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성분 겨자씨만큼 넣고 값은 30% 비싸다고?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의 영양 성분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프리미엄 분유가 일반 제품보다 30% 이상 과도하게 비싼 값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분유 업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프리미엄 분유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하기 어려운 시도다.

 

가격 높을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몸에 좋은 성분을 추가해서? 도대체 왜 비싼 거야? 정말 무엇이 다른 거지? 자꾸 의구심과 불신이 고개를 쳐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프리미엄’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제품 이야기다.

맛과 영양·안전성이 한층 강화된 ‘고급’ 식자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프리미엄’은 올해 먹거리 분야를 지배할 트렌드로도 꼽히고 있다. 품질이 정말 좋고 고급스럽다면 그만큼 가격은 비싸질 확률이 높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먹일’ 분유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거세다. 프리미엄 제품에 매겨진 높은 가격 또한 예외가 아닐 테다.

그런데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서 지난해 시판 중인 조제분유를 조사한 결과,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의 영양 성분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프리미엄 분유가 일반 제품보다 30% 이상 과도하게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공감한 한 회사가 반성의 차원에서 프리미엄급 분유 제품을 없애고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프리미엄과 일반분유 통합…3만원대 유기농 제품도 출시

매일유업은 일반 분유와 영양 성분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가격만 30% 이상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프리미엄 분유를 없애고 일반 분유로 통합하기로 했다. 기존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로 이원화된 제품군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하고, 한국인 모유 수준에 맞춰 성분과 함량을 조절한 유아식 ‘앱솔루트 엄마가 만든 명작’을 리뉴얼해 출시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소비자 단체의 논란을 불러왔던 ‘프리미엄’ 분유는 없애고 모유에 가장 가까운 제대로 된 분유를 선보이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모유 분석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모유에 가장 가까운 분유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는 3년 전부터 ‘매일 모유연구소’를 설립, 본격적으로 한국인의 모유와 아기의 변성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에 리뉴얼 된 제품에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모유 분석결과를 다각도로 반영했다. 면역 단백질 락토폰틴을 새로 추가하고 DHA, ARA, 알파락트알부민, 베타카로틴 등 기능성 성분을 모유 수준만큼 늘렸다. 특히 방사능 논란이 일었던 일본산 원료와 영·유아용으로 기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유 성분도 배제했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대의 유기농 분유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앱솔루트 유기농 궁’도 새로 선보였다.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 지역에서 한정 생산되는 ‘상하목장’ 유기농 원유를 100% 사용하고, 자연친화적인 유기농 원료를 95% 이상 넣었다.

주목할 점은 가격. 이 제품은 업계 최초의 3만원대 유기농 분유로, 경쟁사 유기농 분유 가격의 70% 수준이다. 품질은 고급이면서도 가격 거품을 빼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는 회사 측 의지가 반영된 제품이란 얘기다.

반면 매일유업이 지난 9일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의 구분을 없앤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올린 것을 두고, 사실상 가격 인상을 위한 새 제품 출시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2010년 8월 출시 이후 최근까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해왔다.  이번 리뉴얼 제품은 기존 일반 분유 제품 가격에서 (성분 추가에 따른) 원가 인상분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기존 프리미엄 분유 가격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아닌 기능 성분에 따라 국내 분유시장 재편 기대

매일유업의 이번 리뉴얼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리뉴얼 후에는 고객들의 제품 이탈 현상(제품 교체)이 있을 수 있으며 초기 할인행사나 광고 등의 증가로 마케팅 비용 또한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농궁’ 제품의 경우 100% 유기농 원유를 사용하는 등 원료 상승분을 제품에 다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원가율이 높아진 상황.

매일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그럼에도 회사가 프리미엄 분유 제품을 없애고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의 유기농 제품을 출시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먼저 수출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서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중국 150억원을 포함해 총 250억원 규모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60~8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리뉴얼 실시 후 빠진 수익률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분유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는 자긍심이 크다. 1970년대 국내 최초로 외국의 선진 분유 기술을 도입해 분유 생산, 1980년대 말 국내 처음으로 외국에 분유 수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모유연구소 설립 등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선천성대사이상(선천적으로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질환)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8종 10개 제품을 손해를 보면서 제조, 분유 관련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 분유시장은 저가, 중가, 고가(프리미엄), 초고가(산양분유)로 형성돼 있다. 매일유업은 이번 시도를 통해 가격이 아니라 기능 성분에 따라 시장이 형성된 유럽, 일본 등 낙농선진국처럼 국내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2010년 최초로 가수분해단백 분유인 기능성 분유 ‘센서티브’를 출시한 것과 고가의 산양분유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분유업계 2등 기업인 매일유업이 꿈꾸고 있는 선진 시장으로의 재편이 현실화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