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비약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코노믹리뷰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상비약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코노믹리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최대 관심사는 ‘중국발 원료의약품 공장가동 중지’와 ‘인도발 의약품 수출 금지조치’였다. 당시 세계 각국은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중국발 이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중국산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타이레놀’을 비롯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 품귀현상이 빚어진 바 있다. 우리나라는 문제가된 아세트아미노펜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자급화 목소리 나오는 이유 따로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7년 35.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19년 16.2%로 바닥을 찍은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20% 초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기준 원료약 자급률은 24.4%다.

원료약 자급률이 꾸준히 낮아지는 사이 값싼 중국 원료약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2018년 30.2%(7340억원)였던 중국 의존율은 2019년 37.5%(9400억원), 2020년 36.1%(9230억원)로 높아졌다.

이처럼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가까운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원료약의 경쟁력 부족 원인으로 정부의 지원 정책 미흡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 원료약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정책은 전무한 반면 중국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  원가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높은 중국산 원료약 의존도 문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공급망 강화 행보 탓이다. 미국 정부는 핵심광물에 대해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외국 우려 단체를 중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같은 방침은 중국산 원료약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은 바이오행정명령 후속조치로 ‘향후 5년 내 광범위한 합성 생물학 및 바이오 제조 능력을 구축해 소분자 약물에 대한 원료의 최소 25%를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의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혁신 보고서’를 내놨다.

참고로 미국은 독일 다음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완제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2021년 기준 미국 수출액은 11억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료약 자급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원료약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과 사용 지원을,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으로는 △국산 원료약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투자 세제지원 확대 △약가우대 기준에서 자사 및 자사회 원료약 사용 조건 폐지 △모든 원료약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 △약가우대 혜택 5년으로 확대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을 제안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 설계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유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다수 출현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