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경쟁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유심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회사에서 문제 발생 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사과문인데요. 최초 공개 이후 계속 수정에 수정을 반복해 게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사과문을 수정하는 것은 왜일까요? 효과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 보면 흔한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과문은 최초 게시 공개한 뒤에 해당 위기 상황이 종료되면 게시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말씀 대로 최초 사과문 공개 이후 수정을 계속해 재개시를 반복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버전이 10개 이상 넘어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과문 수정 게재의 가장 큰 목적은 ‘내부 만족’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자들이 읽어 보실 때 불편함 없는 상태까지 수정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목적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수정되는 사과문을 따라가며 읽어 볼 만큼 사람들은 한가하지 않습니다. 대형 위기의 경우에는 최초 사과문을 기반으로 언론 기사가 나가버리면 그만입니다. 이후 원문을 수정한다 해서, 사과문에 대한 기사까지 수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수정된 사과문을 가지고 이전 기사들을 수정하려는 시도를 해 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실행은 물론 아니지요.

사과문을 계속 수정 게시하는 기업의 공통적 내부 상황은 앞에서 말씀드린 ‘내부 만족’ 이외에 몇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첫째 그런 기업은 사과문 구성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인 경우입니다. 위기가 발생되어 사과문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이전 다른 기업의 사과문을 찾아 읽어 보고 따라 쓰는 기업도 있습니다. 사과문 작성이 낯설다 보니 계속해서 문장 표현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둘째 사과문 수정이 많은 기업은 해당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전반적 이해나 전략설정이 부족한 기업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관계 확인에 누락이나 오류가 있는 경우 사과문 수정 필요성은 극대화됩니다. 대응 전략에 있어서도 반박이냐 사과냐 수용이냐 무시냐 등 많은 내부 논의가 계속되게 되면 사과문은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과문이라는 제목 아래 본문에는 대응 반박 내용이 주를 이루기도 하는데, 그런 실행은 이 때문입니다.

셋째 사과문 수정을 계속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업입니다. 화자 관점에서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그 마저 광고와 비슷한 형식이라는 이해를 가집니다. 심지어 사과문 수정 게재를 스스로 자사가 메시지를 통제하는 과정이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사과문은 최초 제대로 된 내용을 담아 한 번에 끝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피치 못해 수정해야 한다면, 수정 내용과 이유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사과문에 실은 정보의 수정 정도가 그 대상이 되겠습니다. 그 외에 사과문을 계속 수정하는 행위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권장되지 않는 실행입니다. 위기에 더해 앞에서 말씀드린 회사의 문제까지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