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K-ICT 진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해 위기를 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 중에도 중앙아시아 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K-ICT 업계는 몽골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아직 대세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몽골초원. 사진=연합뉴스
몽골초원. 사진=연합뉴스

왜 몽골인가
중앙아시아는 지리적 특성상 동서양을 잇는 핵심연결시장이자, 조금씩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도약대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한국의 중앙아시아 수출 규모는 112억2600만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10.5%의 높은 성장률이다. 

최근 한국 중소 및 중견기업의 중앙아시아 소비재 시장 진출을 지원했던 정외영 코트라(KOTRA) 혁신성장본부장은 "글로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한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을 찾는 우리 기업에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 몽골은 중앙아시아의 요충지이자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된다. 인구가 351만명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대부분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집중되어 있으나 국가 기반 인프라가 미흡해 발전의 여백이 넓기 때문이다. 

현지 건설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다. 몽골 건설도시개발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현지 건설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약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 기업의 진입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여세를 몰아 풍부한 지하자원, 현지 정부의 공격적인 경제정책 추진으로 몽골의 시장 잠재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당장 2022년 몽골의 외국인 투자는 누계 기준 총 227억달러를 기록해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7년부터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한국과의 접점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많은 건설사들이 몽골로 진출하는 한편 포스코는 몽골 최대 민간기업인 MCS사와 협력해 에너지 개발 산업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몽골 투자 1위 국가는 2022년 기준 네덜란드(41,1%)와 중국(18,6%)이며 한국은 1.6%로 11위에 불과하지만 2021년 기준 양국 교역량이 4억달러를 뛰어넘으며 협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몽골도 네덜란드, 특히 중국 종속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하면서 특히 한국과의 시너지 창출에 호의적이다. 아직은 2022년 기준 대몽골 수출액 4억달러 중 제조담배가 3695만달러로 소비재 중심 교역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K-팝에 열광하며 한국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장면도 의미가 있다.

2023 한국-몽골 비즈니스 포럼. 사진=연합뉴스
2023 한국-몽골 비즈니스 포럼. 사진=연합뉴스

몽골 ICT와 만나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몽골 직접투자 누적액은 2022년 기준 총 5억2600만달러에 달하며 광업 투자(25.6%)가 가장 많으며 이어 도소매업(18.4%), 건설업(11.2%)등으로 집계된다.  

포스코의 사례처럼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몽골의 특성에 집중해 광업 투자에 주로 전력이 집중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몽골 ICT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한국의 대몽골 직접투자 누적액을 살펴보면 톱5에 정보통신업(7.9%)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최근 몽골과의 ICT 기반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곳은 KT다. 2020년 취임한 구현모 전 대표의 진두지휘를 바탕으로 몽골과의 다양한 ICT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KT와 LS전선, 몬니스 그룹의 업무협약식. 사진=KT
KT와 LS전선, 몬니스 그룹의 업무협약식. 사진=KT

KT는 지난해부터 몽골의 국가개발 전략인 신부흥정책(New Recovery Policy)에 발맞춰 몽골의 다양한 산업분야의 디지털화를 위해 협력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 2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디지털 몽골 실현’을 위한 KT-몽골 전략적 협력체결행사를 열어 현지에 풍부한 희토류의 국내 공급선을 확보하는 한편 몽골의 ICT 전략을 튼튼하게 지원한 바 있다.

뒤이어 KT-LS전선-몬니스 그룹이 몽골 광물 개발을 위한 3자간 MOU를 체결해 광물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몽골의 디지털 전환을 끌어내는 큰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몽골 정부의 CTO로 임명된 가운데 다양한 전략을 보여준다는 각오도 남달랐다. 비록 구 대표의 연임 실패로 성장 동력이 다소 잦아들었다는 평가지만, KT처럼 몽골 ICT 역량에 주목해 넥스트 스텝을 밟아가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네이버도 몽골로 갔다. 울란바토르에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ICT 엑스포 2023’에 참여해, 그간 웨일이 고도화해온 웹 기반의 에듀테크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몽골의 에듀테크 기업 테스테라(Testera)와 함께 부스를 마련하고, ‘웨일 스페이스’와 ‘웨일북’을 선보였다.

부스에는 몽골의 엥흐 암강랑 로브상체렝(Enkh-Amgalan Luvsantseren) 교육과학부 장관, 오치랄 냠 오소르(Uchral Nyam Osor) 디지털개발통신부 장관 등 정부인사를 비롯, 몽골의 교육 관련 기업인들이 방문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몽골 ICT 엑스포는 몽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규모 있는 IT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올해 구글, AWS 등도 파트너사로 참여하며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해 글로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역시 글로벌 업계가 몽골 ICT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오치랄 냠 오소르 몽골 디지털개발통신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웨일북을 활용한 디지털 수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오치랄 냠 오소르 몽골 디지털개발통신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웨일북을 활용한 디지털 수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매력적인 몽골 ICT의 행간
현재 중앙아시아, 특히 몽골의 ICT 인프라가 글로벌 수준의 관심을 끄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잠재력 측면에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중앙아시아의 요충지, 나아가 동서를 관통하는 핵심연결시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정학적 위치에 기반한 것으로 몽골의 전체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로도 이어진다. 몽골 경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무려 16.1%의 물가상승률에 시달렸으나 2023년 이를 10%로 하락시키는 한편 경제성장률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핵심연결시장의 강점이 이어질 경우 자연스럽게 ICT 전반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창출할 수 있으며, 몽골의 ICT 실크로드를 따라 다양한 국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여지도 있다.

몽골이 오랫동안 한국의 ICT 아웃소싱 역할을 해내며 이와 관련된 노하우를 확보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몽골은 ‘정보통신개발 개발 2017~2025’ 정책을 통해 자국의 ICT 역량을 키웠으며 자연스럽게 ICT 저변확대를 끌어낸 바 있다. 이러한 노하우와 기초체력이 한국 ICT에게도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다.

몽골의 ICT 잠재력 자체도 남다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몽골은 높은 이동전화 가입률 및(140%) (116.2%) 양호한 이동통신 가입률 대비 낮은 유선 브로드밴드 가입률을(11.4%) 보유하고 있어 성장의 여지가 크다. 

몽골 정부의 ICT 육성 의지도 강하다. 2022년 6월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로부터 약 545억달러의 융자를 승인받았으며 지난 2월에는 세계은행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단과 만나 자국의 스마트 정부 2.0 전략을 고도화시키는 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핀테크 및 전자서명법 등 의미있는 법제 개혁을 통해 발 빠른 ICT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화 ICT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UN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몽골 교육 문화부 산하(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교육정보기술센터가 만든 디지털 전환 목적 교육 플랫폼 Medle.mn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몽골 정부는 페이스북의 메타와 함께 이러닝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교육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웨일이 몽골로 찾아간 배경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서구세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아젠다와, 자체 ICT 전략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엄청난 매력이다.

현재 기후변화는 좌시할 수 없는 전 세계의 현안으로 부상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들까지 속속 출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한 전통 에너지 산업의 핵심인 몽골은 지독한 울란바토르 공해 등 기후변화에 따른 극적인 피해자이자, AI를 비롯한 ICT 기술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테스트 베드로 부상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몽골 통신·정보기술청(CITA)이 ‘지속가능한 개발 비전 2050(Sustainable Development Vision 2050)’ 및 액션 플랜 2021~2024(Action Plan 2021~2024)에 깊숙히 개입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리질리언스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ICT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ICT 역량이며, 전통 에너지에 익숙하면서도 뛰어난 ICT 역량을 가진 K-ICT은 그 역량을 펼치기에 제격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