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 부분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 부분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공공기관 10곳 중 4곳 가량의 단체협약에 불법·무효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479개 기관의 37.4%인 179개 기관의 단체협약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하는 자치적인 노동 법규다. 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공무원 165개, 교원 42개, 공공기관 272개 등 공공부문 479개 기관의 단체협약 내용을 조사해왔다.

479개 기관 노조를 상급 단체별로 구분하면 민주노총 199개, 미가맹 등 기타 157개, 한국노총 123개다.

상급 단체별 단체협약의 불법·무효 비율은 민주노총 51.8%(199개 중 103개), 미가맹 등 기타 35.0%(157개 중 55개), 한국노총 17.1%(123개 중 21개)다.

특히 민주노총 공무원 관련 노조는 사측과 맺은 단체협약에 불법·무효 요소가 포함된 비율이 96.3%(82개 중 79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을 총액 기준 월 80만원으로 규정, 법정 최저임금도 안되게 지급하도록 했거나, 조합원이 1년 이상 근속해야 육아휴직을 주도록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도 있다.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법령 위임을 받아 규정한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하게 돼 있다. 단체협약 내용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개정하도록 한 공무원 단체협약도 있다.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을 위한 정원 축소를 금지하거나 노조 추천 위원 30% 이상을 승진심사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한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노조법은 조합원의 단체행동,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하는데도 송파구청의 2021년도 단체협약에는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전공노는 연초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독자 노조로 전환하자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상급 단체 탈퇴 방해 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5개 기관(28.2%)의 단체협약에는 불법·무효는 아니지만 노조나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침해 등 불합리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활동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채용을 금지하거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노조 홍보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교원 단체협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이번에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합 탈퇴를 선동·주도하는 조합원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을 정지하거나, 노조 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도록 한 규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공공 부문에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성, 도덕성, 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 부문 노사관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인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며 "불합리하거나 무효인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