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이달들어 연중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2일 2022년 6월 9일 이후 약 1년 만에 2600선을 뛰어넘으며 2601.4에 거래를 마친데 이어 이달 9일에는 2641선까지 치솟았다.

외국인과 기관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를 연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한동안 조정국면에 들어갔던 2차전지주까지 반등 기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주 예정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CPI는 현지시간 13일, FOMC 정례회의는 현지시간 13일~14일 예정돼 있다.

FOMC의 기준금리 결정 직전에 발표될 예정인 미국 5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14일 한국 증시에서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6월 FOMC 결과는 '매파적 동결(hawkish hold)'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일시적 금리 인상 중단이거나 이달에만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일 뿐 긴축 기조를 전면적으로 마무리하는 '완화적 신호'로 읽히지 않도록 금리 결정 직후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인 발언들을 강하게 쏟아낼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증시, 기술주 주도 '강세장' 진입…CPI·FOMC '촉각'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종가 대비 1.53%(39.8포인트) 오른 2641.16에, 코스닥 지수는 1.8%(15.65포인트)상승한 868.0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9일 장중 2644.70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장중 최고가 기준 지난해 6월 7일(2662.04)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같은 코스피 지수 상승 배경은 금리 하락에 따른 기술주 반등이 동력으로 작용한 점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52주 신고가에 근접하며 마감했다.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의 하루 합산 거래대금은 20조원을 웃돌며 거래도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주 주식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다.

물가 안정이 확인되면 우리나라 시각으로 15일 새벽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긴축 공포가 완화되면 국내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현지시간 9일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93포인트(0.11%) 오른 4298.86으로 마감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인 3577 대비 20% 상승한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고점에서 20% 떨어지면 베어마켓(약세장)이라고 부르고, 저점에서 20% 오르면 불마켓(강세장)이라고 부른다.  S&P500지수 상승률 기준으로만 보면 뉴욕증시는 오랜 약세장을 끝내고 강세장에 진입한 셈이다.

이날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전거래일 대비 43.17포인트(0.13%) 오른 3만3876.78로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0.62포인트(0.16%) 오른 1만3259.14로 장을 마감했다.

이같은 뉴욕증시의 강세는 지난 3월 이후 불거진 은행권 불안과 부채한도 상향 논쟁이 종료된데다 연준의 6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술주가 상승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는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경기순환주와 가치주들도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강세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오는 13~14일 6월 FOMC 정례회의 결과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오는 7월이나 혹은 그 이후 회의에서 한 차례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FOMC 회의 결과 전날인 13일에 발표될 5월 CPI에 대해서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달 대비 0.1% 상승, 전년 동기 대비로는 4.0% 오를 것(월스트리트저널 집계 기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4월 CPI(전달 대비 0.4%↑·전년 대비 4.9%↑)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지만,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제외)는 전월 대비 0.4%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근원 CPI의 경우 전달의 0.4% 상승과 5.5% 상승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이번 6월 회의 결과를 '매파적 동결'로 예상하고 있다. 즉 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하는데 그칠 것이란 뜻이다.

지난 3월 회의에서 연준은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를 5.1%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종금리 전망치를 0.25%포인트가량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되 추가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지시간 10일 블룸버그 통신은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연준, 금리 인상 중단 및 효과 평가 예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도 15개월 전에 시작된 금리 인상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달 FOMC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5.00∼5.25% 범위로 유지할 경우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한 이후 첫 금리 동결 결정이 된다.

골드만삭스나 캐피털이코노믹스, BNP파리바, BMO 캐피털 등 주요 투자은행(IB)들 역시 연준이 6월에 금리를 동결하고 7월 인상하는 쪽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겸 부의장 지명자가 6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동결 쪽으로 크게 쏠렸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사진 출처=연합뉴스

다만 깜짝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호주 중앙은행(RBA)에 이어 캐나다 중앙은행(BOC)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대다수 시장의 예상을 깨고 모두 금리 인상을 택했다. BOC는 현지시간 지난 7일 기준금리를 4.75%로 25bp 인상했다. 앞서 현지시간 6일에는 RBA도 기준금리를 4.1%로 25bp 인상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현지시간 10일 오후 8시 기준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0.1%,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29.9%로 내다봤다.

동결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각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페드워치에서 한 달 전만 해도 0%대 였던 금리 인상 가능성이 30% 가까이 오른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생각보다 견조했고 일부 국가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준의 금리 결정 전망을 차치하고도, 월가는 앞으로 불마켓(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대감의 근거로는 대형 빅테크 위주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점이 꼽힌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라이언 헤먼드와 데이비드 코스틴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AI(인공지능)로 인해 전반적인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좋아지면서 S&P500의 공정 가치가 최소 5%에서 최대 14%까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S&P500 주식을 사면 평균적으로 최대 14%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뜻이다. 

두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늘어나면 S&P500기업들의 매출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심지어 AI 발전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S&P500은 시가총액 1~2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엔비디아, 페이스북의 메타, 아마존, 테슬라, 구글의 알파벳 등 7대 테크주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뉴욕증시의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3월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3월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키 맞추기' 장세…2차전지·반도체·바이오·엔터, 다음은?

에코프로를 위주로 한 2차전지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등 반도체주, 지난주 개인들의 코스닥 주간 순매수 1위에 오른 셀트리온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주 등 증시 투자금은 업종별로 돌아가며 쏠리는 모습이다.

올들어 100% 이상 상승률을 보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 JYP Ent.(JYP엔터), 에스엠(SM) 등 엔터주 역시 올해 들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장세와 관련해 '키 맞추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긍정적 전망이 아무리 쏟아진다 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이 오른 주식이나 업종 보다는 새롭게 긍정적 가치를 받을만한 종목을 선별해가며 이른바 '따라가는 식'의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밋빛 전망만 바라보고 이미 폭등한 주식을 뒤늦게 따라갔다간 자칫 긴 기간동안 주식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증권가는 코스피 상단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가장 높은 코스피 상단을 제시한 DB금융투자는 하반기에 300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역시 코스피 하단을 2500으로 묶으면서 상단은 2900까지 예상하며 강세장을 기대했다. 두 증권사 이외에도 증시 전망 상단을 올린 증권사는 수두룩하다.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늦게나마 국내 제조업의 수출 개선 등을 이끌면서 코스피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포스코(POSCO)홀딩스에 대해 중국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호조 등으로 철강 전방산업 수요 개선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저점을 지나 올해 상반기부터 영업이익 개선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불확실성도 제거되는 등 리튬부문에 대한 가치가 점차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수혜 관련 최근 하나증권은 삼성전기를 추천주로 꼽았다.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618 축제'를 앞두고 2분기 중화권 스마트폰업체들의 회복 가능성을 짚었다. 2분기 가동률 추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13%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삼성전기와 함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LG이노텍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주목된다.

출처=LG이노텍
출처=LG이노텍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들이 이미 지난달부터 애플의 확장현실(XR) 기기인 '비전프로' 공개에 따른 국내 부품사들의 수혜를 점쳤고 이에 LG이노텍, 삼성전기, PI첨단소재, 이녹스첨단소재, 하이비젼시스템, 덕우전자, 라온텍, 뉴프렉스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바 있다.

그러나 막상 비전프로 공개후 이들 종목들의 주가는 시들했다. 현지시간 이달 5일 비전프로 공개 후 과도한 가격 책정(457만원)과 착용감 등을 이유로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지 이같은 이벤트성 호재 뿐 만이 아니라 실적면에서의 긍정적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 7일 LG이노텍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됐다며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직전 전망치 대비 12.7% 늘어난 1조63억원으로 예상된다. 북미 고객사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가 당초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분석에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판매실적과 더불어 카메라 모듈 경쟁업체가 내년부터 북미 업체 벤더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돼 경쟁 강도도 완화될 것"이라며 "하반기출시 예정인 신제품도 판매 호조세가 전망되면서 추가 실적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 핵심 센싱모듈인 3D 라이다 모듈도 자동차 업체들에 납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역사적 저점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