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금융위원회
출처=금융위원회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덜기 위해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당국이 제시한 기준점을 넘지 못한 은행에는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 변동 위험 헤지를 지원하는 ‘스와프뱅크’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가계가 급격한 금리 인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부위원장은 24일 민간 전문가와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9차 실무작업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고정금리 확대는 가계부채 질적 개선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권도 자체적인 고정금리 취급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신(新) 고정금리 목표 비중 행정지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간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실적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관리해왔다. 앞으로는 이에 대한 평가 방식을 한층 세분화한다.

구체적으로 그간 고정금리 대출 실적을 평가할 때 혼합형 대출을 포함했는데 앞으로는 고정금리와 금리 변동 주기가 5년 이상인 대출만을 따로 떼어내 평가한다.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유지하다 변동금리로 바뀌는 준고정금리 대출을 제외하고 순수 고정금리 대출 비중만을 보고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다.

현재 은행권의 대출 비중을 보면 주로 6개월 단위로 바뀌는 ‘변동형’ 금리가 52.4%에 달한다. 대개 5년간 고정되다 이후 변동형으로 바뀌는 ‘혼합형’이 22%를 차지한다. 대출 취급 모든 기간 고정되는‘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2.5%에 불과하다.

당국은 최소 수준 지표도 신설해 압박 수준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일종의 마지노선을 그어놓고 은행의 실적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단순 행정지도를 넘어 페널티까지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목표 비중과 최소 수준은 관계 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연 1회 설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동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은행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안도 검토된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에 따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차등 폭을 키우는 형태다. 현재는 고정금리 목표 비중 달성 정도에 따라 출연료율을 우대(최대 0.06%포인트)하는데 우대 폭을 0.1%포인트로 확대하고 과도한 변동금리 취급 시 출연료 부담을 늘리는 식이다.

예금보험료율도 은행별로 고정형 취급 비중에 따라 차별화된다. 이외 고정금리대출에 붙는 과도한 중도 상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 고정금리 상품 이용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대출취급에 따른 금리변동위험 헤지(hedge)를 지원하는 '스와프뱅크(가칭)'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스와프뱅크란 은행으로부터 고정금리 현금 흐름을 수취하되 변동금리 현금 흐름을 지급하는 이자율스와프 전문 금융기관이다. 스와프뱅크는 연구 용역 및 세부 설립 방안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 설립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정책금융의 경우도 기존 '정책모기지 공급' 중심에서 '민간의 자체 고정금리상품 확대를 지원'하는 역할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은행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한정된 MBS 수요를 고려해 발행물량을 단계적으로 감소하고, 은행 및 보험, 연기금 등 기존 MBS 투자기관이 커버드본드 등에 투자할 수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가계부채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출 창구인 은행을 통제해 변동금리 대출을 조이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의 자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매우 낮아 고정금리 중심의 정책모기지 시장과 변동금리 중심의 민간 주담대 시장으로 이원화됐다"면서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인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