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이번주(5일~9일) 증시에 영향을 미칠 거시경제적 요인으로는 ▲현지시간(13일~14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금융시장의 변동성 ▲9일 발표 예정인 중국의 생산자물가(PPI)·소비자물가(CPI)에서의  중국 경기 위축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주가지수 선물·옵션 및 개별 주식 선물·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이른바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가 8일로 예정돼 있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업종 및 개별 종목군과 관련해 살펴보자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차익매물 출회 여부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조선·방산업종의 수급 ▲현지시간 2일 개막해 6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의 한국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성과 등을 들 수 있다.

ASCO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올해는 400개 이상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참석하면서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낸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최신 암치료제 개발 동향과 임상 결과에 따라 증시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흐른다. 

FOMC 앞두고 블랙아웃…동결 '무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5월 30일~6월 2일) 코스피 지수는 직전 주(2558.81) 대비 42.55포인트(1.66%) 오른 2601.3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600을 넘겨 마감한 건 지난해 6월 9일 이후 약 1년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2738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7133억원과 1조907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지수는 전주 대비 24.83포인트(2.94%) 상승한 868.06에 마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증시는 미국 연준의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개선됐고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이번주(5~9일)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현지 시각 13~14일)를 앞둔 블랙아웃 기간(Blackout Periods)에 해당된다.

블랙아웃 기간은 FOMC 위원들이 금리인상, 경제 정책 등 시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만큼 발언을 조심하는 기간을 말한다. 연준 위원 말 한마디에 시장이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달 블랙아웃 기간은 3일~15일까지다.

만약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기준금리는 현재의 5.00∼5.25%에서 5.25~5.50%까지 올라선다. 연준의 현 기준금리 수준은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이달 초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결과다.

최근까지는 미국의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많이 늘고 있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2일 기준 미국 CME그룹의 페드와치(Fed 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6월 금리동결 확률을 66.7%로, 25bp 인상 확률을 33.3%로 보고 있다.

전망이 뒤바뀐 이유는 미국의 고용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부 둔화 조짐을 보인다는 연준 보고서가 나온데다 금리동결을 시사하는 연준 고위인사들의 공개 발언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이 증가했으나 이전보다는 속도가 느려졌고, 많은 지역에서 물가 인상 속도가 느려졌다"고 평가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은이 관할 구역에서 수집한 경기 관련 정보를 토대로 작성된다.

연준 고위인사들은 이달 금리 인상을 '건너뛸(skip)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을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며 하반기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달 1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영국 싱크탱크 OMFIF 경제통화정책연구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가 중단하는(pause)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을 건너뛰어야(skip) 한다고 생각하는 쪽에 있다"라고 언급하며 분위기는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 차기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도 이달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을 내놨다.

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다. 

5일에는 미국 5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 지수와 유로존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7일에는 중국의 5월 수출입과 무역수지가 공개된다.

8일에는 국내 증시의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며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구성 종목 중 일부의 편·출입도 진행된다.

중국 위안화. 출처=pixabay
중국 위안화. 출처=pixabay

주 마지막 거래일인 9일에는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PPI)와 소비자물가(CPI)가 공개된다.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2개월째 기준치인 50 아래인 48.8을 기록해 경기 위축 상황을 드러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매판매는 3조491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4% 증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 전망치(21%)를 밑도는 수준이다. 리오프닝(경제 재개)을 했지만 여전히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PPI가 예상보다 더 악화하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PPI는 마이너스(–) 3.6%를 기록해 전달(-2.5%)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고 리오프닝 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PPI가 예상보다 더 하락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주 차익물량 촉각 속 헬스케어·조선 업종 수급 관심

그동안 주식시장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미국 부채한도 합의는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3일 '국가 재정 책임법'에 서명하면서 효력을 얻게 됐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변동성 리스크로 지목된 미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해소된 것이다.

이에 국내 증시는 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최근 상승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차익 실현 물량이 얼마나 쏟아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 후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감산에 따른 반도체 가격 반등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 호재에 비해 반도체주의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여지가 있다"며 "다만 반도체가 하반기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업종이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정 시 매수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출처=ASCO
출처=ASCO

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에 이어 상승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헬스케어·조선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김 연구원은 "2~6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 개최 예정으로 ASCO에서 발표되는 최신 암치료제 개발 동향과 임상 결과가 바이오 기업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타 분야 수출과는 별개로 해외 수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조선·방산분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이 증시를 한참 주도할 때부터 그 뒤를 이을 주도 업종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이번 ASCO에서 유한양행과 제넥신은 각각 비소세포폐암과 자궁경부암 치료제 임상 관련해 발표한다. 젠큐릭스는 세계1위 유방암 예후진단 검사와 성능 비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시총 1조를 넘긴 AI 진단 기업 루닛도 다수의 연구성과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관련 연구를 총 4건 발표한다.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임상 장기추적 결과와 혈장검체를 이용한 순환종양핵산(ctNDA) 액체생검 연구 결과 등이 발표 내용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단독 임상3상 결과를 근거로 국내 1차 치료제 적응증 확대 허가 절차를 진행중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한편 국내 증시에선 낙관론이 확산하면서 올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30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하반기 증시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DB금융투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을 경우 30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경기선행지수와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 등 두 가지 요인 모두 주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미국 등 주요국의 소비가 구매력 제고와 맞물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이를 통해 맞이하는 실적장세에 따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 한국투자증권은 2400~2800, 현대차증권은 2330~2760을 예상했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2300~2700선을 제시했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800에서 2,920으로 최근 수정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는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갈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실적장세에서는 큰 조정 없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실적장세라도 초반에는 경기회복 지연 우려, 특히 고용 약화 우려로 인해 7월 전후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실적장세에서는 이런 조정을 중장기적인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한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200~2600선으로 제시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되돌림과 미국 경기둔화, 내년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 등의 요인이 지수 2400선 내외 구간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