자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대(對) 프랑스 무역수지는 2021년을 기점으로 역전됐다.  2021년 무역수지는 연간 수출액 57억 유로(약 8조1026억원), 수입액 48억 유로(약 6조8197억원)로 9억 유로(약 1조279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ㆍ 선박ㆍ 의약품 등의 중요한 수요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한불상공회의소
출처= 한불상공회의소

지난 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세계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한·불 양국의 협력은 첨단 기술과 미래 전략산업 분야로 확장돼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오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실질적 경제 협력을 증진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다수의 협력 분야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에너지·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방산·원전·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양국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많은 부분에서 양국이 의기투합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했고,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 협력점을 넓혀가기로 했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도 지난 일본과 미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인들과 현지 경제인들의 교류가 이뤄졌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프랑스의 산업연맹 MEDEF 인터내셔널은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21일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경제인들은 에너지 및 기술 분야 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기업 간 중장기적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1조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지난 미국 방문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서도 직접적 경제성과가 나타났다.  6월 21일 11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투자신고식에서 유럽의 이차전지·미래차 등 첨단산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6개 기업은 각 주력분야와 관련, 한국에 총 9.4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프랑스 이메리스(Imerys)社의 이차전지 도전재(전류 전도 물질)용 카본블랙 생산시설 신설,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社의 양극재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R&D) 센터 증설 투자가 확정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8개 그룹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8개 그룹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미래차 분야에서는 독일 콘티넨탈(Continental)社의 전장부품 제조공장 증설 투자, 조선(造船) 분야에서는 영국 나일라캐스트(Nylacast)社의 조선기자재용 고성능 폴리머 생산공장 설립 투자가 확정됐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덴마크 CIP社·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社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투자가 결정됐다.

이번 투자유치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투자의 후속지원에도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첨단산업 분야 세계 유수 기업들의 국내 투자유치를 확대하겠다”면서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투자특국’을 만들기 위해 인센티브 강화, 규제 혁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더 큰 성과 기대되는 베트남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기간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새로운 시장이다. 우선, 베트남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거점이 위치한 곳이다. 아울러 풍부한 경제 인구에 기반한 가파른 경제성장(2022년 기준, 전년比 경제성장률 8%) 등 잠재적 성장 여건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관계가 부담되는 우리나라에게는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최상의 입지가 바로 베트남이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경제적 접점 확대는 양국 모두의 '윈-윈'이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의 성장을 돕는 인프라 확장에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그를 발판삼아 베트남은 자국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이번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총 205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것으로도 잘 나타난다. 

특히 방문 일정 중에는 베트남 재계순위 1위 기업 빈(VIN) 그룹, 베트남 최대 IT 솔루션 기업 FPT, 베트남 대중교통·모빌리티 기업 페니카 그룹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과 우리 경제사절단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와 상호 화이트리스트 복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끌어 낸 59억 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에 이어 이번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서도 경제적 성과들이 하나씩 가시화되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이번 행보의 경제적 성과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글로벌 긴장관계에서 비롯된 국가간 외교의 불안정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호혜로 엮인 '우리 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