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모빌리티 업계의 상징이던 VCNC 타다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물밑에서 논의되던 아이엠택시 진모빌리티와의 합병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일단 구성원들의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권고사직은 없다는 것이 타다의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불법 논란이 있었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및 경영진이 대법원으로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상황이라 더욱 얄궂은 운명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타다 베이직 출시 행사. 사진=최진홍 기자
타다 베이직 출시 행사. 사진=최진홍 기자

타다 베이직의 시작부터 떠나는 이재웅 대표까지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를 두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2018년 10월. 쏘카의 100% 자회사 VCNC(브이씨엔씨)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타다를 전격 공개했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커플앱 비트윈을 운영하던 VCNC를 인수하며 박재욱 대표를 영입,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순간이다.

택시기사의 불친절에 불만이 많던 승객들은 타다 베이직의 쾌적하고 스마트한 사용자 경험에 열광했다. 특히 택시업계의 반발 후 모빌리티의 대안으로 불리던 카풀의 날개가 꺾인 가운데, 11인승 택시 모델은 큰 호평을 받았다.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인이 긱 이코노미 방식으로 근무하는 것 또한 큰 관심을 받았다.

순항하던 타다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풀러스 인수를 포기하고 물러난 2019년 2월부터 격랑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택시업계가 타다 죽이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통해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 택시영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성공적 논의를 위해서도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택시영업을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위법행위에 대해 즉각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18일 택시업계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당시 VCNC 대표를 고소하며 압박수위를 올렸다. 2019년 5월 15일 타다 VCNC를 노리는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타다 프리미엄 및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하던 VCNC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2019년 7월 17일 국토교통부가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정국은 더욱 요동쳤다. 특히 정부가 변수였다. 오로지 택시와의 협력만 모빌리티 혁명으로 인정하겠다는 국토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나오자 타다는 유일하게 반발했다. 

VCNC는 박재욱 대표 명의로 된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택시 산업과 별도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된다는 시대적 요청과 가치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타다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실무기구도 파행을 거듭했고, 이미 택시업계와 손을 잡은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도 타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기 시작했다. 타다는 2019년 10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1만대 증차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으나 오히려 택시업계와 국토부를 자극해 하루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위 타다 금지법을 발의하는 한편 검찰은 이재웅 및 박재욱 대표와 쏘카, VCNC에 대한 기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단 법원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2020년 2월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는 개인택시조합 차원의 집회를 연 후 강도높은 야외투쟁도 불사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장관이 직접 국회를 돌며 여상규 법사위원장 등을 만나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타다 금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설득하는 장면이 포착되는가 하면 타다에 대해 처음부터 비판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던 김경진 당시 의원이 무소속에서 공동교섭단체인 민주통합의원모임에 합류하며 타다 반대를 전면에 걸기도 했다.

결국 2020년 4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직후 타다는 독립법인 설립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매달렸으나 이 마저도 무위로 끝났다. 이재웅 대표는 쏘카 대표에서 물러났고 박재욱 VCNC 대표가 쏘카 대표에 올랐다.

사진=쏘카
사진=쏘카

혼란과 질서, 그리고 새로운 기회
이재웅 대표가 떠난 쏘카는 급격한 혼란에 휘말렸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생의 발판은 2020년 11월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마련됐다. 나아가 대리운전 및 캐스팅 중고차 시장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의 강제적 만남인 가맹택시에도 진출하며 큰 꿈을 꿨다.

다만 팬데믹을 거치며 쏘카는 일종의 다이어트를 단행한다. 대리운전 및 중고차 시장 등에서 모두 철수하는 대신 카세어링 자체에 주목해 이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모빌리티 전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장에 성공했으며 현재 탄탄한 존재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대리운전 앱. 지금은 철수했다. 사진=쏘카
대리운전 앱. 지금은 철수했다. 사진=쏘카

이 과정에서 타다의 VCNC는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에 2021년 10월 인수됐다.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을 타고 단기간에 체력을 키운 카카오페이 전략의 재연을 노렸기 때문이다. 뒤이어 VCNC는 토스의 틀 안에서 타다 넥스트로 시동을 걸었다.

타다 넥스트는 초반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타입3 플랫폼 택시, 즉 대형택시 시장에서 활동하며 관련 생태계 확장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뒷심이 다소 부족했고, 결국 올해 초 아이엠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와의 합병을 전제로 한 협상이 시작됐다. 

전체 모빌리티 시장의 대부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가 장악한 가맹택시지만, 대형택시도 배회영업 등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대형택시의 강자인 두 플랫폼이 합병을 시도하며 판은 재차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팬데믹이 종료되며 택시대란, 정확히는 택시기사대란이 벌어지는 한편 모빌리티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어왔다. 일반 택시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는 한편 마카롱택시가 파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연장선에서 15일 타다 VCNC와 진모빌리티의 합병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적자폭이 상당한데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창출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 스윙의 VCNC 타다 인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VCNC 타다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재웅 대표 SNS. 사진=갈무리
이재웅 대표 SNS. 사진=갈무리

첫 스텝부터 꼬였다
VCNC 타다와 아이임택시의 협상 결렬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대법원 3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구 여객자동차법 조항 및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타다의 운영이 불법 콜택시 영업이 아니라 기사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타다 베이직을 흔들었던 폭풍이 결국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뜻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SNS를 통해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되었다"면서도 "4년 가까운  긴 시간동안의 싸움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지속적으로, 최종적으로 확인 받았지만, 그 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 앉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어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의 혁신은 멈췄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혁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혁신이 좀 더 빠르게 넓게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 혁신에 따라 변한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혹시라도 그 혁신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방법을 찾가는 이 전 대표의 바램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국은 모빌리티 혁명을 이해하지 못했고 정치공학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구태의연했고 심지어 아둔했기 때문이다.

옆나라 일본의 상황을 보면 더욱 쓰라리다. 

일본에서는 현재 우버가 활발히 가동되고 있으며 전체 콜택시 시장의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힘있게 창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택시업계와 정치인들이다. 

먼저 택시업계는 우버의 진격에 초반 강하게 반발했으나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체감해 진화의 길을 택했다. 한국 택시와 달리 깨끗하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로 정평이 난 일본택시다. 이들은 모빌리티 전반의 기술력을 가감없이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일본 택시업계 1위인 '재팬택시'가 만든 고택시가 우버와 경쟁하며 현지 모빌리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정치인들도 유연했다. 지난 5월 현지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야마나카 시로 (Shiro Yamanaka) 우버 재팬 총괄은 "택시업계와 협업하고 논의하는 길은 솔직히 쉽지 않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공동연구도 진행하며 꾸준히 길을 찾은 것이 주효했다"면서 "긱 이코노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인들과 많은 대화를 했고 동시에 정치인들에게 긱 이코노미라는 매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소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표밭만 의식하며 전근대적 사상에만 빠져사는 지난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야마나카 시로 (Shiro Yamanaka) 우버 재팬 총괄. 사진=최진홍 기자
야마나카 시로 (Shiro Yamanaka) 우버 재팬 총괄. 사진=최진홍 기자

물론 타다 베이직이 신성불가침은 아니다.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 금과옥조도 아니다. 엄청난 혁신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실패할 수 있었고 무너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타다 베이직이라는 가능성 정도는 남겨뒀어야 했다. 이러한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는 자신감과 선구안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실패했고, 판을 깨트리고 말았다. 

심지어 제대로 된 반성도 없다. 한국이 과연 1000개 중 1개의 성과만 내도 하늘이 도왔다고 말할 수 있는 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