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체 혁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체 혁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원사 복귀 가능성이 최근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현시점에서는 여러 한계들이 있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복귀설 확산의 배경

지난 18일 전경련은 55년 만에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는 변화를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정부 등 외부 권력의 압력 행사와 개입 방지,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회장단의 개편 및 확대 그리고 연구조직을 아우르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전환 등이 포함됐다.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 가능성은 전경련이 산하 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시킬 것이라는 혁신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4대그룹은 전경련 회원사에서는 탈퇴했으나, 한경연의 회원사에는 아직 이름이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을 전경련이 흡수하면 한경연 회원사인 4대그룹은 자연스럽게 전경련의 회원사가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일부 미디어는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확정됐다”는 내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대미(對美)·대일(對日) 외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전경련의 재계 내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이러한 전망은 나름의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현실적 한계 

4대그룹의 회원사 복귀는 전경련의 장기적 목표다. 재계의 목소리를 대표했던 과거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 4대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4대그룹이 전경련의 회원사로 복귀할 의사가 있고, 전경련이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도 우선은 전경련 내에서 여론이 수렴돼야 한다.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대기업 436개사가 가입된 전경련 회원사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전경련 내에서 논의가 마무리되면, 단체의 달라지는 구성과 관련해 정부 그리고 정치권의 여론까지도 반영돼야 한다. 해당 절차들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4대그룹에서는 전경련 회원사 복귀에 대해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에서 그 역할이 부각됐지만 여전히 전경련에 대해 남아있는 부정적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혁신안에 대해 “다분히 4대그룹의 복귀를 의도한 정관 변경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정경유착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과거로의 회귀가 될 것”이라는 비판적 해석도 계속 나온다.

그런가하면 재계 내에서도 “대내외 여론을 고려할 때, 아직은 전경련이 4대그룹의 회원사 복귀를 논의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써 기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은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써 기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은 대한상의가 한덕수 국무총리를 초청해 개최한 규제샌드박스 혁신기업 간담회.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두 번째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재계 내 역할과 SK그룹(이하 SK)의 밀접한 관계다. 대한상의는 국내 경제단체 역사상 최초로 현역 경영인인 최태원 SK 회장을 단체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렇기에 대한상의가 주도하고 있는 재계의 여론은 사실상 SK가 추구하는 경영 방향성과 일치했다.

SK의 물심양면 지원과 최태원 회장의 왕성한 활동으로 대한상의는 과거 전경련의 역할을 대신해 최근 수년 동안 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까지 이끈 경제단체로 맹활약해왔다. 대한상의와 끈끈하게 이어진 SK의 관계를 고려하면, SK가 전경련의 회원사로 복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다. 

재계 서열 2위인 SK의 복귀가 어렵다는 전제가 있다면, 다른 기업들도 부정적 여론을 감수하면서 전경련으로 굳이 발걸음을 옮길 이유는 없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현재는 전경련은 4대그룹의 복귀를 확실시하는 일부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4대그룹의 회원사 복귀는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여론을 수렴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이해관계의 주체들이 많은 민감한 사안이며 상호간의 동의로 절차가 추진되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현재 내부적으로도 사안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