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건설사 중 상당수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삼성물산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설사 1위에 올랐고, 삼성엔지니어링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건설사들의 매출과 영업익 순위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대우건설은 영업익이 전년동기보다 20% 이상 줄었음에도 양사 다음으로 많은 이익을 거뒀다. 업계에선 원가 상승이라는 직격타를 맞은 건설사들이 앞으로 1~2년 간 실적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 능력 평가 기준 상위 50대 건설사 중 1분기 영업익을 공시한 곳은 25개사다. 이 가운데 전년동기보다 영업익이 증가한 기업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삼성ENG, KCC건설 등 8개사에 그쳤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두산건설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두산건설 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동기보다 영업익이 88.3% 증가한 292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건설사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최근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한 영향이 크다. 삼성물산 측은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차별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과 성장세를 유지하며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삼성ENG는 1분기에 영업익 2254억원을 올려 두 번째로 많은 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29.2% 증가한 수준이다.

나머지 6개사 중 현대건설은 영업익이 1.2% 늘어난 1735억원으로 집계됐다. GS건설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7% 올랐다. SK에코플랜트는 전년동기보다 4.1% 증가한 4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해 지난해 1분기에 94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HDC현산은 올해 1분기 50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한해 더 앞선 2021년 1분기 영업익(1184억원)과 비교하면 57.7% 크게 줄었다.

두산건설은 전년동기(103억원) 대비 영업익이 3배 이상 급증한 321억원을 달성해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증가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878억원에서 3548억원으로 23.3% 상승했다. 해외 부문과 국내 토목 부문의 실적이 줄었지만 국내 건축 부문에서 크게 성장했다. KCC건설은 영업익이 83억원에서 93억원으로 11.2% 늘었다.

이처럼 8개사는 영업익이 전년동기보다 늘었지만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나머지 17개 건설사들은 반대로 줄었다.

이 중 HJ중공업은 영업익이 적자로 전환(26억원→-111억원)했다. 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실액이 24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영업 손실을 불렀다. 이 기업은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조선업보다 건설업 매출 비중이 커 업계에서 건설사로 분류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년 대비 53.2% 줄어든 551억 원을 기록하며 SGC 이테크건설(-82.7%)과 동부건설(-81.9%), 한신공영(-71.4%), 금호건설(-65.9%), 코오롱글로벌(-62.2%)에 이어 큰 낙폭을 보였다. 원가 부담이 증가한데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1분기 기준 3년째 이익이 줄었다.

주택 사업 비중이 큰 DL이앤씨와 대우건설, 롯데건설도 영업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8.3%, 20.2%, 24.4%씩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213억원 영업익을 거둬 전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익을 기록했으나 올해엔 1767억원으로 줄어 삼성물산과 삼성ENG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많은 건설사들이 실적에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상위 5개 건설사 중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가 상승이라는 직격타를 맞은데다 미분양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여러 리스크를 안고 있어 앞으로 1~2년 동안에는 일부를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